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권오용] 집권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소의 양정철 소장이 한 모임에서 “세계 시장에서 1등 제품을 많이 수출하는 기업이 슈퍼 애국자”라고 했다.

국회의장, 국정원장을 별도의 의전 없이도 만날 수 있는 실력자이기에 그의 말은 비중있게 보도가 됐다. 그리고 지금 집권세력은 일본의 경제 침략에 맞서 애국을 외치고 있다. 거기다 죽창, 의병, 국채보상운동, 금 모으기 같은 '어려웠던 시절'의 무기까지 들춰내고 있다. 아무튼 잠시 잊혔었던 애국이란 단어는 이 시대 한국인의 소명으로 다시 다가왔다.

일본의 경제침략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정조준했다. 일본이 공급을 규제하겠다는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일본이 세계시장의 90~70%를 차지해 단기간에 대체국가를 찾기가 어렵다. 제조공정에 일본이 만드는 이들 소재 중에 하나만 없어도 한국의 반도체 공장은 멈춘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를 넘게 차지하는 이 시대, 한국 경제의 거북선이다. 거북선 때문에 임진왜란 때 한국을 이길 수 없었던 일본은 이번 경제 전쟁의 성패를,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어떻게 교란시키느냐'에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일본 전체 수출의 0.001%를 움직여 한국 전체 수출의 21%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치밀하게 연구하고 정교하게 실행한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거북선 식당’에서 회식을 하고 안보실장이 ‘거북선‘을 옆에 놓고 회의를 한 듯하다. 반도체가 건재하면 한국 경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반도체 같은 산업이 12개 있으면 한국 경제는 오히려 일본을 앞설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이번 경제 전쟁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가늠할 결정적 계기이며, 반드시 이겨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9월 평양에서 개최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거북선. Ⓒ청와대

임진왜란 때 일본은 거북선을 만든 이순신을 없애기 위해 집요한 노력을 했다. 이순신이 하옥되고 죽음의 문턱에까지 이르렀던 것은 모두 일본이 계략 탓이었다. 그런데 조정은 이순신을 지켜 주기는커녕 오히려 수군(水軍)을 해체시키려 했다. 그러다 뜻밖에 이순신이 복직됐다. 동시에 일본의 승리로 끝날 듯하던 왜란은 오히려 일본의 겁먹은 철수로 끝났다.

일본의 경제침략에 맞서 우리는 반드시 반도체 산업을 지켜내야 한다. 그래야 경제 전쟁이 일본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려면 역량을 총집결해야 한다. 대통령도, 여·야당도 모두 힘을 모으자며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정부는 국내 생산설비 확충과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핵심소재, 장비에 대대적 투자를 약속했다. 인허가를 간소화하고 환경, 노동 등의 규제도 완화시킬 방침이다. 장기투자와 규제 혁신이 그 핵심적 내용이다.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한 가지가 빠졌다. 거북선을 만든 조선 수군의 선장이 이순신이듯,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의 선장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싫든 좋든 이제 그를 경제 전쟁의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그에게 지금 가해지고 있는 모든 수사를 유예시킬 것을 제안한다. 무죄로 해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진행되고 있는 재판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특성상 과감하고도 신속한 투자 결정을 필요로 한다. 한국에서 반도체 산업이 성장한 이유는 모두 오너들이 이런 역할을 한 덕분이었다. 반면 오너가 없는 일본의 기업은 반도체 산업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일본이 반도체를 공격하는 데, 이재용을 다른 일에 몰두하게 하는 건 전쟁을 치르는 자세가 아니다. 이재용을 전선에 내세우는 것만으로도 지지 않겠다는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대외에 과시할 수 있다. 스스로 긴장하는 효과도 있다.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적폐의 관점에서 보면 못 할 일이지만, 애국의 관점에서 보면 할 수 있는, 어찌보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필자는 본다.

지금 우리는 일본의 느닷없는 선전포고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고 했다. 집권세력은 "독립운동은 못해도 불매운동은 한다”며 애국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국민들도 역량을 모으고 있다.

산업분야에서도 이기는 법을 알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대로 ‘일본에 다시는 져서는 안된다’. 지금은 일본에 지지 않는 것이, 산업(반도체 등)에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애국이다.

권오용

한국CCO클럽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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