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동영상 감상하기19]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이 동영상은 필자가 지난 번에 추천한  동영상의  연사인 로버트 라이시 교수가 미국 버클리 대학 공공정책 골드만 스쿨의 학장 헨리 브래디(Henry E. Brady)와 대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브래디 교수는 라이시 교수가 저서 『Saving Capitalism』에서 제기한 문제들을 중심으로 대담을 이어나간다. 이 책은 『자본주의를 구하라』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데,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패러디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동영상의 분량이 적지 않기에 다소 지루하기 느낄 수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라이시 교수는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해당되는 중요한 쟁점들을 지적하였다. 한 마디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로 인해 민주주의 또한 위태롭다는 것이다.

라이시 교수가 이 책에서 제기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일반대중이 “시장 대 정부”라는 잘못된 프레임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는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려면 자유시장 이념을 확산시켜야 하는 동시에 작은 정부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일부는 자유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강조하면서 오직 강한 정부만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가 문제의 본질을 모호하게 한다는 것이 라이시 교수의 기본 입장이다. 그에 의하면 “자유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정부는 어떤 규칙을 제정해야 하는가?”라고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시장은 난데없이(out of thin air) 등장하는 것이 아니며, 일련의 잘 정비된 제도와 규칙을 바탕으로 해서만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라이시 교수는 제대로 작동하는 자유시장경제를 구축하는 것이 곧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하는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필자 또한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또한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시장경제와는 한참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라이시 교수는 2013년 설립한 <Inequality Media>를 통해 불평등으로 인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알리는 다수의 동영상을 제작해 일반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필자는 그에게서 미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진정한 지식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기에  그의 동영상과 저서를 소개하는 것이다. 미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필자는 미국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한국 사회 전번에는 미국의 제도와 규칙이 그대로 이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국에서 공부한 전문가들이 거의 모든 분야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라이시 교수가 여러 동영상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비판을 통해 향후 미국의 권력구조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지를 예측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미국의 우리와 너무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미나 반미를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제대로 미국을 이용하는 것, 즉 적절한 용미(用美) 전략이다.

라이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자본의 지배에 따른 불평등의 확대와 사회 양극화로 소외된 백인들을 자극해 권력을 장악했으나,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의 자본주의를 구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는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미국 공화당은 작은 정부와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대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유명한 코크 형제(Koch brothers)다. 이들은 엄청난 자금을 바탕으로 막후에서 미국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들이 추구하는 바는 자유지상주의로서 정부 규제와 간섭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라이시 교수가 비판하는 대목이다. 자유시장과 정부 간의 선택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세력에 의해 장악된 미디어는 지속적인 프레이밍(framing)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과연 미국과 얼마나 다른가? 라이시 교수가 지적했듯이 하향재분배가 우세한가, 아니면 상향재분배가 우세한가? 표면적으로는 누진세를 포함한 재분배정책으로 하향재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부유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상향재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시 교수는 이것을 한마디로 조작된 경제(rigged economy)라고 부른다. 한국경제는 어떠한가?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 이사

  <시장경제의 통합적 이해> 외 다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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