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정서 체제가 선진국들의 잇따른 이탈로 사실상 와해되면서 배출권거래제 도입 유보를 촉구하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 등 경제5단체와 한국철강협회 등 주요 업종별 15개 협회들은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산업계 공동 건의문을 27일 국회에 전달했다.

배출권거래제란 온실가스 감축목표치의 과·부족분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온실가스 감축에 동기부여를 한다는 것으로 해당 법안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된 이후 현재 ‘기후변화대응·녹색성장 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건의문에 따르면 “지난 11일 종료된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결과(이하 COP17), 지난해 기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위 러시아, 5위 일본, 8위 캐나다 등 선진국들이 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지 않기로 선언,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상위 국가들이 모두 불참함으로써 교토의정서 체제는 사실상 와해됐다”면서 “교토체제를 대표하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를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피터 켄트 캐나다 환경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의회연설에서 “교토의정서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과도한 비용부담과 함께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데 캐나다만 책임질 필요는 없다”면서 교토의정서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요네쿠라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도 지난 11일 COP17 결과에 따른 긴급 결의문에서 “일본정부가 교토의정서의 단순 연장론에 가담하지 않은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산업계는 2013년 이후 자발적으로 ‘저탄소사회 실행계획’을 착실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지난 1997년 상원에서 ‘미국 경제의 심각한 손실을 고려, 향후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해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이 참여하지 않는 어떠한 국제협약도 당사국으로 참석하지 않을 것’이란 결의문을 채택한바 있다. 결의문상에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관련 제도 도입시 모든 법적인 규제 행위에 대한 세세한 설명과 경제적 비용 및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동반돼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산업계 건의문에서는 또한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인한 과중한 비용부담은 국내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이나 외국인 투자기피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국내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이는 곧 고용감소, 물가상승 등 국민경제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건의문이 인용한 산업계 공동 연구결과를 보면, 제도가 도입될 시 철강·디스플레이업종이 밀집된 경북지역은 약 4,700억원의 매출감소와 2,520명의 고용감소, 석유화학·철강이 밀집된 전남지역은 약 4,000억원의 매출감소와 1,970명의 고용감소, 자동차·철강이 밀집된 충남지역은 약 1,200억원의 매출감소와 730명의 고용감소가 예상된다.
현 배출권거래제 법률안에 따라 유상할당을 5%~100%로 적용할 경우, 산업부문은 매년 4.7조원~14조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며, 100% 무상할당 시에도 감축부담에 따른 배출권구입 등으로 매년 약 4.2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건의문은 “COP17에서 2020년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후변화체제 설립을 위한 협의를 계속한다는 결과를 담은 선언문(Durban Platform)을 채택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로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게 됐다”며 “현재 국내에서 논의 중인 배출권거래제를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산업계도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로도 온실가스 감축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시행중인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교토체제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서둘러 도입하는 것은 국제 흐름에 맞지 않는 방향”이라며 “COP17 등 국제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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