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낮잠 자던 제자 재여에게 한마디했다.  “썩은 나무에 대패질도 안된다”고. 요즘 한나라당이 하는 일이나 주변사정을 보면 공자님의 이 말씀이 자꾸 생각난다. 너무 썩어 있으면 그 무엇을 새롭게 도모할 수도 없고, 쇄신하기도 어렵다는 이치를 절감하게 된다.

고승덕 의원이 처음에 무심코 내놓았던 돈봉투 문제는 한나라당이 얼마나 돈독에 오염돼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말하자면 ‘썩은 나무’ 인 것이다.

고 의원이 9일 밝힌 내용을 보면 기도 안 찬다. 2008년 7•3 전당대회를 하루 이틀 앞두고 노란색 돈봉투가 배달됐고, 그 봉투가 쇼핑백 안에 잔뜩 있었다는 것이다. 그 봉투 안에는 현금 300만원과 특정인의 이름 석자가 적힌 명함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새로운 의혹과 소문도 무성하다. 지난 2008년 전대 당시 박희태 후보 측 인사가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50만원씩 돌리도록 지시했다는 설도 나돈다. 당시 박희태 후보를 친이명박계가 집중 지원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친이계의 조직적인 소행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08년 전당대회뿐만 아니라 2008년 비례대표 공천과 2010년 전당대회에서도 비슷한 돈봉투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는 "비례대표 공천도 돈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는 말을 한 바 있고,  조전혁 의원도 "2010년 전대에서 1천만원 돈 봉투를 뿌린 후보도 있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야당이 흔히 한나라당을 ‘돈나라당’이라고 힐난하던 이유가 보다 분명해진다. 더욱이 현직 국회의장이 연루돼서 조만간 검찰에 출두해야 한다니, 대한민국 전체의 수치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몇 년 전 ‘차떼기’ 사건이 터졌을 때 천막당사로 옮겨가면서 철저하게 반성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천막당사는 그야말로 허울이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표면적으로만 반성한다고 했을 뿐, 근본적으로는 반성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음이 이번에 명백해졌다. 무슨 일이든 돈으로 해결하고, 돈으로 기름칠하던 악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최근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 비리도 마찬가지이다. 이 대통령의 처가와 그의 멘토로 일컬어지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주변의 비리들이 자고 나면 하나씩 터진다. 하도 많아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렵다,

언젠가 이 대통령은 현 정권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큰소리친 바 있었다. 그런데 실은 뼛속까지 돈으로 부패해졌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이제 새로운 의문이 든다 이렇게 ‘썩은 나무’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도 8일 “이 정권을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원래 썩은 나무라면 불구덩이에다 던져넣어야 하지만, 이 경우 그렇게 함부로 말할 수도 없다. 참으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전세계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정당 가운데 이렇게 부패한 정당이 또 있는지 모르겠다. 한나라당은 이제 정말로 해체하고 새로 당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국민들에게 이런 ‘썩은 나무’에 표를 달라고 하기에는 한나라당 스스로 생각해도 낯뜨거울 것 같다. 이미 지역구 현장에서는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을 꺼내기도 어려운 실정이 됐다. 국회의원들의 의정보고서에도 한나라당이라는 글자가 잘 보이지도 않게 들어간다. 아예 표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이라는 것이 공허한 수사로 들린다.

그렇지만 국외자가 함부로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스스로 냉정하게 반성해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국민의 마음 속에는 ‘한나라당=썩은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이번에 더욱 확실해졌다는 사실만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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