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송의 어둠의 경로]

“나는 장례식은 하지 않으려고.”

얼마 전, 사랑하는 친구 할아버지의 부고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을 찾아갔다. 매캐한 초의 향이 묵직하게 식장 곳곳에 안개처럼 깔려있었다. 애써 웃어보려 노력하는 나의 친구에게 나는 그저 묵묵히 맥주 두어잔을 마시며 다독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나지막히 무거운 침묵을 깬 그의 첫마디는 “나는 장례식은 하지 않으려고…”였다. 잠시 멈칫하고는 그에게 재차 물어봤다. 그는 이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례식도 결국 다 돈이더라.”

평생을 돈 벌기 위해 살았고, 살아가는 데 있어 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죽어서까지도 돈돈돈 해야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참으로 무의미하게 다가 온 모양이었다. 거칠었던 그의 삶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약자의 이야기를 세상의 표면 위로 끌어올리는 하루들의 연속일 뿐이었다. 좋은 경력과 완전한 마음으로 그는 그런 세상의 이야기를 밖으로 올려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픽사베이

친구의 말 한마디로 나는 3일이 지난 지금까지 가슴 한 켠에 틀어박힌 크고 단단한 덩어리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느낌을 받는다. 살아가기 위해 죽어가는 것인지… 죽어가기 위해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는 삶의 굴레 속에서 죽음마저 돈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 참… 무어라 이루 말할 수 없는 무의미함이었다.

돈이 있어야 죽음이 위로 받는 세상. 명예가 있어야 더욱이 위로 받는 세상. 그렇다고 너무 많으면 자식들이 싸우는 세상. 한번 살아나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죽어본 사람은 없기에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고독하고도 추상적인 존재를 그토록 무서워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물론 가끔은 막연한 우주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것처럼, 홀연 듯 죽음에 대한 공포심을 느낄 때도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 잔인한 슬픔이 있는 지도 모르고…

죽음이라는 것이 돌아오지 않을 고도(god)도 아니고, 언젠가는 둘러둘러 찾아올 존재임을 알기에… 나는 죽어가기 위해 살아가는 것을 택하기로 한다.

빨간 장미들이 수놓인 곳에 웃고 있는 나의 사진, 그리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내가 좋아했던 노래들. 내가 좋아했던 음식들. 이렇게 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나의 발자취를 심어주고 가고 싶다.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위로하려 한다.

 서은송

제1대 서울시 청소년 명예시장

2016 서울시 청소년의회 의장, 인권위원회 위원

뭇별마냥 흩날리는 문자의 굶주림 속에서 말 한 방울 쉽게 흘려내지 못해, 오늘도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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