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골프와 인생]

[오피니언타임스=김수인] 흔히 스포츠를 인생에 비유한다. 승리를 쟁취하는 과정에 희로애락(喜怒哀樂)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전장이 42.195km인 마라톤 풀코스를 예로 들어보자. 출발의 총성은 멋진 출생을 의미한다. 사람의 나이로 40대 중반쯤인 반환점까지는 잘 달리나(과장, 부장으로 순탄한 승진) 반환점을 넘어서면 서서히 스피드가 줄어든다(회사에서의 승진 가도도 더뎌짐). ‘마(魔)의 35km(60세 정년)’ 지점을 지나면 체력이 떨어져 힘겹게 결승선에 다다른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홈에서 1,2,3루를 거치며 다시 홈으로 돌아와 득점을 올리기까지 타자(투수 혹은 수비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여기엔 멋진 안타나 홈런도 있지만 어이없는 견제사와 수비 실책 등 굴곡도 많다. 예기치 못한 드라마가 정규 9이닝까지 3시간여 동안 끝없이 펼쳐져 가히 인생의 축소판이라 할수 있다. 

마라톤이나 야구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삶을 묘사하는 게 골프다. 4~5시간 동안 18홀을 돌며 파3, 파4, 파5 등 다양한 코스를 경험해야 한다. 목표로 하는 스코어를 만들어내기까지는 OB(아웃오브 바운즈)와 워터 해저드, 까다로운 벙커를 피해야 한다. 또 멋진 아이언샷과 어프로치, 정교한 퍼팅이 하모니를 이뤄야 버디를 곁들인 파 행진으로 기분좋게 라운드를 마무리 지을수 있다.

물론 그 반대도 있다. 첫홀부터 OB를 내고, 미스 샷으로 공을 벙커에 빠뜨리고, 스리 퍼트를 밥먹듯이 하면 스코어는 보나마나다. 실패한 인생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픽사베이

‘골프와 인생’이라는 칼럼에서는 골프를 준비하며, 또 실제로 라운드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례를 예로 들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교훈을 얻어내고자 한다.

첫번째 화두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다. 이 말은 채근담에 수록된 것으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차갑게 대하라는 뜻이다. 사람은 자신의 일에는 한없이 너그러워지기 쉬우므로, 이를 경계하라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이 말을 반드시 가슴에 새기고 플레이에 임해야 한다. 왜냐 하면 골프는 매너와 에티켓을 지키는 신사 운동인 탓이다. ‘젠틀맨의 나라’ 영국에서 발원했기 때문에 더욱 더 이 여덟 글자를 깊이 새겨 첫홀을 맞이해야 한다. 자칫 동반자를 불편하게 하거나 자신의 욕심을 앞세우면 그간 쌓아놓은 우의에 금이 갈 수 있고 비즈니스를 그르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티샷이 OB 선상에 떨어지면 2벌타를 받게 돼 다음 플레이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만약 동반자의 티샷이 OB 선상에 떨어졌을 때 “아마추어는 이 정도는 무벌타로 양해가 됩니다. 편하게 다음 샷을 하시죠”라고 너그러움을 표시하는 게 ‘대인춘풍’이다. 그러나 자신의 티샷이 OB 선상에 떨어지면 룰을 엄격하게 적용, “2벌타를 먹고 OB티에서 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지기추상’이다.

또 동반자의 공이 디보트(클럽에 의해 패어진 자리)에 빠지면 구제해줘 디보트 옆의 잘자란 잔디로 옮겨서 치게 한다. 하지만 자신의 공이 디보트에 떨어지면 미스 샷을 감수하고 공을 옮기지 않고 그대로 친다. 이처럼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고 매너와 에티켓을 지키면 지인들 사이에서 존경과 신뢰를 한몸에 받게 된다. 그 반대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모 중견기업의 회장은 골프 매니어인데, 계열회사 사장 후보 면접을 함께 골프를 치면서 했다. 사장 후보는 플레이를 하면서 회장의 티샷이 OB 지역으로 떨어지면 얼른 달려가서 공을 찾아냈고, 디보트에 있는 공은 슬쩍 옆으로 옮겼다. 아마추어들이 성공시키기 어려운 1~1.5m의 퍼팅은 기브를 줘 회장이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게 배려했다. 물론 자신은 엄격하게 규칙을 적용해 회장의 환심을 샀다. 면접 결과는 당연히 ‘합격’이었다.

이는 물론 특별한 케이스지만, 골프장에서의 매너있는 플레이는 언제나 인격을 높여주거나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채근담의 교훈’을 늘 가슴에 새기고 1번 홀을 맞이하자.

김수인

매일경제,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에서 23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홍보회사 KPR 미디어본부장과 PRN 부사장, KT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실장(전무)을 역임했다. 현재 스타뉴스에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매주 연재하고 있으며 ‘김수인의 파워골프’등 4권의 저서가 있다.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