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에는 화합과 불화가 끊임없이 교차한다. 한때 화합했던 사람이나 집단도 어느 새 불화를 겪고, 불화를 겪던 사람과 집단은 일정시간이 지난 후 화합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한다.

화합에는 두 종류가 있다. 좋은 화합과 나쁜 화합이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친선과 우애를 낳는 반면, 후자는 결탁과 야합을 유발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화에도 두 종류가 있다. 좋은 불화가 있고 나쁜 불화가 있다. 좋은 불화는 선의의 경쟁과 견제를 가져오고, 후자는 분쟁과 질투를 초래한다.

후자는 트로이전쟁을 유발한 ‘불화의 여신’이 좋아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오델로>에 등장하는 이아고나 진시황 사후 아우 호해를 꼬득여 형과 반목하게 만든 조고(趙高), 조선 예종 때 남이 장군을 죽음에 이르게 한 유자광, 충무공 이순신을 모함한 간신배들이 아마도 그 수제자 일 것이다.
전자도 불화의 여신이 싫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불화는 인간을 비행과 악덕에 빠지지 않게 한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타락하지 않도록 이끈다. 설사 한때 타락에 빠져들었다 해도 다시 개선될 수도 있다.

지금 한나라당에는 ‘불화의 여신’이 끼어들려 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27일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런 불화를 주도할 조직이다. 비대위에는 지금까지 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 서 왔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로 미뤄 볼 때 불화의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이 스스로 불화의 여신을 불러들인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과 ‘나쁜 화합’을 즐겨왔다. 그 과실을 누려왔다. 그 화합이 너무나 깊었던 반면 국민들과는 불화에 빠져들었다. 국민과의 불화가 너무 깊어져 당이 더 이상 존립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사건은 이런 불화를 극대화했다. 그렇기에 한나라당은 지금까지의 자신을 부정하고 이명박 대통령과의 ‘불화’를 감수하기로 한 것 같다.

이 대통령과의 ‘불화’를 감수하기로 했다면, 비대위가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지 4년 동안 너무나 많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가까이로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사건이나 종합편선채널의 무리한 출범, 한-미FTA 강행처리가 있었고, 멀리는 BBK 사건이나 4대강 공사와 민간인 사찰 및 이상득 의원에 대한 의혹 등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2가지의 국정조사와 4가지의 특별검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어려운 일이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처리하려고 시도하다 보면 ‘누워서 침뱉기’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국민과의 불화를 씻어내기 위해 문제들을 찾아내고 시정하고 싶지만, 그것이 한나라당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큰 것이다. 마치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박근혜 비대위원장으로서는 멈칫하고 주저하게 될 수도 있다.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을 주저할 수 밖에 없는 것과 비슷하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판도라 상자를 열 것인지 아니면 그냥 닫아둘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앞으로 한나라당과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화합’과 ‘블화’ 사이에서 끊임없이 잴 것이다. 어느 것이 유리할지 계산할 것이다. 만약 이 대통령과 화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되면 화합을 추구할 것이요, 반대라고 판단된다면 불화에 자신을 내맡길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애매한 입장을 취하면서 줄타기 곡예를 할 것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선택이다. 국민들은 박근혜 위원장과 비대위가 하는 일을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내년 총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표로 평가할 것이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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