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람들은 두부를 우리보다는 즐겨먹는다. 두부를 요리해먹는 방법도 우리보다는 다양하다. 그래서 일본에는 두부공장이 수천개인지, 수만개인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두부시장은 대표적인 레드오션 시장이다.
일본에서 두부요리를 대표하는 곳은 교토이다. 교토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산에서 땅속으로 스며든 미네랄이 듬뿍 든 물이 맛이 좋기 때문에, 교토의 채소와 두부도 또한 맛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
교토에서는 약 600년전부터 두부를 요리로 만들어 팔아왔다. 남선사의 스님 소아미가 그 시작이다. 정원예술의 극치로 불리우는 남선사의 탕두부요리는 도자기 뚝배기에 뜨거운 물을 붓고 거기에 두부 한모를 가라앉힌 후 단풍나무잎처럼 생긴 차조기 잎을 띄운 요리인데, 소아미 스님이 절이 너무 가난해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바로 그 요리가 교토의 대표작이다.
12월31일 밤 12시, 제야의 밤에 교토 아라시야마 산에 올라 내리는 눈발을 맞으며
강변에 쌓인 흰눈을 바라보면서 뜨거운 탕두부를 한 입 떠서 먹는 맛. 그것을 교토사람들은 최고의 맛으로 친다. 교토에 12월31일 밤, 눈이 내릴 확률은 20%. 5년 연속 12월31일 밤에 교토 아라시야마산을 올라가야 딱 한번 그런 정취를 느낄 수있다.
자, 바로 그러한 교토에...
삼화두부라는 두부가게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젊은이 이토 신고(43)는 고민에 빠진다. 1968년에 문을 열었으나 장사가 너무 안돼 망하기 직전인, 근근히 먹고사는 자신의 두부가게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그의 화두였다. 교토에는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수백년된 두부가게가 즐비하기 때문이었다.
두부가격은 어느 가게도 한모에 100엔. 맛도 비슷비슷하고, 네모난 모양도 똑 같다. 100엔 짜리 팔아봐야 남는 것도 별로 없다.
그렇다면<바꿔야한다,튀어야한다.>가 그의 생각이었다. 문제는 어떻게 튀는 두부를 만들 것인가였다.
일본의 20대, 30대 남자를 가리켜 초식남(草食男)이라고 한다. 풀만 먹고 사는 애들이라는 이 뜻은 한마디로 용기도, 희망도 그래서 박력도 없는 남자들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88만원 세대와 비슷하다.
여기서 그는 이 시대의 일본남자에게 용기를 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부이름도 <남자다운 두부>로 짓고 가게 이름도 <남자다운 두부>로 바꾸었다.
<남자다운 두부>라는 뜻의 <오도코마에 두부>는 두유의 농도를 좀더 높여서 고소하게 하고, 남자다움을 강조해서 포장에는 <男>이라는 붓글씨를 큼지막하게 써 넣었다. 그리고는 박력과 배짱,용기,의리있는 두부라는 것을 강조하기로 했다. 대신 100엔짜리가 아닌 300엔짜리 두부를 판매하기로 했다. 이게 2005년도의 일이다.
두부가 갑자기 남자다움으로 변신하고, 뭔 의리가 나오며 거기에 박력, 배짱은 뭔가. 그러나 이 황당한 ‘남자다운 두부’가 일반두부보다 세배가 비싼데도 대히트를 쳤다.
초식남들은 이 두부를 먹으면 웬지 남자가 될 것 같고,웬 지 용기와 박력이 생길 것 같은 기분에 사먹기 시작했다.
2005년에 등장한 오도코 마에 두부는 너무 황당하다보니 매스컴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매스컴마다 기사를 써주기 시작하더니 2006년에는 40억엔(600억원), 2008년에는 무려 55억엔의 매상을 돌파했다. 평소 매상의 100배였다.

이어 그는 오도코 마에 두부를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만든 것이 오도코마에 노래인데, ‘남자다운,남자다운,남자다운 두부...’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마치 유행가처럼 번져나갔다. 이어 T-셔츠에도 검은 바탕에 흰글씨로 ‘男’자 글씨를 넣어 800엔에 판매했고 컵, 키홀더, 운동 모자, 손수건, 등산용 색 등도 만들어 판매했다.
2009년에는 도쿄 등 간토 지방을 공략하기 위해 ‘남자다운 두부 크림빵’, ‘바람 불어서 두부 초코롤’, ‘남자다운 두부찐빵’ 등을 발매하기 시작했다.
두부에 상상력을 담아 새로운 시장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판매는 폭발적이었다. 오도코 마에 CM 송은 누구나 회사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있으며, CD로도 발매하고 있고, 트위터나 SMS 등을 적극활용, 젊은 층들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CD로 발매되는 <오도코마에 두부> 노래는 매번 가사가 바뀌어 현재 30곡이 넘었다. 바로 이 30곡을 CD로 만든 것이다. 웃기는 것은 이 CD가 팔린다는 것이다.
이 기발한 발상의 이토 신고 사장은 메이지대 경영학과를 나와 싱가폴 무역회사, 스키치 수산시장 등에서 근무하다 큰일을 냈다. 2010년 매출 60억엔(9백억원)돌파,일본을 대표하는 두부로 만들었다. 회사의 사훈은 <남자다운 두부는 당신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이다. 
/논픽션 작가 <일본의 상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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