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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비에 우산을 챙기며...[신세미의 집에서 거리에서]
신세미 | 승인 2019.08.19 10:41

[논객칼럼=신세미] 엊그제 해가 쨍쨍 내리 쬐고 다음날 비 뿌리더니,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한결 선선해졌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한여름 불볕더위가 수그러들고 있다. 23일은 ‘땅에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처서.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더니, 어느새 하늘 높이 날아 오르는 잠자리들이 눈에 뜨인다.  

올 여름은 늦은 장마에 이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태풍들의 여파인지 비가 잦아 옥상 화분에 따로 물을 주지 않아도 화초들이 푸르게 잘 자랐다.

잦은 비에 외출 때면 우산이 필수품이다. 며칠 전 세찬 비에 길쭉한 우산을 챙겨 들고 외출했다가 비가 그친 뒤 버스에 우산을 두고 내린 것을 한참 뒤에야 알았다. 지하상가의 할인용품 매장에서 구입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새 우산이다. 또 어느 날은 공공시설의 우산꽂이에 보관했던 우산을 꺼내다가 우산 살끼리 엉키는 바람에 금속 재질의 우산 대 하나가 뚝 부러져 버렸다.

Ⓒ신세미

젊은 층은 공감하기 어려울 지 모르나 중/장년층은 일상의 소소한 생활용품인 우산에 민감(?)한 편이다. 언젠가 모임에서 누군가가 어디 가면 우산에 자꾸 눈이 가고 각양각색 우산을 사게된다며 우산 욕심을 털어놓기에 너도나도 어린 시절 우산에 얽힌 추억담을 주고 받으며 묘한 친밀감을 느낀 적이 있다.

비 오는 날이면 등교 길에 집을 나서며 현관에서 좀 더 상태 좋은 우산을 챙기느라 신경전을 벌이곤 했던 그 때 그 시절  ‘우산 아쉬움’의 후유증일까. 등교 준비가 늦어져 가족 중 맨 마지막에 집을 나서며 대나무 우산살과 푸른 비닐이 쉽게 망가지던 비닐 우산이 내 몫으로 남아 있을 때의 당황스러움…

그 시절 우산은 대부분 검정색, 비닐 소재의 푸른 색이거나 우산 살이 부러지거나 찢어진 상태였나 보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파란 우산, 검정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 길에 우산 세 개가/이마를 마주 대고 걸어갑니다.’ 윤석중 선생이 작사한 동요 ‘우산’의 노랫말에도 ‘찢어진 우산’이 등장한다.

근래에 결혼식 답례품이라면 초콜릿, 떡 같은 별미 식품을 떠올리지만 한동안 하객 답례품으로 접이 우산이 인기였다. 요즘도 각종 업체들이 판촉물로 만들어 배포하는 자사 브랜드의 로고가 찍힌 크고 긴 우산은 너나없이 비상용품처럼 갖추고 있다.

이제 우산은 색, 디자인이 다양할뿐더러 소재도 보다 가볍고 튼튼하게 진화해 그저 비를 가리는 용도를 너머 그 자체로도 멋스러운 패션소품이다. 편의점 등지서 파는 저렴한 비닐제품도 1회용이 아니라 상당히 튼튼하다. 자외선 차단용 양산까지 대중화하면서 요즘 집집마다 우산 양산을 보관할 곳이 절실할 정도다.

우산이 넘쳐나면서 망가진 우산을 고쳐 쓰기 어려워진 점은 아쉽다. 며칠 전 집 부근의 재래시장에 갔던 길에 입구 상인에게 우산 수선집을 물었다가 “요즘 누가 우산 고쳐서 쓰느냐”고 해서 새삼 놀랐다. 번거롭게 우산을 수선해 쓰느니 수선비로 새 우산을 사서 쓰는 게 간편하다는 이야기였다. 살림 정보에 밝은 주변 지인에게 수소문해 봐도 전에는 “아파트 단지 상가의 구두 가방 수선집에서 우산도 고쳐줬는데…”라고 할뿐, 우산 고치는 곳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들 우산 수선집을 찾기 어려워 사소한 고장이 나도 우산을 버릴 수 밖에 없고, 우산살 때문에 우산 버리기도 수월치 않아 탈난 우산은 처치곤란이라고 했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우산 고치는 곳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서울 지방의 지자체에서 주민 편의를 위한 생활 밀착 재활용 사업으로 무료 우산 수리 센터를 한시적으로 운영한 글이 올라 있었다(이용자가 몰리는지 어떤 곳은 1인당 우산 1개로 제한). 몇 아파트 단지에 우산 고칠 수 있는 곳이 있다거나, 장소를 옮겨 찾지 못했다는 답글도 눈에 띄었다.

우리 집 우산 통 속 꼭지 빠지고 찢어지거나, 우산살 부러지고 꺾어진 우산들을 한꺼번에 챙겨 들고 어디로 가야 하나?  

우산을 통해 물자가 넉넉하지 못하던 시절의 아쉬움과 또 다르게, 물자가 풍족한 시대의 이면을 절감하게 된다. ‘쓰다가 망가지면 버리고 새로 사서 쓰는’…

신세미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35년여 미술 공연 여성 생활 등 문화 분야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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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미  dream0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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