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준의 신드롬필름]

“우리나라 건국 이래로 지금처럼 돈 벌기 쉬운 때가 없습니다.” 

파격적인 말로 시작하는 이 영상을 보고 필자는 묘한 동기부여가 된 동시에 자괴감에 빠졌다. 돈 벌기 쉽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가? 얼마 전 유투버 리섭이 업로드 한 영상은 100만 뷰를 달성하는 동시에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디지털 노마드라는 용어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말하자면 괴랄하고 오만한 발언이라 생각된다. 

일하고 싶을 때 원하는 곳에서 하고 싶은 만큼만 일하는 삶을 생각해보자. 현실과 판타지 어디에 가깝게 느껴지는가? 나는 판타지에 가깝게 느껴진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해진 시간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업무를 하며 먹고 산다. 이런 삶은 이미 많은 이들의 살아가는 방식이다. 

1997년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21세기 사전’에서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란 용어를 소개하였다. 디지털과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의 합성어이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여 유목민처럼 떠돌며 일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용어의 뜻만 보면 언뜻 멀게 만 느껴지지만 대표적인 직업으로 BJ, 유투버, 크리에이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SNS마케터 등이 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만 있으면 세계어디에서든 수익을 낼 수 있다. 작년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장래희망 순위에 처음으로 5위 유투버가 등장했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용어는 생소하지만 그것을 꿈꾸는 이들은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우리는 왜 유토피아를 앞에 두고 힘든 삶을 살고 있을까?’ 

그래서 필자는 지섭의 발언 속 가이드라인을 쫓아가 보기로 했다. 먼저 샐러오션이라는 카페가 등장한다. 기본적으로는 쇼핑몰 창업 정보 사이트이다. 하지만 게시 글을 보다보면 SNS마케팅, 상품등록 등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일자리들이 간간히 올라와있다. 개인 블로그나 SNS계정에 특정 홍보물을 업로드하고 클릭 당 또는 조회 수 당 돈이 나오는 방식이 흔하다. 실제 게시 글에 의하면 블로그에 제시된 글과 사진을 포스팅 해주면 건당 1~2만원을 지급한다거나 계정을 빌려주면 1달 : 20~40만원, 6개월 60~90만, 1년 90 ~150만원까지 지급가능 하다고 한다. 

필자는 블로그를 정기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게시 글도 30개 이하라서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다. 계정을 빌려주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닐 수 있지만 과대광고 사기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계정의 주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 그래서 블로그 포스팅은 포기했다. 설령 한다고 해도 영상에서처럼 한 달에 500만원을 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 

다음으론 시제품 테스트나 설문조사 같은 것이었다. 여러 구인 사이트를 뒤지다보면 간간히 찾을 수 있지만 워낙 적은 공급에 지원자는 몰리는 판국이다. 또 시제품 테스트 같은 경우는 지방에서는 진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영상에서는 회사를 다니면서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대로 했다고 하지만 평일 낮 시간에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라 보통의 출근시간을 가진 직장인들이 하긴 어려워 보인다. 설문조사는 대부분 보수가 1만 원 이하로 굉장히 적고 금액이 큰 조사는 공급이 적고 경쟁률이 높아 쉽게 구할 수 없다. 

건국 이래로 돈 벌기 제일 쉬운 때라는데 필자가 능력이 없는 건지 이것저것 따지고 드는 게 많은 건지 고민하며 뭐라도 벌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보았다. 

필자는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어 낮 시간에 시간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미스터리 쇼핑은 할 수 있었다. 두 곳에 지원을 하였고 3주 뒤 한곳에서 연락이 왔다. 모 전자에서 지방에 있는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서비스 품질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한국갤럽이라는 곳에서 삼십분 정도 조사원 교육을 받고 지정된 지점으로 떠났다.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 위한 여정이 그냥 부업으로 돈을 버는 것으로 변질된 것을 감지하였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두 곳을 자차로 방문하였는데 총 운전시간이 2시간 반이었고 점심 때가 겹쳐 편의점에서 3000원짜리 샌드위치도 사먹었다. 집으로 돌아와 녹음파일과 명함사진을 올리고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그렇게 한 건당 12,000원 총 24,000원을 벌었다. 

“먹고살기 힘든데?” 

집에 돌아와 든 생각은 이뿐이었다. 꼬박 네 시간을 투자하고 기름 값이며 점심값을 빼면 뭐가 남긴 한건 지 애매했다. 문제의 영상에 댓글들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이들도 많았지만 발언에 상처받고 위축되고 자책하는 이들도 꽤 많았다. 어린 학생들은 한 달에 500만원 버는 게 쉽다는 말을 철썩 같이 믿고 헛된 꿈을 키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픽사베이

“20대에 가난한건 부모 탓해도 되지만 30대에 가난한건 본인 탓입니다.” 

영상 중간에 가슴에 비수처럼 날아와 상처가 되었던 발언이었다. 서른을 목전에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열심히 직업 전선에서 자신의 일을 꿋꿋하게 해나가는 모든 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저는 뛰어나지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제가 해봤는데 여러분들이 맞습니다. 디지털 노마드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겠지만 혹여나 이 영상에 상처받고 자괴감에 빠졌던 필자와 같은 분들이 계신다면 괘념치 말았으면 좋겠다. 

신영준

언론정보학 전공.
영화, 경제, 사회 그리고 세상만물에 관심 많은 젊은이.
머리에 피는 말라도 가슴에 꿈은 마르지 않는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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