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에 살면서 휴가보내는 두 가지 방법

[논객칼럼=신재훈] 독자들은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나는 은퇴 후 서울을 떠나 부산 해운대에서 여행자로서의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는 은퇴인이다.

부산은 대한민국 대표 해양 관광지이다. 일상을 관광지, 특히 해변 휴양지에서 산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매일매일을 여행 온 기분으로 산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즐거움과 행복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모든 즐거움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대한민국 최고의 해변 휴양도시인 이곳 부산에 살면서 감수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일년 중 이맘때인 여름 휴가시즌이다. 평소 주말에도 해운대 주변은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제법 붐빈다. 여름휴가 성수기인 7월말~8월초가 되면 부산의 주요 관광지들은 전국에서 온, 심지어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조금은 짜증나는 일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남들은 일년에 한 두 번, 겨우 휴가 때나 올 수 있는 이곳에서 1년 12달을 산다는 것은 어쩌면 특권일지도 모른다.

사람들로 붐비는 한 두 달쯤은 즐거운 마음으로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더 나아가 나도 그들처럼 부산에 휴가 온 여행자라고 생각하고 여름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여름 휴가기간을 대충 3박4일로 잡으면 나는 이곳 부산에서 10번 이상의 여름 휴가를 보내는 셈이다.

Ⓒ픽사베이

내가 이번 특집에서 제안하는 두 가지 여행 방법은 나중에라도 부산을 여행하게 될 때 참고가 될 것이다.

부산을 즐기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두 가지 방법을 섞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부산뿐만이 아니라 국내외 어느 관광지를 여행하더라도 참고가 될 만하다.

어떤 나라, 지역, 도시를 처음 방문할 때는 여행사 패키지처럼 남들 다 가는, 그곳을 대표하는 관광지를 다녀오는 것이 좋다. 그래야 사람들을 만나서 어디 다녀왔다고 할 때 말이 통한다. 또한 대표 관광지에는 그럴만한 이유와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이런 방식의 관광을 할 때는 제대로 느끼기도 어렵고 증명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대부분 대한민국의 여행자들은 그렇게 어떤 곳을 일생에 단 한번만 다녀오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이런 류의 여행에 익숙해 있다.

한번만 다녀와도 될만한 관광지도 있지만 최소한 우리가 아는 이름난 관광지, 지역, 도시들은 몇 달 몇 년을 살아도 그곳의 가치를 충분히 느끼고 누리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이유로 나는 내가 선호하는 몇몇 나라 도시들은 적게는 몇 번에서 많게는 수십 번을 다녀오기도 했다. 심지어 부산 같은 곳은 몇 년을 살고 있지 않은가?

여러 번 반복해서 방문할 때는 대표 관광지 외에 덜 알려져 있지만 독특한 매력을 지닌 그런 곳을 다녀 오던가, 혹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먹방, 힐링, 문화, 액티비티 등 테마를 가지고 다녀 오는 것도 좋다.

여행은 새로운 곳을 경험하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익숙한 곳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휴양지인 부산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픽사베이

첫 번째 방법은 가장 전통적인 여행방식인 휴양 인파 속에서, 마치 부산에 휴가 온 것처럼 즐기는 방법이다.

마치 은퇴 전에 여름 휴가로 부산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해운대, 광안리, 송정, 동백섬, 마린시티, 자갈치시장 등 부산의 대표 관광지를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시간에 가는 것이다. 내가 여행자라는 기분을 맛보기 위해서다. 여행자라는 느낌을 이보다 더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내가 여행자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여행 방법이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분히 경험했을 부산을 여행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대표 관광지 보다는 덜 알려져 있는, 숨은 명소(사실 숨은 명소라고 하기엔 너무 알려져 있다. 단지 대표 명소 보다는 조금 덜 유명해서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덜 붐비는 명소라는 의미로 해두자)를 찾아 새로운 부산을 느껴보는 것이다.

여행자들의 경험과 빈도가 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여행의 트렌드가 소도시 여행과 함께, 같은 장소 다른 느낌 여행, 즉 남들과 달리 유명 관광지에서도 비교적 덜 알려진 곳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기 위한 여행이다.

내가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곳은 두 번째 방법의 추천 여행지로서 부산의 대표 관광지는 아니지만 나름의 멋과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곳으로 내가 부산으로 이사 와서 새롭게 발견한 보물같은 장소다.

1. 청사포 등대에서 송정으로 이어지는 해변 철도길

이곳은 비 오는 날 또는 해질 무렵 어스름에 특히 멋진 곳이다.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어 호젓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바다를 보며 철도 길을 걷는 색다른 맛을 볼 수 있다.

철도길 중간쯤에 있는 다릿돌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사포와 송정의 모습도 일품이다.

전망대 다리 투명 유리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20미터 아래 바다도 한여름의 더위를 날려줄 만큼 충분히 오싹하게 만들어 준다. 저녁 해질 무렵 바다를 보며 맛보는 회와 조개구이는 덤이다. 해운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가격까지 착하다.  

2. 오시리아 해변 산책로

송정에서 기장으로 올라가다 보면 해동용궁사가 나온다. 행동용궁사를 지나서 바로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오시리아 해변산책로이다. 이 곳의 특징은 부산의 여느 해변과는 다르게 제주도의 바다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부산의 바다는 대부분 산과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의 해안은 한라산을 정점으로 점점 완만해져 평평한 평원과 바다와 만나는 전형적인 제주도의 바다를 빼 닮았다. 해질 무렵 이곳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제주 서귀포의 산방산 앞 사계리 해안도로를 걷고 있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고개 너머로 해동용궁사가 보인다.

이곳을 여행하는 이상적인 코스는 기장에 있는 L땡 프리미엄 아울렛에 들러 강한 햇빛을 피하며 가볍게 쇼핑을 하고 바닷가 바위 위에 지어진 이국적인 분위기의 해동용궁사를 둘러본 후 기장 볏짚 장어구이나 물회를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오시리아 해변 산책로를 걷는 것이다.

오시리아 해변산책로를 끼고 아난티 코브라는 리조트 단지가 있다. 이곳 힐튼 호텔 1층에 있는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라는 카페와 결합된 책방, 어쩌면 도서관에 가까운 그런 곳이 있다. 나는 이곳을 애용한다. 이곳은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그런 형태의 장소이다. 영리추구가 목적인 사기업에서 운영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

마치 영업을 포기한 것 같은 편안함을 준다. 다른 종류의 영업장을 만들던가, 임대를 줬다면 더 많은 수입을 올렸을 텐데 그것을 포기한 것이다. 그런 과감한 결단을 한 호텔 관계자들에게 찬사와 함께 감사를 보낸다. 그런 종류의 문화시설이 있고 없고가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판단하는 바로미터이다. 이터널 저니를 시작으로 그런 문화 시설이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이곳에 오면 현실과 분리된 또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 든다.

동서고금의 현자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 같다고나 할까? 아마도 그래서 이름이 이터널 저니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부산에서 부산과 다른 뭔가를 느끼고 싶을 때마다 이곳 오시리아 해변산책로를 찾는다. “ 부산에서 만나는 제주의 바다 “ 라고나 할까?

3. 기장군 일광해변 임랑해변 해안 산책로

기장은 부산과 붙어 있지만 남해라기 보다는 동해에 가깝다. 부산의 해운대 광안리 해수욕장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해수욕장과 바닷길이 펼쳐진다. 더 소박하고 더 정이 간다. 군데군데 동네 맛집들이 많아 이것저것 먹으며 다니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이곳의 대표적인 볼거리 중 하나는 죽성리 드림성당이다.

죽성항에 위치하여 바닷길과 접한 곳에 마치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다. 유럽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그런 건축양식의 아담한 성당이다. 이곳은 사실 성당이 아니라 2009년 주진모와 손담비가 주연한 드라마 “ 드림 ” 촬영장에 세웠던 세트다.

그런 공통점 때문인지 제주 섭지코지에 세워진 드라마 “ 올인 “ 촬영장 교회 세트와도 묘하게 닮아있다. 교회 세트라는 점뿐만 아니라 풍광조차도 몹시 닮아있다.

이곳도 전형적인 부산의 바다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바다다.

이번 여름 부산으로 휴가를 온다면 한번쯤은 매번 가던 대표관광지 말고 조금 덜 알려진, 그래서 더 정감있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그런 곳들, 위에서 소개한 곳 같은 색다른 여행지를 찾아보자.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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