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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비책, 공성지전(空城之戰)[함기수의 중국이야기]
함기수 | 승인 2019.07.03 10:14

[논객칼럼=함기수] 사마의(司馬懿)의 15만 대군은 질풍같이 촉(蜀)의 서성(西城)을 향해 진군하였다. 이 때 제갈량(諸葛亮)의 서성에는 불과 수천의 군사 밖에 없었다. 어차피 상대가 되지 않는 전쟁이었다. 기세등등한 위군(魏軍)이 성 앞에 도달했을 때 예상치 않은 광경을 보게 된다. 사방의 성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독전의 깃발도 없었고 지키는 병사도 없었다. 그리고 성루(城樓)에는 제갈량이 미소를 머금은 채 홀로 거문고를 타고 있었다.

사마의가 의심을 하게 된다. 그는 주도면밀한 제갈량이 매복군을 숨기고 위군을 유인한다고 생각하였다. 결국 그는 철군을 명령하게 된다. 이 때 아들 사마소(司馬昭)가 ‘아버님, 상황이 명확한데 어찌 그리 지나친 걱정을 하십니까?’라고 말렸어도 사마의는 듣지 않았다.

이를 두고 후세사람들은 ‘3척 거문고가 강군을 이겼다(瑤琴三尺勝雄師)’라고 제갈량의 지략에 감탄했다. 거문고를 울려 적을 물리쳤다는 탄금주적(彈琴走賊) 또는 서성탄금(西城彈琴)의 어원이 된다. 그리고 강호의 많은 현사(賢士)들은 ‘무릇 사물을 볼 때엔 마음을 비워야 한다’ ‘의심은 의심을 낳아 의심이 있으면 더욱 의심이 생긴다’라고 가르친다. 사마의의 제갈량에 대한 선입관이 없었다면 당연히 서성을 쉽게 점령하지 않았겠느냐 하는 것이다.

중국드라마 ‘사마의2 : 최후의 승자’ 스틸컷. Ⓒ공식 홈페이지

사마의(司馬懿)는 265년부터 420년까지 156년 동안 이어진, 사마씨 서진과 동진의 시조이다. 조조의 휘하에 들어가 그의 아들 조비와 손자 조예의 시대를 거쳐 결국 그들을 물리치고 자신의 나라를 건국한 사람이다. 조조는 사마의가 비범한 인물임을 알아채고 그에 대한 의심을 저버린 적이 없었다. 조비 또한 조조의 충고에 따라 그를 멀리 하였다. 사마의는 조조의 의심을 벗어나기 위해 하잘 것 없는 일에 밤을 새우고 가축을 기르는 험한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제갈량이 출사표를 던지고 북벌을 선언한 것이, 조비가 죽은 다음 해인 227년이었다. 조비의 뒤를 이은 조예가 제갈량의 북벌을 막아야만 했다. 할아버지인 조조와 아버지인 조비를 통해 사마의를 접한 조예 또한 사마의라는 존재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단지 그의 출중한 지략과 뛰어난 능력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사마의가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사마의가 제갈량을 제거하고 조예 휘하로 복귀했을 때, 상식적으로라도 조예가 이미 효용가치가 사라진 사마의를 반겨했을 리가 없다.

살다보면 나의 존재 가치 내지는 의미를 부각시켜주는 상대방이 있다. 천적이나 호적수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아마도 사마의에게 제갈량은 이러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목하 금 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세 사람이 세상을 주무르고 있다. 시진핑과 트럼프, 김정은이다. 이들은 국익이라는 미명하에 무역으로, 핵으로, 옆에서 보기에도 어지러울 정도로 밀고 당기고 있다. 고난도의 손익계산에 따라 온갖 술수와 물밑 협상이 난무할 것이다.

6월29일 오사카 G20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살벌한 미중전쟁은 다시한번 잠정유예의 휴전상태로 돌입했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11차례나 마주앉아 사활을 건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 다음 날 트럼프는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났다. ‘획기적인 진전’과 ‘대선을 위한 언론 쇼’라는 의견이 서로 만만치 않다.

최근의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1,800년 전의 ‘공성지전’이 생각나는 것은 물론 지나친 비약일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그들의 내부 문제에서 만큼은 상대방이 나의 존재가치를 부각시켜 주는 사람들이다. 단지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애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까 걱정이 된다.

사마의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군사들이나 오랜 전쟁에 지친 국민들을 위해선 제갈량을 당시 서성(西城)에서 끝냈어야 했다. 개인의 이해보다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는 지도자는 늘 그립다.

 함기수

 글로벌 디렉션 대표

 경영학 박사

 전 SK네트웍스 홍보팀장·중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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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기수  ksham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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