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나주박물관을 가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나주 혁신도시를 방문했다가 시간이 남아 국립나주박물관엘 들러봤습니다.  들러보기 전까지만해도 “유리 안에 전시돼있는 석기시대 돌도끼나 줄무늬 토기같은 것들과 마주하겠지...”

학창시절에 봤던, 그런 기억의 박물관일 거라는 선입견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시간 보내기엔 괜찮을 싶어 뚜벅~뚜벅~ 가 봤습니다. 나주시 반남면 고분로에 자리한 국립나주박물관은 도로명 주소에서 보듯 반남고분군(사적 제513호)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선입견은 박물관 입구에서 ‘보기좋게’ 깨졌습니다. 초록의 작은 동산(실은 고분)들이 연봉을 이룬 곳에 자리잡은 박물관은 경관부터 비교불능의 포스를 자랑했습니다.

“박물관이 이런 곳에 있다니...” 나도 모르게 작은 탄성이 터졌습니다.

국립나주박물관 전경@동이
박물관 뜰 앞에 펼쳐진 반남고분군@동이

박물관은 넓직한 주차장에 산책길, 쉼터까지 갖춰놨습니다. 일부 방문객은 도란도란 얘기하며 오솔길 걷듯 거닐고 박물관 앞 마당에는 천막과 워터풀까지 마련, 손님들을 맞았습니다.

개구쟁이들은 물에 들어가 물총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천막이나 잔디 밭에서 여유롭게

쉬는 모습.  박물관인지, 공원인지 착각이 들었습니다. 말그대로 힐링공간이었습니다.

나주박물관 정원의 해먹@동이

물론 내부는 전형적인 박물관입니다.

“박물관을 중심으로 수백기의 고분들이 영산강 유역 곳곳에 분포해있다. 이 고분들에 묻여있는 대형 독널(독무덤)에서 마한의 최고 권력자를 상징하는 금동관,금동신발,봉황무늬고리 자루칼 등이 발견됐다. 영산강 유역의 마한문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1929년 나주를 떠났던 나주 서성문 안석등(보물 제 364호)이 88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박물관 중앙에 자리를 잡고...”(나주박물관 안내서)

5세기 무렵 형성된 마한(개인적으론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나라의 이름이었지만)의 문명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반남고분군을 지척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여느 박물관과 다른 '선물'이고...

“저것들이 자네 동네서 나온 거여~~~”

“그래야?~~~송정이네 송정...”

그곳 출신 분들인 듯했습니다. 박물관에 입장한 ‘진지한 관람객들’은 유물들을 주의깊게 살피며 연신 스마트폰에 담기 바쁩니다.

천관산 표기가 된 고지도. 사진 중앙(오른쪽 약간 아래)에 '천관산'으로 한자표기가 돼있다@동이

“저기야~ 고지도 해남 옆쪽에 천관산이라고 쓰인 한자 있잖냐? 그것 관자가 좀 이상허지 않냐?...”

“응?...관자가 완(完)자 옆에 칼도를 썼는데...저게 맞는가? 내가 알기론 갓관(冠)일건데...”

유물(지도)에 적힌 지명의 한자를 보고 진지한 관람객들이 주고 받는 대화내용입니다.

이내 바로 옆에 전시된 전시물에 ‘진지한 관람객’의 지적대로 천관사의 관자가 갓관(冠)으로 표기돼있어 정체불명의 한자는 갓관의 오기였슴이 드러났습니다.

고지도의 표기오류까지 잡아내는 수준높은(?) 관람객 틈에 끼어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 동이 눈에 들어온 한장의 유물. ‘250년 전 과거시험 합격통지서’였습니다. 물론 다른 박물관에도 어딘가 있을 테지만...

생원시 합격증서@동이

조선시대때 생원시는 1등 5명, 2등 25명, 3등 70명 등 각 100명씩 선발했다고 합니다. 유물(교지)은 1765년 위백규가 생원시에 합격했다는 내용입니다. 3등 59인으로 합격했으니 그해 합격자(100명)중 89등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경쟁률이 치열했던 만큼이나 합격의 영예도 대단해 왕이 합격자에게 친히 교지를 내렸던 걸 보면 당시 과거시험의 위상이 짐작됩니다.

박물관 지하의 수장고도 안내가 돼있었습니다. 수장고 관람은 동이도 사실 처음이라 궁금증을 안고 내려가 봤습니다.

수장고는 전시실 못지않게 깔끔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발굴유물들을 처리하는 과정까지 가감없이 보여주고... 각종 토기 등 유물들을 채곡채곡 질서있게 정리해놓은  ‘보이는 수장고’는 관람 프리미엄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옹관묘 수장고는 웅장한 크기의 ‘마한의 옹관’들로 빼곡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유물의 보관처리 과정을 보여주는 수장고@동이

 

거대한 돌널들이 빼곡히 들어선 옹관 수장고@동이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박물관 옆 연못은 한창 연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박물관이라기 보다 거대한 ‘뮤지엄 가든’이었습니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즐기고 맑은 공기 마시며 잠시 힐링하는 호사를 누려봤습니다.

박물관은 그렇게 변신 중이었습니다.

박물관 옆 연못에 피어난 연꽃들@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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