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어떤 작은 일이라도 일단 시작된 후 적절한 선에서 통제되지 않으면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된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인과법칙의 기본원리대로 하나의 원인이 모종의 결과를 낳고, 그 결과는 다시 원인이 되어 또 다른 결과를 낳는 법이다. 그런 인과의 연쇄는 자연의 이법이요, 사물의 필연이다. 2011년 대한민국은 그런 사물의 필연이 갖는 무게를 실감했다.

2011년 상반기중 경제신문을 포함한 일부 보수신문들이 즐겨 쓰던 말 가운데 ‘복지포퓰리즘’이라는 말이 있었다. 국민들의 복지도 좋지만, 복지에 너무 많은 지출을 하면 재정파탄을 초래한다는 요지였다. 때마침 불거진 그리스와 이탈리아 같은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위기가 이런 논리를 뒷받침해 주었다. 그것은 결국 복지에 되도록 재정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특히 ‘무상복지’는 안된다는 주장이 무성해졌다.

보수신문들의 이런 논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반대 입장과 만나면서 더욱 기승을 부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런 논리를 등에 업고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반대하자 보수언론은 맞장구치기에 바빴다. 그것이 무슨 대단한 구국논리라도 되는 듯이 오 시장을 엄호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복지포퓰리즘’을 경고했다. 보수세력은 환호했다. 이런 식으로 오 시장의 무상급식 반대론은 보수언론과 보수세력으로부터 강력한 지원를 받았다.

사실 초등학교 무상급식은 소요되는 예산도 그다지 크지 않고, 다른 분야에서 절감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반대론은 한사코 거부했다. 여야의 협상과 타협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특히 오세훈 시장은 협상과 타협이라는 쉽고도 자연스런 과정을 모두 물리치고 주민투표로 몰고 갔다. 시장 자리는 물론이고 정치적 생명까지 걸고 무모하게 도박을 걸었다. 그 과정에서 보수언론과 보수세력이 똘똘 뭉쳐 오시장의 억지 논리를 후원하고 확대재생산했다. 결국 오세훈 시장의 무리한 논리와 무모한 모험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오 시장은 홀연히 사라졌다. 우리 사회에 갈등의 늪만 깊게 파놓고 무대를 떠나갔다.

그러자 오 시장을 엄호한 이명박 정부를 대한 심판하겠다는 시민들의 갈망도 커져갔다. 이럴 때 안철수씨와 박원순씨가 선거무대에 등장했고, 한나라당은 패배하고 말았다. 게다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패색이 짙어진 한나라당이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사이버테러라는 사상초유의 사건까지 저질렀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치명타를 맞았다. 존망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권철현 전 주일대사는 “한나라당이 역사적 사명을 다한 것 같다”고 말했고,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사실상 소멸됐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정권은 몰락의 길로 들어섰고,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서둘러 다시 등장하게 됐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은 여전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원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으면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실 연초에 복지포퓰리즘 비판과 무상급식 반대론이 처음 제기됐을 때만 해도 이런 결과가 예상되지는 않았다. 하나의 불장난 정도로만 여겨졌다.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한 오세훈 시장의 ‘몽니’ 정도로 생각됐다. 그렇기에 여당과 야당이 적적한 선에서 타협해서 모종의 합리적 결론을 도출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실 그것이 ‘순리’이고 ‘정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역리’와 ‘꼼수’를 도모하면서 시민들을 현혹시켰다. 그 결과 그들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오 시장의 ‘불장난’이 이토록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 과정을 돌이켜보면 그것은 원인과 결과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과정이었다. 그런 필연의 과정을 차단할 수 있는 길도 있었지만, 그것을 마다한 결과였다. 오세훈 시장이나 한나라당이 조금만 더 자제하고 순리에 귀기울였다면 이토록 엄중한 현실이 그들 앞에 닥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물의 필연에 겸손하고 조금만 더 깊이 생각했어도 2011년을 보내는 마음이 이토록 무겁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위가 어떻든 2011년은 사물의 필연에 순응하지 않으면 패망한다는 평범한 교훈을 다시 일깨워줬다. 이제 2012년 새해가 오고 있다. 2012년에는 두 차례의 선거가 치러진다. 이 선거에서 어느 정파의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필연에 대한 겸허한 자세이다. 그런 겸허한 자세만 있으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 태연해질 수가 있다. 설사 패배한다고 해도 그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모쪼록 새해에는 이 나라에 ‘필연’을 존중하고 ‘순리’와 ‘정수’를 받드는 풍토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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