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의 스포츠와 3분 과학]

[오피니언타임스=이상주] 스포츠와 응원은 어떤 관계일까. 요즘 국내에서 열리는 커다란 스포츠 행사가 2019 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다. 193개국에서 7,266명이 참가한 이 대회는 7월 12일 개막돼 28일까지 계속된다. 경기 종목은 경영 다이빙 하이다이빙 수구 아티스틱 수영 오픈워터수영이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입장권이 매진된 종목은 하이 다이빙이다. 남자 27m, 여자 20m 높이 야외 플랫폼에서 다이빙하는 짜릿한 ‘3초 예술’ 매직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경기장으로 몰리고 있다. 멋진 승부에는 구름 관중이 모인다. 또 관중의 응원은 경기력의 큰 변수가 된다.

선수는 성원을 받을수록 힘을 낼 가능성이 높은 반면 야유를 받으면 기량 발휘가 쉽지 않다. 2002년 월드컵축구에서 4강의 쾌거를 이룬 한국팀, 80년대와 90년대 프로야구에서 좋은 성적을 낸 해태타이거즈의 승리 원동력 중 하나가 팬들의 열광적 응원이다.

그렇기에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등은 홈과 어웨이 게임을 번갈아 가면서 한다. 어느 한 곳에서만 하면 홈팀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모든 것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홈팀 선수는 장거리 이동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운동장 위치, 바람, 잔디 상태, 그라운드의 미세한 차이 등을 아주 잘 안다. 또 무시못할 변수가 응원이다. 홈팀은 관중으로 부터 응원을 받아 실력발휘 여건이 조성된다. 반면 원정팀은 낯선 곳에서 때론 야유까지 받아 부담을 안고 게임을 하게 된다.

응원문화의 대표는 축구장에선 '오 필승 코리아', 야구장은 ‘파도타기’라고 할 수 있다. 오 필승 코리아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큰 물결을 이룬 응원이고, 파도타기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이 원조다. 이후 파도타기는 국내에 상륙해 한국야구의 대표 응원문화로 자리 잡았다. 오 필승 코리아는 서너 명만 돼도 응원이 가능한 반면에 파도타기는 최소한 수십 명은 있어야 한다. 헝가리 오트뵈스대의 타마스 비첵 교수는 2002년 네이처지에 파도타기 응원에 필요한 초기 인원은 25~35명이란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어떤 유형의 응원도 효과는 엇비슷하다. 또 원정팀이나 홈팀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도 근본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모두가 소리와 제스처가 동반돼 선수들의 각성수준을 높이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선수는 각성수준이 높아져 흥분하면 행동을 습관적으로 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골프선수가 경기 전 완벽한 정신 집중으로 헤드업을 하지 않겠다는 자기암시에 성공했다. 그런데 수많은 관중 앞에 설 때 반응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연습 때 헤드업을 하지 않은 선수는 관중 앞에서도 샷을 할 때 고개를 들지 않는다. 이에 반해 평소 헤드업을 하는 선수는 관중을 의식해 자기암시도 잊고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 흥분하면 평소의 습관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중의 응원 효과는 홈팀과 원정팀 선수의 구분 보다는 개인의 성향에 크게 좌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응원이 홈 팀 선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홈 팀 선수는 응원과 주변 환경에 익숙한데다 관중들과 일체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원정팀 선수는 수만 명이 모인 운동장에서 내 편은 적은 인원밖에 없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응원엔 성원과 야유가 포함된다. 홈팀이 기회를 얻으면 "와~"라는 함성과 박수로 에너지를 발산한다. 응원의 템포가 빨라지면 소리의 진동수도 올라간다. 열광적인 소리의 울림은 대개 홈팀 선수들에게 성취의 자극으로 작용하지만, 상대 팀 선수들에게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홈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나오는 "우~"하는 야유도 그렇다. 소리 톤이 낮아지면 진동수도 낮아진다. 그러면 공격자는 적극성이 떨어지고 심리적 불안감이 나타난다. 야유를 받으면 긴장할 때와 같은 신체 반응이 일어난다. 혈압과 맥박이 빨라지고 교감신경에서는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된다. 한마디로 흥분상태가 된다. 여기에 혈관이 수축하고 침 분비량도 감소해 소화기 계통에 문제를 일으킨다.

사람의 가청 영역은 0dB~120dB까지이다. 120db 이상이면 심한 고통을 느끼게 되고 오랜 시간 계속되면 청력을 잃는다. 야구장에서 수만의 관중이 지르는 함성은 120db 이상이다. 그러나 대개 홈 팀 선수들은 고통으로 여기지 않는다. 물론 부담스러워 하는 선수도 있지만, 오히려 행동이 촉진된다. 큰 소리라고 해서 무조건 소음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사람에게만 고통이 되는 것이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원정팀 선수가 많이 해당된다.

응원과 야유는 계속되는 것 보다 반복될 때 더 영향을 끼친다. 야구에서 매 회 끝나고 공수 교대 시간에 북을 치면서 반복적으로 응원하는 게 더 효과적인 것이다. 긴급한 상황을 알리는 구급차 소리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도 이 까닭이다.

결국 응원은 선수의 심리에 많은 영향을 줘 경기력과 연결된다. 홈 팀 선수에게는 자신감을 주는 반면 원정 선수에게는 힘이 빠지게 한다. 그래서 홈경기 승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상주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장과 야구부장으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는 세종대왕 자녀교육법, 세종의 공부법, 조선명문가 독서교육법 등 베스트셀러 10여 종이 있다.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