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터넷 실명제'가 머지 않아 폐지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년도 업무계획을 통해 이런 방침을 밝혔다.

방통위의 이날 보고는 '인터넷 본인확인제도', 즉 인터넷 실명제를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돼 있다. 재검토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상 폐지 쪽으로 기운 셈이다.
정부 차원에서 인터넷 실명제 폐지 의지를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2007년 7월 악성댓글 등에 따른 사회적 폐해 방지를 위해 국내 포털의 게시판을 중심으로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가 5년여만에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2010년 이후 트위터 등 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급속히 확산하는 등 인터넷 소통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인터넷 실명제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실명제가 해외 SNS는 적용되지 않고 국내 포털에만 적용돼 역차별로 작용하는 점, IT 강국의 이미지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등도 제도개선의 이유로 꼽았다.
인터넷상에서 본인확인의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는 주민등록번호도 수집하거나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방통위는 내년 중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 인터넷상에서 주민등록번호 사용을 단계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부터 하루 방문자 1만명 이상의 웹사이트에 대해 주민번호의 수집·이용을 전면 제한하고, 2013년부터는 모든 웹사이트로 확대하며, 2014년부터는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주민번호 대체 수단으로는 아이핀이나 휴대전화 번호 등이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이미 네이트는 지난 9월부터 주민번호 수집·이용을 중단했다.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대표적인 포털들도 내년부터 주민번호 수입·이용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서 회원가입 등에 사용되는 주민번호는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방통위는 또 케이블TV나 IPTV 등 유료방송 수신료와 통신요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방송통신 요금의 근로소득 소득공제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통신요금 월 1천원 인하 등 꾸준한 통신요금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계에서 차지하는 통신비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통신비의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방통위가 뒤늦게 정신차린 모양이다. ‘인터넷 실명제’라는 부자연스런 제도를 통해 시민의 표현 자유를 억누르고, 인터넷 산업에 족쇄를 채우다가 이제 그 한계를 뒤늦게 절감한 듯하다. 그 사이 주민등록 번호 유출사건이 벌어지는 등 시민들이 그 대가를 치렀다.
이 부자연스런 제도를 통해 이명박 정부는 무엇을 얻었을까? 시민들의 말과 글에 재갈을 물린 것 외에 얻은 것이 없었던 것 아닌가? 설령 무엇을 얻었다 해도 그 대가가 너무 크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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