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부엌인 니시키 시장 근처에 1764년에 창업한 이치하라 젓가락 가게가 있다. 일본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젓가락 가게이고, 왕실에 젓가락을 납품하는 가게이다. 창업주는 헤이뵤에(平兵衛)로 오미(近江) 상인 출신이었다.
 
오미는 오늘날 교토와 맞붙어있는 시가현의 옛이름이다. 바로 그곳에서 헤이뵤에는 교토에 올라와 젓가락 가게를 시작했는데, 말년에 실력을 인정받아 왕실에 납품하는 어용상인으로 지정되었고, 현재도 어용상점이다.

오늘날 이치하라 젓가락 가게에서는 무려 400종이나 되는 젓가락을 팔고 있는데 용도가 모두 다르다.

일본의 젓가락은 기본적으로 4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젓가락의 몸통이 둥근 마루(丸)형, 몸통이 네모난 사각형, 그리고 양구(兩口)형과 편구(片口)형이 그것이다. 양구는 젓가락의 양쪽을 다 쓸 수 있는 것을 말하고, 편구는 우리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한쪽만 쓰는 젓가락을 말한다.
 
양구의 젓가락은 정월이나 장례, 제사 때에만 사용하는데, 인간 중에서는 천황만 쓸 수있고 가격은 개당 840엔으로 한번만 쓰고 버린다. 값이 비싼 칠기젓가락은 1700년대 이후부터 생산되었고, 칠기에 은박금박 등 다채로운 무늬가 많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흑문자(黑文字)라는 젓가락은 과자를 먹을 때 쓰는 칠기젓가락을 말한다. 싼 것은 2-3천엔, 비싼 것은 10만엔(140만원)짜리도 있으며, 젓가락에 고객의 이름을 새겨주기도 한다.
 
 


이치하라 젓가락의 가훈은 <쓰지 않는 물건은 판매하지 않는다>이다. 즉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것만 판다. 이치하라 젓가락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은 미야코 바시, 헤이안 바시 두 종류이다.

이치하라 젓가락은 지금까지 8대를 이어오면서 각자 자신의 세대에서 한가지씩 특징 있는 젓가락을 개발해 왔다. 그중 하나가 미야코 바시라는 대나무 젓가락이다. 이 젓가락은 150년 이상 된 가옥의 천장에서 뜯어낸 대나무로 만든 것이다.

일본은 과거에 집안에서 취사를 했다. 장작불을 때어 밥을 짓게 되면 연기가 난다. 그 연기는 천장으로 올라가 초가지붕을 받치고 있는 대나무를 그을리게 한다. 수십 년 간 장작 연기에 그을려진 대나무는 나무 자체가 질겨질 뿐만 아니라 그 연기 때문에 병충해를 입거나 썩지 않게 된다. 연기가 방부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치하라 젓가락은 그중에서 150년 이상 된 대나무를 전국 방방곡곡에서 구해 젓가락을 만들어 팔고 있다. 이 젓가락은 일반 대나무 젓가락과는 달리 내구연한이 무려 15년이나 된다. 일반 죽제품 젓가락이 1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비해 훨씬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헤이안 바시는 8대 사장, 현재의 이치하라 다카(市原高.58) 사장이 개발한 젓가락이다. 헤이안 바시는 참깨 한 알도 집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끝이 섬세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전통적인 젓가락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1회용 젓가락이 연간 250억개나 소비되고 있다.해마다 북해도만한 땅의 나무가 벌채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일본은 1회용 젓가락의 대부분을 수입한다. 수입대상국은 주로 중국이다. 중국은 1회용 젓가락을 수출하기 위해 변방지역의 나무를 무차별로 벌채했다. 그 결과 산림이 사막화되면서 황사현장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그 피해국은 한국과 일본이다. 일본의 소비자들도 이런 점을 알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근래에 환경보전과 함께 품질이 좋고 안전한 전통젓가락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일본은 매년 8월4일을 <젓가락의 날>로 정해놓고 있다. 8(하치)와 4(시)의 첫글자를 따면 하시 즉 젓가락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이는 젓가락의 문화와 전통을 후세에 이어주기 위해서이다.
 
/논픽션 작가, <일본의 상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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