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정주의 좌충우돌]

[논객칼럼=맹정주/ 블로그] 교회 신도들과 중국 단동을 다녀왔다. 심양을 거쳐 버스를 타고 들어갔다. 백두산 가는 길에 들렀던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었다. 압록강 변 단동은 관광객과 중국 주민들로 붐비고 있었다. 한국전쟁 때 끊긴 채 지금껏 방치된 압록강 다리와 그 위를 무리지어 오가는 관광객 모습도 변함없다.

그러나 북한풍경은 달랐다. 호텔 방에서 강 건너 보이는 신의주 쪽은 인적이 드물었다. 아니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단동에서 바라본 북한 땅. 멀리 민둥산 자락에 듬성듬성 자리한 가옥들과 북한군 초소가 눈에 들어온다Ⓒ맹정주

내가 투숙한 호텔 바로 옆에 북한 식당이 있었다. 우리 일행은 그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한복을 입은 여종업원들이 일하고 있었고 홀 중앙에 작은 무대가 있었다. 그 무대에서 종업원들이 노래도 부르고 악기도 연주했다.

다음 날 배를 타고 압록강을 따라 수풍댐까지 다녀왔다. 관광객을 태운 많은 배들이 중국 국기를 달고 북한 쪽 강변 가까이 순항하고 있었다.

호텔 방에서 바라본 신의주 모습Ⓒ맹정주
수풍댐 가는 배에서 바라 본 북한 마을
북적이는 단동Ⓒ맹정주

강 건너 보이는 북한의 민둥산들, 이따금 보이는 북한 마을, 그리고 아주 가끔 보이는, 손을 흔들어도 아무런 반응 없는 북한 주민들. 마치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을 구경하며 지나가는 듯한 묘한 느낌이었다. 저들은 지난 70년간 말과 행동의 제약을 받으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생각과 정신의 지배도 받으면서. 마침 김정은이 신형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는 미사일이 아니라고 했다. 수풍댐을 다녀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수풍댐에 다녀온 뒤 간 곳은 고려식당. 평양의 고려호텔과 이름이 같다. 평양 고려호텔이 운영하는 듯 했다. 역시 무대가 있고 종업원들이 공연도 했다. 종업원들은 체격이 좋았다. 북한 대학생들 사이에 해외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는 것이 꿈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북에서 먹는 것보다 낫고, 제약은 덜 할 테니 그럴만하다 싶었다. 식당 무대에서 사회주의 찬가가 울려 퍼지고, 그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묵묵히 냉면을 먹었다. 말 그대로 ’면이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저녁 늦은 시간, 호텔 로비에서 한 중년 여인이 종업원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을 세워놓고 이것 저것 묻고 있었다.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튿날 우리 일행은 어느 가정집을 찾아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예배를 보는 것으로 단동에서의 주요 일정을 마무리했다.

심양으로 가는 버스에서 단동의 소감을 얘기했다. 수풍댐 다녀오면서 느낀 바를 얘기한 후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교회가 지난 70년간 북한 선교와 통일에 대해 기도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루어진 것이 있습니까,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유일 분단국가입니다. 기도만 한다고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기도도 열심히 해야지만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하나님 은혜를 입어 세워진 나라입니다. 남한에 자유민주주의공화국이 건국된 것은 하나의 기적이었습니다. 제헌국회 임시의장이었던 이승만 박사는 이윤영 의원에게 국회 개원기도를 부탁했습니다. 이윤영 목사는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 기도는 국회의사록 맨 앞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를 지켜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중국처럼 사회주의체제가 된다면 여러분이 어제 보셨던 것 같이 예배도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갈라디아서 5장 1절에 보면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지지말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승만 박사는 ‘잃었던 나라의 독립을 다시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는지 우리 국민은 알아야 하며 불행했던 과거사를 거울삼아 다시는 어떤 종류의 것이든 노예의 멍에를 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우리 민족에게 주는 유언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기적과 시련을 동시에 주셨다고 생각한다. 남한에는 자유민주주의공화국의 건립과 경제기적의 은혜를 주셨고, 북한에는 김일성 독재가 3대에 이르게 하여 북한국민이 노예생활을 하는 시련을 주셨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도 시련을 주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이 자초한 것이다. 해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미래가 어려워질 것이고, 이겨 내면 다시 희망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무엇인가.

첫째, 거짓말이다. 검은 것을 보고 희다고 한다. 크고 작은 거짓말이 횡행한다. 거짓은 신뢰를 무너뜨린다. 거짓은 개인 관계뿐 아니라, 국민과 정부 간 신뢰도 무너뜨린다. 국가관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신뢰가 깨져서 일어난 것 아닌가. 신뢰가 무너진 곳에 희망이 있을 리 없다. 이명박 정부 초창기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머리에 구멍이 뚫려 죽게 된다며 데모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후 미국산 쇠고기 먹고 머리에 구멍 뚫려 죽은 사람이 있는가.

둘째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법을 지키는 것은 사회가 굴러가게 하는 기본이다. 누구든 법을 지켜야 한다. 비근한 예로 민노총의 행태를 보라. 이들의 노조활동이 법을 지키면서 하는 것인가. 정부는 왜 이들의 불법을 방치하는가.

셋째 이념에 빠진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이 정책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 70% 이상이 탈원전을 반대하는데 철회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탈원전으로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을 사장시키고, 우리 경제 미래의 먹거리를 차버리고 있다. 또 환경이 나빠져 미세먼지가 더 많이 생기고 있지 않은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4대강 보 철거, 국민연금을 통한 경영간섭 등 반기업정책, 문재인케어 등등. 많은 문제가 있는 정책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 이대용 전 월남 주재 공사는 월남패망 후 월남 감옥에서 수년간 고생하면서 월남 지도층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사이공억류기’란 책에서 첫째 간첩이 많았고, 둘째 보수세력이 분열했으며, 셋째 부정부패가 만연했기 때문에 월남이 망했다고 적고 있다.(이대용, 사이공 억류기/1981)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100여 년 전 조선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집권자의 무능과 무책임, 국민의 무지몽매함이 총 한방 쏘지 못하고 나라를 잃게 만들었다. 다시 그 쓰라린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국민이 각성하고, 깨어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가다가 어찌될 지 국민이 깨달아야 한다. 설마 설마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일이 아니다. 

 맹정주

  전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장

  전 국무총리실 경제행정조정관 

  전 강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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