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의원이 결국 영어의 몸이 됐다. 그는 26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교도소로 들어갔다. 그는 형집행을 받기 위해 검찰청사에 들어서면서 이번 대법원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혜훈 의원은 25일 “정봉주의 말이 왜 죄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본인이 억울하게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정 전의원은 앞으로 1년동안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야 한다. 그동안 정들었던 ‘나꼼수’ 프로에 출연할 수 없음은 물론이요 내년 총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다.  앞으로 10년동안 어떤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다.

내년에 있을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선거도 감옥 안에서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그가 형기를 마치고 출감하면 이미 총선과 대선은 끝난 다음이다. 시기적으로 참으로 묘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니 그는 얼른 생각하기에 내년 선거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 그가 그토록 하고 싶어하던 BBK나 중앙선관위 디도스 테러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나설 수도 없다.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출마는 커녕 다른 후보자를 도우러 다닐 수도 없다. 본인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참으로 답답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를 가둬넣으면 BBK 진실이 영원히 덮여질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다고 BBK 진실이 덮이는 것은 아니다. 사실은 그 반대로 진행될 것이다. 오히려 야당과 국민의 의욕만 강화될 것이다.

BBK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작업은 이제부터 다시 본격화될 것이고,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수사나 조사도 계속될 것이다. 사실은 이번에 내려진 판결이 진실규명을 위한 불씨를 도리어 살린 것이다.

그에 대한 기소와 판결은 어쩌면 이명박 정부가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정부가 영원하지 않음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한때 천하를 호령하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그들도 퇴임 후에는 국민의 매서운 질책을 받고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물며 그때보다 민주주의가 더 성숙한 지금에 와서는 그 어떤 정권도 영원할 수가 없다. 모두가 때가 되면 물러나서 냉정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1987년 6월항쟁 이후 지속돼 온 대통령 단임제의 핵심 원리이기도 하다.

물론 단임제 문제점이 여러 가지로 나타남에 따라 개헌론이 틈틈이 제기되고는 있다. 나도 그런 필요성에 동의한다. 그런데 단임제의 한 가지 장점은 대통령이 재임중 아무 일이나 함부로 저지를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다. 비록 모종의 잘못이 한동안 가려질 수는 있겠지만, 그 기간은 길어야 5년이다.
그 시기가 지난 다음에는 다시 진실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봉주에 대한 단죄는 이유도 불분명하거니와, 그 이유와 과정도 다분히 ‘꼼수’ 냄새가 난다. 재임중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두면 된다는 단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한마디로 잠시 위기를 모면하려는 술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술수의 유효기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 기간이 지나면 그 흑막은 걷히고 진실은 다시 냉정한 심판대에 오르게 돼 있다.

정봉주씨는 그 사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감옥에서 푹 쉬면 된다. 그가 당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사실은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그가 스스로 희생됨으로써 진실규명의 불씨를 살려낸 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일을 한 것이다. 그러니 그가 할 일은 일단 다했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하면 된다

그러니 당분간 감옥에서 느긋하게 보내기 바란다. 독서나 운동 열심히 하면서 후일을 도모하면 된다. 아마도 내년 12월 그가 세상에 다시 나올 때에는 더 크게 할 일이 있을 것이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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