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산으로 이사간 이유2에 이어... 

이 글을 읽기에 앞서 가능하다면 히말라야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한편 보기를 권한다. 그래야 내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될 것이고,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다큐멘터리가 없다면 '꿩 대신 닭'이라고 그냥 대자연을 소재로 한 다큐 한 편 때려보시라~. 이제 준비가 되었는가?

일곱 번의 히말라야 여행(정확히는 내 돈 안 쓰고 회사 돈으로 비행기 타고 헬기 타고 먹고 자는 공식적인 출장 이었다)에서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요약하면 이렇다.

1. 대자연 앞에서 느끼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 인간의 보잘 것 없음, 겸손, 겸허. 비단 히말라야뿐만 아니라 모든 대자연에서 느끼는 공통된 느낌일 것이다.

2. 물질적 소유욕에 대한 반성
히말라야 3천 미터 이상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부자도, 거지도, 재벌도, 월급쟁이도, 남녀노소, 피부색에 상관없이 다 똑같다.
히말라야에서는 바람과 추위를 피할 수 있는 1평 남짓의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과 허기를 달랠 음식과 몸을 녹일 따뜻한 차만 있으면 그걸로 족하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것들은 생각 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필요치도 않다. 아니 그 이상의 것들은 오히려 짐만 되고 더 나아가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 위험 요소일 뿐이다.
히말라야에서 돌아 오면 평소 좁게만 보였던 내 집이 너무 넓어 보인다.
불필요한 것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구나 라고 느낀다.
때로는 결핍이 더 많은 풍요와 행복을 줄 수도 있다는 철학적 깨달음을 얻는다.

Ⓒ픽사베이

3. 보이지 않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고마움

해발 3천 미터가 넘어가면 산소 결핍으로 생기는, 견디기 힘든 고소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아스피린 비아그라(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직원들이 나라 돈으로 단체 구입했다는 비아그라의 또 다른 용도를 히말라야에 가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러나 전문 의약품을 놔두고 민간요법 같은 효능의 비아그라를 기껏 1000 몇 백 미터를 방문하면서 고소에 대비한 의약품이라고 구입한 것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내가 순진한 건가?)를 먹기도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백약이 무효하기도 하다. 그냥 시간이 해결해준다. 만약 시간으로도 해결되지 못 할 경우 '고도'라는 자연의 힘만이 해결할 수 있다.

고소는 체격, 체력, 남녀노소 차별 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번 고소를 경험하면 몇 달간은 적응된다고 한다.
평소에 생각지도, 그 존재를 의식하지도 않았던 산소의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매 순간 숨쉬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산소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모두가 현재 누리고 있는 것은 그냥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평소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분명 존재하는, 나를 생존케 하는 많은 고마운 것들.
그런 것들이 어디 공기 뿐이랴. 가족, 친구, 스승 …  이루 셀 수 없는 많은 고마운 사람이 내 옆에 있음에 안도하고 고마움을 느낀다.

내가 생활자에서 여행자로의 삶으로 바꾸는데 영향을 준 또 다른 하나는 70대에 집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죽을 때까지 전세계를 여행하며 여행자로 살았던 미국인 부부 린 마틴과 팀 마틴이 쓴, 한국에서도 출간된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라는 책이다.
부제는 '용감하고 유쾌한 노부부가 세계여행을 통해 깨달은 삶의 기쁨'이다.

물론 우리나라 보다는 훨씬 더 문화적으로 앞서있고 생활 방식도 개방적인 그들의 방법이 우리와 정서적으로, 습관적으로, 또한 현실적인 측면에서 따라 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공감했던 것은
첫째 제목과 같이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라는 것, 즉 우리 모두는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은퇴 후의 삶은 더 그렇다.

둘째 형태와 방식은 다르지만 행복한 삶을 위한 솔루션으로서 여행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셋째 여행자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 특히 인식 태도 행동을 바꾸고 새로운 모험과 도전에 당당하게 맞서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 책은 나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아무리 체력 좋은 미국 사람들이라고 해도 70 넘은 노인들도 하는데 50대인 내가 못할 것이 뭐가 있을까?

또한 현재의 내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데 지침이 되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집을 팔았고 나는 집을 팔지 않았다는 점(아마도 이는 미국과 한국의 주택에 대한 제도와 현실의 차이일 뿐 서로가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들은 세계를 여행하지만 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여행한다는 점, 그들은 한 곳에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이지만 나는 한 곳에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을 산다는 점.

어쩌면 그들과 나의 가장 큰 차이는 그들은 진짜 여행자이고 나는 여행자와 같은 마인드와 라이프 스타일로 여행 하듯 일상을 사는 유사 여행자 혹은 짝퉁 여행자라는 사실이다.
갑자기 인생을 여행으로 비유했던 Traveling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떠오른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한 것 같다.
여행에도 비유되고, 골프에도 비유되고, 기간이 정해진 유한한 모든 것에 비유될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나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고, 또한 나 자신이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내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 하기 전 여행자로서의 생활 수칙을 작성한 적이 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잘 실천하고 있고 그런 나 자신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그때는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심각하다 못해 비장하기 까지 했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조금은 유치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냥 한번 가볍게 보고 웃으시라.

여행자의 생활 수칙

1. 여행자는 돈을 벌지 않는다. 그냥 있는 돈을 쓸 뿐이다.
그러나 한가지는 명심하자. 여행가서 돈 떨어지면 못 돌아온다.  한마디로 0 된다.

2. 여행자는 애써 돈벌이를 찾아 헤매지 않는다. 그렇다고 찾아온 돈벌이를 애써 거부하지도 않는다. 진정한 플레이보이가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잡는 것처럼.

3. 여행자는 먹고 싶은 것은 먹고, 하고 싶은 것은 한다. 참으면 병 난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그런 일에는 망설이지 말고 그냥 해라.(Now or Never)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하고 난 후에 밀려오는 후회보다 항상 더 큰 법이다.

4. 여행자의 관심은 오직 어디서, 어떻게, 무엇으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인가 이다.

5. 여행자는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오직 현재만을 생각하고 현재에 집중한다. (Carpe Diem) 나 자신의 노력으로 의지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기 때문이다.

6. 여행자는 모든 에너지를 현재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것에 쓴다. 아끼다가 똥된다.

7. 여행자는 오늘의 즐거움과 행복을 절대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 [논객칼럼=신재훈]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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