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만나는 이국적인 명소 Best 7 (下)

지난 연재에 이어 부산에서 만나는, 부산같지 않은 이국적인 나머지 명소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3. 마린시티 & 더베이 101

마린시티는 부산에 사는 여성, 특히 주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다. 부산의 청담동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만큼 청담동의 이미지에 걸 맞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카페 레스토랑 부띠끄와 다양한 편의시설에 청담동에서는 볼 수 없는, 푸동과 홍콩을 연상시키는 마천루들로 장관을 이룬다.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낮에는 마린시티 안에서 즐기고, 밤에는 마린시티 밖에서(특히 더베이 101에서 바라본 마린시티의 야경이 최고다) 마린시티의 야경을 바라보는 것이 마린시티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마린시티의 해안도로를 끼고 걷다 보면 홍콩 침사초이 해안 산책로를 따라 만들어진 스타의 거리(The avenue of stars로서 헐리우드 스타의 거리 Walk of Fame을 모델로 하여 조성한 거리)를 연상케 하는 영화의 거리도 만날 수 있다. 세련되고 특색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해안도로와 접해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계속 걷다 보면 동백섬이 나온다.

더베이 101은 동백섬 입구 조선호텔 건너편 쪽에 있다. 이곳은 보는 이에 따라 홍콩 침사추이, 상하이 외탄(와이탄),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Pier 39을 연상시킨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세 가지의 특징들을 교묘하게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생긴지 오래되지 않은 탓에 더 깔끔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그 점이 좋은 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역사와 전통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흔적들은 느낄 수 없다.

낮의 모습은 동백섬, 누리마루, 해운대 해수욕장의 해안선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그들과는 다른 독특한 느낌의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이곳은 특히 밤에 진가를 발휘한다. 밤이 되면 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마린시티의 빌딩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과 바다에 비친 불빛으로, 광안대교가 바라 보이는 광안리 해수욕장의 야경과 함께 부산 최고의 야경을 선사한다. 또한 그 모습이 대단히 이국적이다. 더베이 101에는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한여름을 포함한 늦봄부터 초가을까지는 실내 보다는 야외 테이블에서 마린시티의 야경을 배경으로 한여름에도 불어오는 선선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맥주와 함께 피쉬 앤 칩스를 먹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게 여행하는 맛이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마린시티 영화의거리 야경 Ⓒ신재훈
Bay101 Ⓒ신재훈

 

4. 서퍼들의 성지 송정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은 부산지역, 아니 남해안의 어느 해수욕장보다 지속적으로 바람이 분다.

당연히 파도가 친다. 서핑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양과 함께 서핑의 성지로 불린다.

아름다운 산에 등산객이 몰리면 등산객의 스타일과 취향에 맞는 다양한 식당과 유흥시설이 함께 생겨나듯, 서퍼들이 많이 모이는 이곳 송정해수욕장도 자연스럽게 서퍼들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유흥시설(어쩌면 문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가 영화에서 흔히 봐왔던 과장되고 왜곡된 서퍼들의 이미지인 술과 마약에 찌든 히피적 특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서퍼들은 일부 선수나 서핑샵 주인, 관계자, 마니아들을 제외하고는 한 두 번 서핑을 경험하거나 취미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가 서핑의 참 맛을 알고 그것에 올인하게 되면 진정한 서퍼가 되는 것이다.

그들은 남들보다 열정적이고 활동적이며 새로운 것을 과감히 시도하고 받아들이는 문화적 초기 수용층(Early Adaptor)이다.

송정해수욕장에서 서핑을 즐기는 대다수가 이런 사람들이다 보니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카페 식당 숙박업소 유흥업소들이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현대적이고 서구적이고 세련된 스타일로 변모해 간다.

송정해수욕장 뒷골목과 청사포 쪽 끝으로 특히 클럽문화를 기반으로 한 풀바와 루프탑바가 많다. 또한 서핑샵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서퍼들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해운대해수욕장과는 다른 분위기의 송정해수욕장에서 서핑이라는 해양 스포츠와 함께

이국적인 서퍼들의 문화를 경험해 보길 바란다.

송죽해수욕장에서 관광객들이 서핑을 하고 있다. Ⓒ신재훈

5. 송도 해상 케이블카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관광지 100선에 선정된 부산의 관광명소 5곳 중 하나가 바로 송도 해상 케이블카다. 송도 해상 케이블카는 홍콩의 옹핑 케이블카, 베트남의 나짱 케이블카, 그리고 싱가포르 본섬과 센토사 섬을 잇는 해상케이블카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 십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해상 케이블카 경쟁이 그렇게 치열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중국, 동남아 국가들을 여행하다 보면 여행 가이드들이 소개하는 세계에서 첫 번째 혹은 두 번째로 길다는 5킬로 미터 이상 되는 해상 케이블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주요 해안도시들은 관광 인프라 및 수입 창출의 방편으로 마치 해상케이블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되는 양 너도나도 해상 케이블카 설치 경쟁에 목숨을 걸고 있다.

그 중 송도 해상 케이블카는 국내 최장의 길이는 아니지만 규모, 시설, 경관 등 모든 면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송도해수욕장 동쪽 송림공원부터 서쪽 암남공원까지 1.62Km에 걸쳐 바다 위를 가로질러 놓여있다. 최고 높이 86미터의 바다 한가운데서 느끼는 짜릿함과 함께 송도해수욕장, 영도와 남항대교, 송도 해안둘레길, 기암절벽까지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여행 상품 중 케이블카와 유람선은 호 불호가 많이 갈리는 아이템이다.

유람선도 그렇겠지만 케이블카를 타는 것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 애들처럼 그걸 왜 타? “ 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케이블카의 가치는 다시 말해 케이블카를 타는 이유는 케이블카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케이블카가 제공하는 인간이 날지 않으면 절대 볼 수 없는 색다른 뷰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전문용어로 Bird’s Eye View(조감도로 번역된다. 새가 바라본 뷰라는 의미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높은 앵글을 의미한다)라고 하는데 앵글이 낮을수록 평면적으로 보이지만 앵글이 높을수록 입체적으로 보인다. 또한 스케일 자체가 달라진다. 더 넓게 멀리 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 여행지의 전망대는 더 멀리 넓게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곳, 그래서

가장 아름답고 인상적인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인 가장 높은 곳, 사방이 트인 곳에 위치

한다. 눈 높이만 바꿔도 세상은 달라 보인다.

매번 땅 위의 같은 앵글에서만 보던 부산 바다가 지겨워졌다면 잠시라도 한 마리 새가 되어 하늘에서 부산의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송도 해상 케이블카를 타보길 권한다.

6. 밤이면 변신하는 광안리 해수욕장

부산의 해수욕장들은 도심과 빌딩을 끼고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대부분의 국내 해수욕장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이유다. 우리가 흔히 하와이라고 부르는 오하우섬의 와이키키 비치를 생각할 때 코발트색 바다와 하얀 백사장, 그리고 고층 빌딩(호텔)들이 떠오른다. 부산의 해수욕장들의 느낌이 대충 그렇다. 자연과 문명, 그리고 바다와 도심이 공존한다.

그래서 자연만을 가진 다른 해수욕장들과는 달리 밤에는 도심의 기능들로 인해 낮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든다. 광안대교가 그러한 변신의 중심에 있다. 시시각각 색깔을 바꾸는 광안대교의 조명과 주변 빌딩의 조명, 그리고 저쪽 건너편으로 보이는 마린시티의 조명까지 합세하면 거의 환상적인 야경을 보여준다. 부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볼꽃놀이를 광안리해수욕장에서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해수욕장답게 다양한 먹거리 놀거리로 넘쳐난다.

차 없는 문화거리가 열리는 밤에는, 왕복 2차선도로가 완전 개방되어 이색적인 거리공연장과 산책로로 변신한다. 해운대해수욕장의 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7. 특급리조트 인피니티풀 & 야외 스파

동남아 휴양지 럭셔리 리조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풀빌라, 인피니티풀, 노천스파를 부산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해운대해수욕장 중심에 있는 파라다이스호텔과 기장 오시리아 해안에 있는 힐튼호텔이 바로 그곳이다.

파라다이스호텔은 부산을 대표하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최고의 럭셔리 호텔이다.

물론 기존에도 럭셔리 특급호텔들이 있었고 최근에 새로 오픈하기도 했지만 위치로 보나

부대시설로 보다 나에게는 부산 최고호텔이다. 물론 사심이 많이 개입되어 있다.

나는 파라다이스호텔을 1990년대 직장생활 초반부터 지금까지 애용하고 있다.

몇 년간 파라다이스 호텔 광고를 담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무와 상관없이 난 그냥 파라다이스호텔이 좋았다. 부산에 올 때 마다 무리를 해서라도 거의 파라다이스호텔에 머문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좋아하는 야외 스파와 4계절 수영이 가능한 야외 온천수영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식도 맛있다. 중식당 남풍은 대한민국 최고다. 그리고 뷔페도 또한 서울 최고급 호텔 뷔페 수준이다. 가격을 고려한다면 훨씬 나은 것이다.

몇 년 전 레노베이션을 거쳐 인피니티 풀과 인피니티 스파라는 강력한 무기로 무장한 

시메르로 화려하게 재탄생하였다.

부대시설을 제대로만 이용하면 숙박비가 그리 아깝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관광객에게 중요한 편리한 교통, 각종 편의시설 등의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해운대쪽으로 숙소를 정한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나는 정면 바다가 보이는 방보다 측면 바다가 보이는 방(신관 41호 라인의 15층이상의 고층 룸)을 더 좋아한다. 밤이면 검푸른 바다만 보이는 정면 바다 방에 비해 측면 바다 방에서는 밤마다 광안대교의 야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값도 더 싸다.  

나는 부산으로 이사온 다음날 피트니스멤버가 되었다. 지금은 매일 원 없이 야외 스파와 수영장, 그리고 피트니스 사우나를 이용한다. 내 일상의 행복을 만들어주는 고마운 곳이다.

사람들로 붐비는 도심을 떠나 조용히 짱박히고 싶다면 기장 힐튼호텔을 추천한다.

전편에서 소개했던 오시리아 해안산책로 초입에 위치해서 제주도의 풍광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호텔단지내에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부산에서 제주도를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몇 년 전에 새로 오픈하여 객실 등 모든 시설이 현대적이다. 부대시설 또한 최고 수준이다. 야외 인피니티풀은 1층 높이에 만들어져, 동남아 럭셔리 리조트에서처럼 바다와 하나인 듯 거의 맞닿아 있는 제대로 된 인피니티풀이다. 호텔의 광장에는 호텔직영이 아닌 합리적인 가격의 다양한 식당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중식의 대가 이연복 쉐프가 운영하는(사실 아들이 운영하지만 이연복 쉐프가 자주 오니까 그냥 그렇다고 해두자) 목란이라는 중식당이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줄을 열심히 서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맛있는 한끼 식사를 위해 그쯤은 참아보자.

물놀이에 지칠 때쯤 가족들과 함께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라는 세련된 서점카페에

들러보자. 우아하고 아늑한 분위기와 다양한 책들로 인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독서

삼매경에 빠지게 될 것이다.

슬기로운 은퇴생활 여름 바캉스 특집을 마무리하면서 내가 실천하고 있는 슬기로운 여행생활의 팁을 말해 볼까 한다.

첫째는 부산을 여행하는 팁이다. 3박4일을 계획한다면 2박3일은 비교적 저렴한 호텔에 묶으며 위에서 언급한 이국적인 명소를 하루 종일 둘러 보는 관광을 하고 나머지 1박2일은 특급호텔에서 부대시설을 충분히 이용하며 휴식하는 휴양을 하는 것이다.

양념 반 프라이드 반처럼 관광과 휴양을 결합하는 것이다. 특급호텔에서의 휴양을 마지막에 하는 이유는 관광으로 지친 심신을 치유하기 위함이다.

둘째는 가장 비싸고 사람들이 붐비는 극성수기를 피해 성수기 전후로 여름휴가를 다녀오자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밖에 시간이 안 나서~라고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눈치보지 말고 과감히 실행해 보자.

여행산업도 철저히 경제학의 수요 공급의 법칙을 따른다. 특히 항공권과 호텔의 경우는 공급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수요가 몰리는 극성수기에는 비수기 요금의 두배, 세배 이상 오르기도 한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혹은 조금 늦게 여름휴가를 다녀오는 것 만으로도 성수기에 가는 것 보다 훨씬 더 싸게 여유있게 다녀올 수 있다. 이것이 슬기로운 여행생활이다. 만약 여름휴가를 아직 못 갔다면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성수기 지나고 비수기가 될 때 더 여유 있게 더 저렴하게 다녀올 것을 추천한다.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수영장과 야경 Ⓒ신재훈

 

기장 힐튼호텔 Ⓒ신재훈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