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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운동 실패역사가 주는 교훈[최진우의 세상읽기]
최진우 | 승인 2019.07.19 11:09

[논객닷컴=최진우]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사와다 가쓰미(澤田克己) 외신부장은 대표적인 지한파로 통한다. 한국 지사장을 지낸 그는 최근 일본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의 역사를 소개하는 칼럼에서 ‘불발의 역사’란 표현을 썼다.

칼럼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한일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한국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4차례 있었지만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고 그는 단언했다. 4차례의 불매운동은 1995년 일본담배 퇴출운동, 2001년 일본 역사교과서, 2005년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13년 아베 정부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일본정부 관계자 파견 등을 둘러싸고 일어났다.

사와다 부장이 ‘불발의 역사’란 표현을 쓴 이유는 한일간 정치적 사건으로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졌지만 그때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 끝났다는 점 때문이다. 1995년 일본 담배 불매운동때는 오히려 마일드세븐 시장점유율이 올랐고 2005년 불매운동 때도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 2만대 예약판매가 불티나게 잘 팔려 조기 종료할 정도로 일본제품 판매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그는 꼬집었다.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이미지. Ⓒ인스타그램 캡쳐

사와다 부장의 시각은 대다수 일본 경제인들이 느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중저가 브랜드 유니클로의 오카자키 타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11일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고 발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유니클로는 오카자키 CFO의 발언이 국내언론에 알려져 불매운동의 집중타깃이 되자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면서 “당시 전하고자 했던 바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고객님들께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뿐이며, 그러한 노력을 묵묵히 계속해 나가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아베 정부의 한국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국 편의점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일본맥주 등 일본제품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소비자들 사이에 일본제품 안먹고, 안쓰고, 안입는 불매운동이 광범위하게 퍼져가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여행을 가장 선호했던 젊은층 사이에서 일본여행 보이콧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일본관광청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여행을 다녀온 한국인 관광객은 740만명에 달한다. 반면 한국을 찾은 일본인관광객은 270만명으로 약 40% 수준에 그쳤다. 일본을 찾은 전체 관광객이 3110만명 정도임을 고려하면 관광객 4명중 1명꼴로 한국인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일본여행을 취소하거나 보이콧하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다. 다른 어떤 세대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젊은층에서 일본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일본여행 자제를 외치고 또 실제로 동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불매운동도 엄연히 소비자행동주의의 한 유형이다. 민간 차원에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일본정부의 부당한 무역보복을 응징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로 해석된다. 다만 다른 사람의 권리까지 물리력을 동원해 반대하는 불매운동은 올바른 소비자행동주의가 아니다.

초복인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도살금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개 도살 반대 집회. 동물권 운동가로 알려진 헐리우드 배우 킴 베이싱어가 개고기 반대 발언을 하는 집회장소 바로 옆에서 육견협회 측의 '개고기 시식'이 벌어진 것은 이해관계가 다른 두 집단의 의견표출이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와중에서도 서로를 공격하는 물리적 충돌이 없었다는 점은 성숙한 자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베정부의 치졸한 수출규제로 촉발된 소비자 불매운동이 일제차 테러 같이 다른 사람의 권리까지 침해하는 수준으로 확산되는 것은 극히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아직까지 그런 사례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높은 수준을 읽을 수 있게 하는 긍정적 신호이다.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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