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의 딴생각]

[청년칼럼=하늘은] 90년대 초, 모방송사 TV쇼를 통해서 몰래카메라(몰카)라는 단어가 통용되기 시작했다. 설정된 상황에 당사자만 모르게 촬영했더니 그 사람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감없이 볼 수 있어서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런 반응의 이면에는 ‘누군가를 속이는 순간’이 주는 짜릿함도 있었을 것이다.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린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의 몰카를 방송하고 있다.

‘xxx에게 죽은 척 하는 몰카’
‘사기 당했다며 500만원 빌리는 몰카’
‘여자친구에게 속이 안 좋다며 방귀 몰카’
‘재벌3세 흉내 내기 몰카’
‘저 곧 출산해요, 엘리베이터 몰카’

내가 이렇게 몰카 제목을 잘 알고 있는 이유는 심심할 때마다 유튜브를 만지작거리며 재밌는 몰카를 찾아 봤기 때문이다. 구독자의 물꼬가 터질수록 수위는 점점 올라갔고 몰카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내가 ‘키득키득’ 거리는 사이 몰카는 나의 일상이 되었고, 누군가의 사적공간은 침해당했을 것이다.

Ⓒ픽사베이

사실 몰카는 재밌는 영상이라는 공식만 머릿속에 있었지 누군가를 위협할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김성준(56) 전 앵커의 몰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얼마 전 그는 지하철역에서 한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하다가 발각됐다. 혐의를 부인하며 도망갔지만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말았다. 그의 휴대전화에서 몰래 촬영한 여성의 사진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성폭력범죄 처벌특별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어 조사받고 있다.

언론인이었던 그마저도 몰카를 가볍게 생각한 탓일까. 몰래 촬영해서 혼자만 간직하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평소 소신발언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사람이자, 성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클로징 멘트를 했던 그는, 한 여성의 속옷을 도촬하며 자신의 언론 인생을 마감했다.

물론 김성준 전 앵커의 몰카와 1인 방송인들의 몰카는 의도와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 또한 1인 방송인들은 몰카 촬영 이후 대상자들에게 ‘방송을 내보내도 되는지’에 대해 허락을 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몰카가 초등생들도 즐기는 오락물이 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몰카’에 열광하는 우리 자신의 내면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를 속이고 몰래 촬영할 때의 쾌락, 그리고 그것을 시청할 때의 재미, 결국 몰카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재미와 범죄를 분간하기 힘든 상태가 되면, 우리 또한 김성준 전 앵커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위대한 언론인과 범죄자는 종이 한장 차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며 이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하늘은

 퇴근 후 글을 씁니다 
 여전히 대학을 맴돌며 공부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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