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사진작가의 14,400km의 여정_ 프롤로그

Ⓒ김인철

떠날 준비

여행 떠날 준비가 되었나요?
가방은 매끈하게 꾸리셨나요?
우리는 준비를 마쳤답니다. 

이제 트랙에 발을 오르면 기차는 떠나고
낯선 곳에서 당신은 아침을 맞고
반가운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갈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떠나시겠습니까? 

우리는 준비를 다 마쳤답니다.
낯선 곳에서 홀로 외로움을 이겨낼 자신이 있다면
그대 혼자 떠나세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좋으련만
없으면, 더욱 좋답니다. 

두려움 같은 것은 모두 떨쳐버리고....
오라잇!

“세상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터무니없는 이분법을 주장할 만큼 색다른 시베리아 횡단여행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낯선 풍경은 열차 안에서 해가 지고 해가 뜨는 것을 보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난 지 4일 만에 바이칼 호수 위로 해가 뜨는 광경으로, 달리는 열차 안에서 담았다. Ⓒ김인철

시베리아횡단열차(Транссибирская магистраль, Trans-Siberian Railway: TSR)는 러시아의 끝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종착역인 모스크바까지 운행하는 대륙횡단 열차이다. 6박 7일 동안 60여 곳의 역에 정차한다. 이 횡단열차는 중국 북부를 지나 바이칼 호를 남으로 끼고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옴스크, 예카테린부르크를 거쳐 우랄산맥을 넘어 모스크바에서 멈춘다. 그리고 길게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핀란드의 헬싱키까지를 이어주는 철도이다. 보통 시베리아횡단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를 말한다.

이 기행문은 서울-블라디보스토크-시베리아-모스크바-벨로루시-폴란드-독일 베를린까지의 특별한 14,400km의 여행기이다. 19박 20일 동안 보고, 겪고, 만났던 일들을 담았다. 

블라디보스토크 역사 안에 세워진 철도노동자를 위한 기념비. 기념비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역이자 종착역인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반대편 종착역이자 시발역인 모스크바의 야로슬라브 역까지 거리인 9,288km가 아로새겨져 있다. Ⓒ김인철
블라디보스토크 역 선로 사이에 전시된 옛 증기기관차 ‘EA 3306’. 1941~45년 2차대전 시기에 실제 운행되었다. 그 앞에 놓인 달은 허강 중부대 교수의 설치 미술작품인 ‘유라시아 대륙 달빛 드로잉’. Ⓒ김인철

14,400을 견딜 수 있을까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몇 km인지 아십니까?

답이 기둥에 새겨져 있군요.
무려 9288km입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16km, 대략 23번을 가는 거리입니다.

그런데
모스크바 - 벨로루시 - 폴란드 바르샤바 - 독일 베를린까지는 5,100km를 더 가야 합니다.

2015년 7월 14일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발한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는 총 14,400km를 달렸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35번을 달린 거리입니다. 19박 20일 동안!
지루했을까요?

천만의 말씀!

그대가 상상하는 이상의 기쁨과 열정, 재미와 슬픔, 배신과 서운함, 놀람과 감동, 갈등과 사랑, 미움과 즐거움이 있습니다. 죽기 전에 꼭 한번 이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길!

● 나는 아무래도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의 여행하는 사람, 한 개의 편로(遍路)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당신인들 그 이상이겠는가.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9,288km의 여정은 사회주의국가 러시아 사람들을 만나는 길이다. 가장 먼저 만난 열차 승무원들은 온화하지만 엄정한 태도로 안전관리에 대한 믿음을 준다. 역사 및 광장에서는 레닌 등 러시아의 역사적 인물들을 동상으로 만난다. Ⓒ김인철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착역 모스크바의 상징과도 같은 성 바실리 성당이 있는 붉은광장. 왼쪽이 굼 백화점, 오른쪽은 레닌 묘이다.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김호경

1997년 장편 <낯선 천국>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여러 편의 여행기를 비롯해 스크린 소설 <국제시장>, <명량>을 썼고, 2017년 장편 <삼남극장>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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