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말머리]

이용마가 떠났다.
언론인으로서, 한국 정치를 전공한 정치학자로서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그가 눈을 감았다.
그는 1969년생이다. 야속하기 짝이 없다.
우리에겐 그의 능력과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2008년생 쌍둥이 아들은 아직 아버지의 사회적 존재감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은 이용마를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간결하면서도 적확한 서술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서울대 정치학과 87학번이다. 격동의 시대에 대학 신입생이 되었던 그는 한참 어린 모교 후배들과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사회적 대우가 좋으니까, 그냥 기자가 좋으니까 이 직업에 종사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스스로 왜 기자가 되어야 하는지, 기자가 되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잘 정리한 다음 기자의 길에 도전해야 한다.”

- 서울대학교 경력개발센터, <서울대학교 경력개발센터 커리어 기자단과 함께하는 Career Story 2015> 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7일 당시 암 투병 중인 고 이용마 기자의 자택을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이런 고민을 거친 기자가 잘 보이지 않은 지금, 이용마와의 이별에 대한 아쉬움의 크기가 커져만 간다. 그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홍보국장을 맡아 2012년 MBC 파업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때 같이 해고된 언론인 중 한 명이 현재 MBC 사장인 최승호 PD다.

그는 14학번인 학생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계속 진지한 태도를 유지했다. 기자라는 직업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는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약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 매력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사례를 너무도 많이 봐왔던 우리로서는, 이 명쾌한 대답에 가슴이 더 쓰릴 뿐이다.

그는 복막암 투병 중에도 저널리즘과 민주주의에 대한 그만의 올곧은 신념을 놓지 않았다. 살이 많이 빠진 수척해진 모습으로 ‘MBC 노조 파업 콘서트’에 깜짝 출연해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민주주의가 망하는 것”이라던 그의 외침은 많은 언론인과 시민을 각성시켰다.

이용마 기자는 자식들에게 부탁이 하나 있다며 이런 문장을 남겼다.

“나의 꿈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너희들이 앞으로 무엇을 하든 우리는 공동체를 떠나 살 수 없다. 그 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 그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나의 인생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우리 모두 하늘로 돌아간 뒤에 천상병 시인처럼 ‘소풍’이 즐거웠다고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 이용마,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中

윤동주의 <서시>를 삶의 이정표로 삼았던 이용마.
그의 사랑스러운 자식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의 꿈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하늘에서는 ‘소풍’처럼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기를…

언론인 이용마 기자, 그리고 정치학자 이용마 박사.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석혜탁

- 대학 졸업 후 방송사 기자로 합격. 지금은 기업에서 직장인의 삶을 영위.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저자. 
-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한다. 가끔씩 라디오에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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