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사진작가의 14,400km의 여정

행운의 동전 만들기

부자가 되기를 꼭 원치는 않음에도
행운이 찾아오기를 바라기는 한다.
그래서 ‘파랑새’는 있어도 ‘부자새’는 없는 것일까.

그 행운을 만들어보자.
러시아에 가면 행운의 동전을 만들 기회가 여러 번 있다. 독수리 전망대 아래편 광장에 동전을 만들어주는 로시야네(россияне 러시아 사람)가 있다. 동전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30여 개에 달하는 동전 샘플 중에서 하나를 고른 뒤 밑판에 올리고 윗판을 덮고 해머로 꽝, 내리치면 된다. 내가 고른 무늬가 은빛 동전에 새겨진다. 그대로 간직해도 되고, 구멍을 뚫어 목에 걸고 다녀도 된다. 값은 대략 10루블.
만들고 소유하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그 동전이 정말 행운을 거저 준다고 생각하면 그대는 진짜 바보다. 파스퇴르의 충고를 기억하자.
“행운은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에게만 미소를 짓는다.”

블라디보스토크 독수리 전망대에 가거든, 광장에 들러 즉석에서 ‘행운의 동전’을 만들어 목에 걸어보길. Ⓒ김인철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탕, 탕.
쇠에도 메아리가 있다.
두드리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금세 안다.
정말 그럴까?

기차가 언제부터 땅위를 달리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대략 1500년 즈음에 유럽에서 시작되었는데 그때는 말이 수레를 끌었다. 그 수레를 더 빠르게 하고, 더 많은 짐을 싣기 위해 땅위에 나무를 깔았는데 그것이 레일의 시초! 이후 나무를 쇠로 바꾸었고, 영국의 스티븐슨(George Stephenson)이 1841년에 최초로 기관차를 발명했는데 그것이 기차의 출발점이다.
이후 기차는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 오늘날 프랑스의 테제베(Train à Grande Vitesse), 한국의 KTX, 일본의 신칸센(新幹線) 등 초고속열차까지 등장했다. 석탄의 힘으로 움직였던 그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기차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예측하기는 불가능.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기차는 거저 달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너 시간에 한번씩 탕, 탕, 두드려보아야 한다.
단순히 두드리기만 하면 고장이 있음을 알아챌까? 의심하지 말지어다. 의사가 손 한번 짚어보면 그대의 몸 어느 곳이 아픈지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엔지니어들이 긴 망치를 들고 기차 바퀴를 두드리는 점검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나긴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정에서 서너 시간에 한 번씩 기차가 설 때마다 ‘탕 탕 탕’ 두드리며 안전점검을 하는 건 필수. 주황색 쇠뭉치는 열쇠를 잠가 보관할 만큼 중요한 안전점검 장비이다. Ⓒ김인철
Ⓒ김인철

거리의 악사들

이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유럽인들답게 길거리 아무 곳에서나 연주를 하는 낭만이 있는가 하면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나아가 동양에서는 길거리 악사를 보기 어렵다),

또 하나는
직업을 갖지 못한 청년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심히 길을 걷다가 듣는 생음악 연주가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기는 해도
저들의 하루 일당이 얼마일지 가늠해보면 낯선 나라의 청년들일지라도
가슴이 아파오는 것은 사실.

바쁜 길을 잠시 멈추고 트럼펫 소리를 들었다면 지갑을 뒤져 10루블이라도 값을 치르자.
결국은 사해동포(四海同胞) 아닌가?

● 음악은 사람들의 정신으로부터 불꽃이 솟아나오도록 해야 한다. - 베토벤

민속의상을 입은 가무단이 갑자기 나타나 떠나는 이들을 배웅한다. 그 역이 어디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은 복잡한 이름 때문이 아니라, 애잔한 석별의 노래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리라.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김호경

1997년 장편 <낯선 천국>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여러 편의 여행기를 비롯해 스크린 소설 <국제시장>, <명량>을 썼고, 2017년 장편 <삼남극장>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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