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만나는 이국적인 명소 Best 7 (上)

[논객칼럼=신재훈] 지난주 슬기로운 은퇴생활 여름 바캉스 특집으로 부산 여행에 관한 글이 나간 후 많은 독자들로부터 부산의 독특한 명소들을 소개해 달라는 강력한 요청을 받았다. 생각해 보면 은퇴생활 중에도 여름휴가는 가야 하는 것이니 슬기로운 은퇴생활과는 크게 벗어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원래 계획된 글이 몇 회 밀린다고 별일 있겠나 싶어 받아들이기로 했다.

“서울 사는 사람이 남산 케이블카 한번 못 타봤다“라는 얘기가 있다. 너무나 가까이 누리고 사는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것의 진가를 잘 못 느낀다는 얘기다. 이곳 부산에 이사온 후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부산 사람들은 부산엔 죄다 바다라서 별로 볼 것이 없다고 얘기한다. 매일 눈뜨면 보이는 게 바다인 그들에게는 바다를 보기 위해 차로 몇 시간을 달려가야만 하는 내륙 사람들의 바다에 대한 마음을, 바다가 주는 가치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부산 사람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런 곳에서도 외지인인 나는 신비감과 경외감을 느낀다.
고개만 돌리면 언제든 볼 수 있는 사람과 마음먹고 날 잡아야 볼 수 있는 사람의 차이라고나 할까?

나는 이 글을 철저히 외지인의 시선으로 쓴 것이며, 또한 외지인을 대상으로 쓴 것이다.
어차피 부산에서 태어나 계속 부산에 살아온 사람들은 아무리 얘기해도 실감하지 못할 것이니 말이다. 

내가 소개하고자 하려는 곳도 부산사람들이라면 “거가 뭐 볼끼 이따꼬?“ 라고 말 할 수도 있는 곳이지만, 나를 포함한 외지인의 시선으로는 기존의 익숙한 부산과는 뭔가 다른 느낌, 약간은 이국적인 느낌마저 드는 그런 곳이다.

장소 자체의 매력도 충분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곳에 사람들의 손길이 쌓이고 문화가 덧붙여져  지금의 독특한 이미지가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단순히 장소뿐 아니라 가장 멋진 뷰를 볼 수 있는 시간대에 대한 얘기도 언급할 것이다.

그 이유는 모두 잘 알겠지만 비쥬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날씨 그 중에서도, 특히 햇빛(해의 위치, 세기, 각도, 구름 등 시각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들을 통칭한 의미로 해석하길 바란다)이다. 그 햇빛의 위치와 각도, 세기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시간이다. 또한 순광, 역광도 시각적 이미지 및 풍광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이 또한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이제 부산 속에 있지만 부산같지 않은 이국적인 느낌의 명소들을 소개하겠다.

1. 흰여울 문화마을

최근 리트로, 뉴트로 열풍으로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하고 잊혀지고 버려졌던 지역들이 새롭게 조명받으며 힙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을지로가 힙지로라 불리우며 젊은 뉴트로족들의 최애지가 된 것만 보더라도 일시적 유행이 아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여행에서도 리트로, 뉴트로 트렌드가 유행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많은 지자체에서도 마치 경쟁하듯 많은 oo예술마을 xx문화마을들을 개발하고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이런 마을 3총사가 있다. 감천문화마을, 영도 깡깡이 예술마을, 그리고 흰여울 문화마을이 그것이다.

사실 알고 보면 이런 마을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오랫동안 소외된 마을들이다. 한국전쟁을 전후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기존의 오래된 마을을 기반으로, 최근들어 인문학적 트렌드와 문화가 결합되어 새로운 느낌을 주는 힙한 곳으로 재탄생되었다. 이 글에서는 흰여울 문화마을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 이유는 첫째 나머지 두 마을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져 있어 특별한 소개가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둘째 이번 특집의 주제가 이국적인 명소이다. 나머지 두 마을은 이색적이긴 하지만, 이국적이라는 표현에서는 흰여울 문화마을이 단연 압도적이다.

흰여울 문화마을은 영도 봉래산과 바다가 만나는 절벽에 피난민들이 모여 살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해안 산책로가 만들어지고 문화와 예술이 결합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영화 변호인의 촬영지(이 마을의 중심에 영화 변호인을 촬영했던 집이 있다)로도 잘 알려져 있을 만큼 많은 영화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이곳을 찾는 많은 외지인들은 이곳을 산토리니와 닮았다고 얘기한다.

절벽에 지어진 멋진 마을들이 어디 산토리니 뿐이겠냐 마는, 이태리의 쏘렌토, 포시타노, 볼레로, 친퀘테레 등 많은 유명 절벽 마을들과 다르게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집의 색상에 있다. 절벽 위에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새하얀 벽과 푸른색 지붕의 집들이 산토리니의 특징이며 강렬한 아이덴티티로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내가 이곳 흰여울 문화마을을 본 느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산토리니의 이아마을과 닮았다.

흰여울 문화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산토리니의 이미지를 가지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곳곳에 엿보인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걷고 있노라면 내 기억 속에 남아있던 산토리니의 모습들과 추억들이 자연스럽게 소환된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를 하지는 말라.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클 수도 있으니까.
그냥 기대 없이 스쳐 지나듯 가볍게 다녀가는 것이 더 큰 여운을 남길 것이니 말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흰색과 푸른색으로 칠해진 절벽 위의 집들과 골목길 사이로 특색있는 카페와 상점들, 그리고 벽화와 미술 작품들을 보며 걷노라면 이곳이 부산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해안 산책로와 인공동굴, 그리고 흰여울 문화마을을 대충 둘러보는데 한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이곳은 부산 여행의 중심인 해운대와는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다. 만약 숙소가 해운대 근처라면 하루 날 잡아서 이곳 흰여울 문화마을과 인접한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태종대, 송도 해수욕장, 송도 해상케이블카를 묶어서 둘러보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인 동선이 될 것이다. 특히 태종대와 송도 해상케이블카가 빼어난 자연 경관으로 우리의 눈을 호강시켜 준다면, 이곳 흰여울 문화마을은 사람 냄새와 함께 감각과 감성으로 우리의 정서를 충만하게 해줄 것이다. 기왕이면 해가 쨍 하고 바다가 푸르게 보이는 날, 마치 산토리니 날씨 같은 날 낮 시간에 흰색 원피스와 모자를 쓰고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차도 한잔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인증샷도 찍으며 산토리니의 정취를 느껴보기 바란다.

그리스 산토리니 Ⓒ신재훈
흰여울 문화마을 Ⓒ신재훈
Ⓒ신재훈
Ⓒ신재훈
Ⓒ신재훈
Ⓒ신재훈

2. 오시리아 해안산책로 & 죽성항 드림성당

전편에서도 이미 얘기했지만 이 두 곳은 부산에서 제주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는 제주를 닮은 경관의 빼어남 외에도 또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나처럼 햇빛만 스쳐도 까맣게 타는 사람들, 그리고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중년 여성들에게는 강렬한 태양을 피해 바다경관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최고의 산책 코스다.

이곳 오시리아 해안산책로 바로 앞에 마치 병풍처럼 드리워진 20층 가까이 되는 웅장한 힐튼호텔과 아난티 리조트가 마치 대형 파라솔처럼 강렬한 햇살을 막아준다. 한여름에도 4~5시정도부터 햇빛 신경 쓰지 않고 해안절경을 감상하면서 산책할 수 있다.

늦은 오후에 주변의 해동용궁사, 명품 아울렛, 아나티 코브와 함께 둘러보면 좋다.

드라마의 세트장이었던 죽성항 드림성당의 경우 해가 머리 바로 위에 떠있는 한낮 시간을 피하면 오전 오후 어느 때나 좋다. 그래도 기왕이면 색감의 부드럽고 콘트라스트가 살아서 좀더 깊이 있고 이국적인 사진을 건질 수 있는 늦은 오후 무렵부터 선셋까지의 시간대를 추천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첨부된 사진을 보며 제주를 느껴보기 바란다.

오시리아 해안산책로 Ⓒ신재훈
Ⓒ신재훈
죽성항 드림성당 Ⓒ신재훈
Ⓒ신재훈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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