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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과 빅데이터[좋은 동영상 감상하기20]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9.08.29 04:11

[논객닷컴=이영환] 요즈음 파시즘(fascism)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시대착오적인 사상으로 간주되던 파시즘이 21세기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부활하고 있다는 것은 인류의 미래에 불길한 조짐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는 정말 예상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니 세상은 정말 예측 불가능하다.

이 동영상의 연사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주지하다시피 최근 일련의 저서를 통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젊은 역사학자이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그리고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저서를 통해 '빅히스토리'의 관점에서 인류의 미래를 전망한다. 그가 주장하듯이 무모하게 미래를 예측하기 보다는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은 합리적인 태도로 보인다. 파시즘의 부활 가능성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파시즘의 부활을 말하는 사람은 하라리 뿐만은 아니다. 필자가 아는 한 미국 예일대 역사학자 티모시 슈나이더(Timothy Snyder) 교수가 그보다 먼저 파시즘의 부활을 경고했다. 심지어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법이 독일 나치즘의 그것을 그대로 모방했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미국도 파시즘의 부활이라는 우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런 지경이니 다른 나라들은 어떨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이들 외에도 데이터 식민주의(data colonialism)을 말하는 영국 LSE의 닉 콜드리(Nick Couldry)교수,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을 말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쇼사나 주보프(Shoshana Zuboff) 교수의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라리는 이 동영상에서 우선 파시즘과 민족주의(nationalism)를 구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민족주의든, 파시즘이든 모두 상상의 질서(imagined order)로서 실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상상의 질서가 인간 사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인데, 이는 지극히 타당하다. 그 밖에 종교, 화폐 등에도 이런 논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사실 하라리의 뛰어난 점은 정곡을 찌르는 이러한 용어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데 민족주의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 간에 광범위한 협력을 유도해 왔으며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을 나름의 특성을 가진 하나의 민족으로 묶어준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반면, 파시즘은 극단적인 형태의 민족주의로서 다른 민족에 비해 우월하다는 허영심(vanity)을 심어줌으로써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닫게 만든다.

파시즘, 나치즘, 전체주의, 권위주의, 공산주의 등 명칭이 무엇이든 개인 정체성의 다양한 측면을 무시하고, 오직 국가 정체성만을 강조하는 사회는 종국에는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역사가 입증하는 바이다. 이러한 체제들이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중앙집중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취득하고 처리한 후, 그 결과를 실행하는 데 따른 엄청난 비효율때문이었다. 반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이런 면에서 이들 체제보다 우월하였기에 번성할 수 있었으며, 대부분 선진사회로 이행한 나라들은 모두 이를 채택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어떤 정치학자는 성급하게 '역사의 종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이다.

21세기에 파시즘이 부활하고 있는 주된 원인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다분히 역설적이다. 과거 모든 부와 권력의 원천은 토지였는데, 산업혁명 이후에는 기계로, 그리고 지금은 데이터로 이행되었다. 빅데이터가 '21세기의 오일'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게다가 빅데이터를 특정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정보기술적 기반이 확립됨에 따라, 정부가 기업처럼 빅데이터와 정보를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문제는 이것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방식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데 있다. 즉 적어도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더 우월하며 이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식 국가 자본주의가 미국식 자본주의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발 하라리는 이 동영상에서 파시즘의 부활을 막으려면 우리에게 허영심을 심어주는 거울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파시즘이 제공하는 거울 앞에 서면 누구나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 파시즘을 경고해온 슈나이더 교수의 저서 『폭정』과 그의 동영상을 감상해보길 권한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식공유광장(www.iksa.kr) 운영

 <시장경제의 통합적 이해> 외 다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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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ylee11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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