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복의 잡설]

[논객칼럼=김부복] 가위는 날카롭다. 바위는 묵직하다. 보는 부드럽다.

날카로운 가위는 보를 자른다. 보는 가위에게 당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부드러운 보는 바위를 둘둘 말아서 굴려버릴 수 있다. 바위는 보를 당할 재간이 없다.

그러면서도 묵직한 바위는 가위를 이긴다. 바위가 두들겨 패면 가위는 다리를 잃고 만다.

따라서 가위와 바위와 보는 나머지 상대를 모두 제압할 능력이 없다. 이기는 상대가 있는가 하면 지는 상대도 반드시 있다.

그래서 가위바위보는 ‘견제와 균형’이다. 가위바위보는 견제와 균형의 논리가 담겨있는 게임이다. 철학이 담겨 있는 놀이다.

Ⓒ픽사베이

가위바위보는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성격이 날카로운 사람은 부드러운 사람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묵직한 사람에게는 위압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성격이 묵직한 사람은 부드러운 사람에게 포용될 수 있다. 가위바위보에는 이렇게 ‘처세 철학’도 있다.

가위바위보는 때때로 정부∙정치와 기업, 언론의 관계로도 해석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는 기업에게 ‘갑’이다. 기업은 시쳇말로 이들의 ‘밥’이다. 정책 입법과 규제로 기업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

정부와 정치는 눈엣가시 같은 기업의 돈줄을 막아버릴 수도 있다. 눈 밖에 나는 바람에 ‘공중분해’된 기업까지 있었다. 때문에 기업은 정부와 정치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정치자금은 주로 기업에게서 나오곤 했다. ‘정경유착’이라는 단어가 아득한 시절부터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뒷돈을 대준 기업이 언제나 유리할 수도 없었다. 반대급부를 얻을 때도 있지만 얻지 못할 때도 있었다. 정부∙정치와 기업은 말하자면 가위와 보의 관계다.

언론은 삐딱한 정책을 꼬집고 질타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정책일 경우에도, 비판 하나로 실책으로 둔갑시킬 수도 있었다. 덕분에 언론은 ‘무관의 제왕’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었다.

언론은 뒷돈을 삼키고 시치미를 떼는 정치와 정부를 폭로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소식을 가끔 들었다. 잊을 만하면 ‘독직 사건’이 터지곤 했다.

정치는 서로 삿대질을 하다가도 언론이 카메라를 들이밀면 웃는 얼굴로 돌변하는 능력이 있다. 언론과 좋지 못한 관계가 되는 것은 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바위와 가위의 관계다.

언론은 그러면서도 기업 앞에서는 ‘을’이다. 기업의 광고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앞에서는 특히 그렇다. 대기업을 비판하면 광고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살림살이가 구차한 언론일수록 더욱 그럴 수 있다. ‘언론은 대기업의 홍보실’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가끔 나오기도 한다. 기업과 언론은 보와 바위의 관계라고 할 것이다.

가위바위보가 제대로 맞물릴 때는 사회가 잘 굴러갈 수 있다. 견제가 되고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는 있을 수 있다. 내가 바위를 낼 테니 너는 보를 내라는 등 미리 짜는 경우다. 일부러 져주는 것이다.

친구들끼리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다 보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셋이 모여서 게임을 하다가 하나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가위바위보 놀이가 항상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언론이 가위바위보 기능을 충실하게 하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견제와 균형도 힘을 잃을 것이다.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가 ‘특정 언론’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하는 현상이다. ‘특정 방송’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보도하면서 ‘특정 정당’의 로고를 사용하는 현상이다.

이유는 언론 스스로가 못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단히 못난 탓이다.

보수언론, 진보언론으로 갈라져서 다투면서 언론이 기능을 다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독재와 맞서서 싸울 때는 그런대로 하나가 되었던 대한민국의 언론이 언제부터인지 제각각의 목소리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나 혼자 살아남겠다는 ‘자사 이기주의’ 때문이다.

갈라진 언론의 바위는 ‘든든한 주먹’일 수가 없다. ‘피라미 주먹’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런 주먹은 아무리 휘둘러도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김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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