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송의 어둠의 경로]

[청년칼럼=서은송] 얼마 전 백화점 정기교육을 받으러 H사 직원 교육장에 방문했다. 여러 백화점에서 간단한 알바를 많이 해봤던 터라 직원 교육은 여러번 받아보았지만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는 교육은 처음이었다.

간단한 소방법과 인사법을 배우는 것임을 알기에 ‘도대체 9시간 동안 뭘 가르치는 거야’ 투덜거리며 한시간 반 거리에 있는 교육장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H사가 추구하는 목표와 이미지를 보여주며 여러 광고를 보았다. 속으로는 끊임없이 앞으로 벌어질 9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아… 회사 공부시키는 건가 보다.’

그렇게 9시간 동안 무엇을 배울지에 대해 추측하는 사이, 강사는 느닷없이 요새 고객들에게 겪었던 힘든 일들을 이야기해보라며 조를 짜서 발표를 시켰다.

‘뭐지… 직원 자가 심리치료법을 알려주는 건가.’

신발을 신어보고 벗어던진 고객, 상품은 환불하면서 사은품은 가져간 고객 등 각양각색의 사연이 쏟아졌다. 그렇게 힘든 경험을 나누던 강사는 느닷없이 인간의 뇌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갑자기?’

Ⓒ픽사베이

인간의 뇌는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데 그중에서도 화를 내는 뇌는 가장 낮은 층인 파충류의 뇌라는 것이다. 도마뱀을 언급하면서 사람을 설명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뭔 소린가 싶으면서 감정이 복잡해졌다.

“그런 고객이 나타나면, ‘나는 지금 포유류의 뇌가 나를 지배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시고 화를 참으시면 되요^^”

점심식사 시간을 뺀 8시간 동안 직원들에게 빙글뱅글 돌려말하는 핵심 메시지는 결국 그거였다. 어떤 진상이 와도 화를 참으라는 것. 이런 말을 장장 8시간 동안 이렇게까지 정성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놀라움, 난 이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하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왔다.

진상 고객을 대하며 상처받은 직원의 감정을 치유하는 법 따위가 아닌, 무조건 참으라는 이야기는 참으로 씁쓸했다.

어쩌면 나의 뇌를 야금야금 갉아 먹는 것은 파충류의 뇌도 아닌, 그렇다고 포유류의 뇌도 아닌… 도마뱀의 껍질을 숨기고 있는 인간의 혀가 아닐까.

 

 서은송

제1대 서울시 청소년 명예시장

2016 서울시 청소년의회 의장, 인권위원회 위원

뭇별마냥 흩날리는 문자의 굶주림 속에서 말 한 방울 쉽게 흘려내지 못해, 오늘도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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