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일기' 컨테이너마저 침수피해...고통 호소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기자]

사단법인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고진광 이사장. 그는 3년째 6평짜리 컨테이너에서 LH공사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컨테이너 안 수은주가 40도 가까이 오르내리는 찜통더위속에서도 그가 컨테이너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랑의 일기 연수원’ 때문입니다. 행정구역으론 세종시 금남면 남세종로 98. 이곳은 본래 인추협의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있었던 자리입니다.

“연수원이 LH공사에 의해 강제 철거되면서 일기장 등 소중한 자료가 땅속에 매몰되고 일부는 쓰레기로 처리됐습니다. 연수원이 철거된 뒤에도 3년간 사랑의 일기장이나 연수원의 각종 기록자료를 땅 속에서 캐내 이 컨테이너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지난달 27일과 28일 세종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물이 1m이상 차 올라 이 현장마저 침수됐습니다. 그나마 발굴된 자료 1만여점도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물에 젖어 훼손된 '사랑의 일기' 발굴자료@인추협

연수원이 철거된 후 3년간 단수/단전의 악조건에서도 'LH와 투쟁하며 생활'해오고 있는 고 이사장은 이제 생활공간마저 침수돼 일상이 어렵게 됐다고 호소했습니다. 정세용 인추협 세종 지부장을 비롯한 '사랑의 일기' 가족들과 함께 삼복더위 속에서 현장 배수작업을 하고 훼손된 자료를 말리는 등 구슬땀을 흘리는 고 이사장을 오피니언타임스이 만났습니다.

”이번 침수피해는 인재입니다. 주민세와 환경부담금을 내는, 엄연한 세종 시민의 주거지(거주자 고진광)로 등록돼 있는 연수원 컨테이너가 배수시설 미비로 침수피해를 보았습니다. 호우 피해예방에 책임이 있는 금남면 사무소와 세종 시청에 항의했습니다. 행정 청원과 법적조치도 강구할 생각입니다. 약 한달 전에 LH공사와 하청 건설업체에 배수로 설치 등 호우피해 예방책을 마련해 줄 것을 부탁했으나 그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배수로 설치없이 연수원 주변을 매립하고 진입로를 개설하지 않음으로써 피해가 생겼으니 손해배상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고 이사장은 “호우피해 이전에도 허가된 집회활동을 무참히 부셔버리는 그들의 만행에 치가 떨린다”며 “오죽하면 ‘집시법’ 법령을 컨테이너 앞에 푯말로 세워뒀겠냐”고 반문했습니다.

배수로 작업을 하고 있는 고진광 이사장@인추협

고 이사장은 연수원의 강제철거와 관련,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관계자를 상대로 현재 민사소송 중입니다.  세종시 어진동 옛 금석초등학교 폐교부지에 있었던 인추협의 ‘사랑의 일기 연수원’은 2016년 9월 28일 LH공사 측에 의해 강제철거됐습니다.

“연수원을 강제철거하면서 연수원의 전시품과 역사기록물, 학생들 일기 등 120만점의 보관자료 중 상당이 훼손됐습니다. 일부는 쓰레기처리장으로 넘어가 파쇄되고 일부는 연수원 옛터의 땅 속에 묻히는 등 위법적으로 집행됐습니다. 특히 저명인사들의 일기를 비롯해 '소중한 일기 기록문화'를 UNESCO 일기문화 유산으로 등록준비를 하고 있던 중이어서 그 준비서류철까지 폐기됐습니다. 폐기됐거나 훼손, 매립된 기록문화 가운데는 김수환 추기경과 송월주 큰스님,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친필도 있습니다. 그 외 전시물 등 수만점이 훼손되거나 사라졌습니다”

‘사랑의 일기 연수원’은 인추협이 2003년 5월에 개원한 곳으로 '반성하는 어린이는 삐뚤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청소년 인성교육과 캠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곳. 고 이사장은 “행정수도로 지정되기 전, 충남 연기군이 ‘사랑의 일기 연수원’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폐교로 들어가게 됐다”며 “당시 연기 군수는 연수원 부지가 교육청 땅인 만큼 이를 군의 다른 땅과 대토해 인추협에 기부 체납할 것을 공언하고 구체적으로 군 의회에서 논의하기로 약속까지 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한 약속 아래 연수원을 열고 연수원 부지매입기금으로 확보한 3억여원을 시설과 조경, 주방시설 보강에 쓰고 건물 사용은 임대형식을 취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연수원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지정되자 부지 소유주인 교육청이 수억원을 투자해 유지보수하고 있던 인추협과는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LH로부터 수십억원의 보상을 받고 소유권을 넘겼습니다. LH공사 또한 수억원을 투자한 인추협의 리모델링비용을 보상해 주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강제집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일기유산들이 대거 유실된 것입니다”

피해복구작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사랑의 일기'를 찾아달라며 호소하고 있다@인추협

고 이사장은 “철거 당시 LH는 카크레인과 사다리차, 용달차 116대, 용역업체 직원 등 147명을 앞세워 전투를 치르듯 집행했다”며 “ ‘무조건 밀고 헐어버리는 불도저식’ 강제철거가 LH에 의해 집행되면서 25톤 트럭, 25대 분량의 유품이 대거 유실된 점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워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고 이사장의 바람대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고군분투하고 있는 NGO활동가의 모습을 본다면 법도 그의 손을 들어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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