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이 하나하나 짐을 싸고 있다. 내년에 치러질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23일에는 박진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의 정치 1번지로 일컬어지는 서울 종로에서 내리 3선을 했다. 그렇지만 선수만 쌓았지, 정치1번지 출신 의원다운 면모는 보여주지 못했다. 그저 당이 하라는 대로 따라가기만 했고, 특별히 소신을 내보인 것도 없었다.

박진 의원 뿐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고무도장’ 같은 사람들이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의원도 있다. 이상득 의원의 경우에는 보좌관과 비서실 직원들 상당수가 돈세탁에 연루돼 수사대상에 올라 있고, 본인의 운명도 어떻게 될지 에측하기 어렵다. 현재 각계에서 그를 소환수사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인물들의 출마 여부에 대해 국민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법위반을 비롯해 수사압력에 직면해 있는 의원은 굳이 출마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진다. 설사 당이 공천해서 내보내려고 해도 유권자들의 냉엄한 심판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출마 또는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도 의정단상이나 그밖의 당내외 활동에서 나름대로 소신껏 해왔거나 모종의 뚜렷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할 일이다. 그렇지 않은 인물에게는 그럴 자격도 없는 것이다.

단테의 <신곡>에서도 신에게 봉사하지도 않고 적극적으로 도전하지도 않은 사람들은 신으로부터 경멸받는다.

최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은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특별히 가치 있는 일을 하지 않았으니, 봉사하지도 않고 도전하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의원들은 출마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요란하게 불출마 선언할 필요도 없다. 그저 조용히 사라져 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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