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사진작가의 14,400km의 여정

자작나무의 향연 그리고 대평원

이것은 병풍이 아니다. 이것은 나무들이 아니다. 이것은 향연이다.

러시아는 우리에게 세 가지를 각인시켜준다.
첫째, 광활함
둘째, 자작나무
셋째, 러시아 미녀

너무 넓어서 놀라고... 동쪽에서 서쪽까지 보통 7일 이상을 달려야 한다.
끝없는 자작나무에 질리고... 스스로 뻗어올랐는지, 사람들이 심었는지 알 수 없다.
미녀들의 아름다움에 쇼크를 먹는다... 그러나 중년을 넘어서면?

무수히 많은 자작나무들은 한결같이 줄기가 가늘다. 아름드리가 없는 것이 아쉬움이기는 해도그토록 많은 자작나무가 한 땅도 쉬지 않고 9000km에 걸쳐 자란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끝없는 시베리아 벌판의 자작나무들에 흰 눈이 쌓인 광경은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그 풍광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다시 러시아를 찾으리라.
흰 나무줄기 위의 흰 눈... 완전한 적막, 완벽한 백색의 향연.
그러기에 러시아 여행에서 돌아오면
눈을 감을 때마다 자작나무가 떠오른다.

‘이것은 나무들이 아니다, 이것은 자작나무의 향연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올라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선뜻 공감할 말이다.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자작나무 숲은 동토의 시베리아를 환상적인 순백의 대평원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김인철
Ⓒ김인철

기차는 겉과 속이 다르다

대륙을 횡단하는 침대칸 기차에 타면 여기가 바로 내 집!.
앉으면 의자, 누우면 침대가 되는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잠을 자고
토론을 벌이고
사랑을 고백하고
빨래를 하고
컴퓨터를 하고
술을 마시고
편지를 쓴다.
그러다가 내려서 호텔에 가면 그곳은 남의 집!

Ⓒ김인철
달리는 대륙횡단열차. 그곳은 누군가에게 끝없이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를 보는 창이기도 하고, 또 그 자체로 낯선 여행지이기도 하고, 주막이기도 하고, 찻집이기도 하다. 때론 좁은 4인용 침대칸이 적지 않은 사람이 모여 생각을 나누며 교류하는 안방이 된다. Ⓒ김인철

여행의 동반자들

나는 알지 못한다.
누구 이 기차를 운전하는지,
누가 안전을 책임지는지
누가 화장실을 청소하는지...

다만 식당칸의 요리사는 알고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기 때문이다.

오지랖이 넓다면 이름을 물어보았을 테지만
러시아 이름은 복잡하기에 그냥 넘어간다.
어쩌면
남자는 이블로스키, 바실리, 이고르일 것이고
여자는 소냐, 나타샤, 빅토리아
중 하나일 것이다.
그 이름이 무엇이건 우리에게 한 끼의 식사를 마련해주어서
감사합니다.

횡단열차가 제아무리 안락하다고 해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언제나 안전제일!’ Ⓒ김인철
드넓은 평원이 허허벌판이요, 황무지 같아 보인다 해도 그 어디에든 사람이 살고 있는 법. 이를 알려주겠다는 듯 앳된 낚시꾼들이 손수 만들어 허름해 보이는 낚싯대를 철로변에 보란 듯이 드리웠다. Ⓒ김인철

자나깨나 안전제일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을
반드시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은 세계 공통이다.
기차에 매달리거나, 닫히려는 문에 뛰어들거나, 철로를 무단 횡단하거나,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서 내려가거나...

위의 표지문이 무엇을 금하는 것인지는 글자를 몰라도 금방 알 수 있다.
기차는 매우 편리하고, 저렴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비교적 정확한 교통수단이지만
사고가 일어나면 대규모가 된다.
그래서 자나깨나 ‘안전’이 제일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엄마 손을 꼭 잡고 가는 것이련만
12살이 넘어서도 엄마 손에 이끌려 가면 바보.
그때부터는 스스로가 조심해야 한다.
그래야 오래 살고, 그만큼 멋진 곳을 여행할 수 있지 않겠는가?

부디 차조심, 몸조심, 술조심, 마음조심 해서 아름다운 추억의 여행이 되기를!

● 이 행동에 대해 나에게 책임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면 당신에게 책임이 있는 일이다. - 도스토예프스키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김호경

1997년 장편 <낯선 천국>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여러 편의 여행기를 비롯해 스크린 소설 <국제시장>, <명량>을 썼고, 2017년 장편 <삼남극장>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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