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논객칼럼=김선구]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충격파로 환율이 급상승하며 터진 키코사태로 4백여개의 기업이 3조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되고 폐업이나 부도와 법정관리, 기업구조조정 등에 들어간 업체수가 80개를 넘는 걸로 알려지고 있다.

키코라는 파생상품을 판매한 해당 은행들과의 소송전이 2013년 9월 26일 대법원 판결로 종결돼 수면 아래로 일단 내려갔다가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며 적페청산의 항목에 포함시킨 이후 윤석헌 금감원장의 취임과 함께 재조사가 시작되고 그 발표가 임박했다는 보도다.

그 동안 키코란 상품구조나 피해상황 등에 대해 많은 분석과 보도가 이루어져 본고에서는 재발방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에 초점을 맞추려한다. 사건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금융감독원, 은행 ,그리고 기업의 측면에서 무엇을 고쳐야하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복잡하게 구조화된 파생상품으로 인한 국내에서의 대형 사고는 1998년 4월에 토털 리턴 스왑이란 상품명으로 알려진 파생상품으로 은행을 비롯한 국내금융회사들이 대형 손실을 본적이 있으나 그 이후에도 감독당국, 은행과 기업 공히 파생상품의 위험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관리/ 감독시스템을 키우지 못한 채 부실을 대형화시켰다. 

Ⓒ픽사베이

1. 금융감독원

각 기업의 모든 파생상품거래정보가 실시간으로 조회되는 시스템을 마련하여 각 은행이 파생상품 거래전 적합한 목적과 적절한 규모의 계약인지 여부를 각 은행이 검토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서 파생상품의 과다한 이용이나 부적절한 이용을 억지해야 효과적이다.

키코사태가 터진 후 2013년 은행연합회를 통해 파생상품정보조회란 시스템을 가동시켰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월말 자료만 알 수 있고 증권사 등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모든 금융회사의 자료가 통합되지 않아 한계를 보인다.

금감원은 약관 심사 시 서류상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고객에게 실제로 판매되는 현장에서 위험 요인을 포함한 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간과되어도 서류상으로 고객이 판매자로부터 설명을 들었다는 자필서명만 받으면 완전 판매로 둔갑되는 현실을 도외시 한다.

예를 들어 금융지주사들이 즐겨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도 5년 콜 옵션, 즉 조기상환할 권리만 있지 의무는 없다는 서류에만 의존해서 30년 후순위채로 인정하나 판매 창구에서는 발행자는 5년 후 무조건 상환한다고 설명하는 괴리가 있다. 약관을 제대로 심사한다면 30년 후순위채를 사려는 개인이 있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갖고 심사하는 게 필요하다. 

2. 은행 등 금융회사 

복잡한 금융상품을 판매함에 있어 행내 모든 판매자가 고객에게 상품에 내재된 위험요인을 충분히 설명하고 고객이 왜 얼마큼 필요한지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특히 금리나 환율,주가등을 기초자산으로 파생된 상품일 경우 기초자산의 움직임이 최근 몇 년의 범위 안에 머물 거라는 예측을 금융지식 약자인 고객에게 심어주지 말아야 한다.

캐나다의 유수은행에서 간부직원들에게 강조했던 파생상품 판매에 대한 교육을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X 축에는 고객의 성향을, 위험에 대한 수용태도의 정도를 적극적 수용과 적극적 회피로 표시하고 Y 축에는 위험에 대한 지식과 내부관리시스템이 갖추어진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를 표시하는 사사분면을 만들어 고객이 위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위험에 대한 지식과 위험을 관리할 내부 시스템이 갖추어진 고객 위주로 파생상품 영업을 하라 했다. 반대로 위험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성향을 보이나 위험에 대한 지식과 내부관리시스템이 약하고 낮은 고객의 경우는 파생상품을 팔기에 앞서 파생상품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내부관리 시스템을 갖추도록 도와준 후 고객이 거래할 준비가 되면 영업을 하라 했다.

이에 비해 국내은행에서 파생상품 등 복잡한 상품을 팔면서 본점 전문가가 만들어준 설명서만 보고 판매자 본인도 위험요인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는 경우도 많다고 알려져 있다.

3 고객

기업이 지닌 고유한 자산 부채구조나 현금흐름에 따라 파생상품을 통해 헷지가 필요한 경우도 많으나 파생상품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헛된 꿈을 꾸지 말아야한다.

옵션은 기본적으로 사는 쪽은 보험을 드는 거고 파는 쪽은 작은 보험료를 받고 보험을 들어주는 성격을 지닌다. 보험을 들려면 보험료를 내는 게 당연한데 보험료를 내지 않는 구조인 제로 코스트 옵션을 만들다 보니 보험을 드는 한편 보험을 팔아 위험을 무한대로 키운 구조인데도 금리, 환율, 주가가 과거 몇 년간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거라 안전하다고 쉽게 믿다 대형 사고에 노출된다.

감독당국, 은행, 기업 누구하나 과거의 실패에서 자유롭지 않다. 감독당국은 예방차원에서 현실적인 조치를 미루지 말고 은행은 기업에 필요한 지를 의사가 약을 처방하듯 살펴주고, 그리고 기업은 파생상품을 통해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사고의 재발을 막는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