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는 오래된 차 가게가 많다.1160년에 개업한 츠엔(通圓)을 비롯,잇뽀도(一保堂) 차포가 1717년 개업하여 세 번째로 오래된 차포(茶舖) 정도 된다. 2층으로 지어진 목조 가옥은 전통과 관록이 여실히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가 우선 진열되어있는 차 구경부터 했다. 차를 항아리에 넣어 놓고 파는 점이 특이하다. 일본의 오차 가게를 다니면서 이런 식으로 차를 파는 가게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여종업원 4-5명(사진)이 근무 중이다. 점장이 한잔의 녹차를 서비스로 준다. 녹차를 조금 마셨다. 순간 녹차의 너무나 강력한 향 때문에 머리가 핑 도는 듯 했다. 다시 한 모금 더 마셨을 때는 쓰러질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아니 녹차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 있단 말인가?’

소주잔만 한 차 한잔을 간신히 네 번에 나눠서 마셨다.내가 마신 차는 잇뽀당에서 파는 400종의 차 중의 하나이며, 차의 이름은 덴카잇치(天下一)로 옥로(玉露)차이고 한 단지의 가격은 3만4500엔(45만원 정도)이었다. 이 가게에서는 녹차를 흔한 종이포장에 담아 팔기도 하지만 고급차의 경우는 모두 작은 항아리 단지에 넣어 판다고 했다.


항아리에 넣어서 파는 이유는 항아리가 숨을 쉬기 때문에 습도 조절과 향의 보존에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의 향은 400종의 차가 모두 다르며, 잇뽀도의 경우는 교토 인근에서 생산되는 우지차(宇治)만 전문적으로 판다고 했다.

차향에 이렇게 강한 맛이 나기 위해서는 어떤 비법이 있는가 하고 묻자 점장이 말하기를 “모든 차가 다 강한 것은 아니지만 덴카 잇치의 경우 상품명 그대로 천하제일이 되기 위해 제조 단계에서 특수한 비법이 있다”고 했다.
우지차를 재배하는 단계에서부터 다른데, 덴카 잇치의 경우 철저한 유기농으로 생산되며 무농약이고 비료에 생선가루를 넣는다. 녹차를 생산하는데 생선가루를 넣는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어서 어떤 생선가루를 넣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절대비밀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참 후 그 생선은 청어라고 조그맣게 말했다.

과거 일본에서는 채소밭에 북해도산 청어를 잡아 말린 후 그 가루를 뿌리는 전통이 있었다. 그래야 채소 향이 풍부해지고, 채소 자체의 영양가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녹차의 납품을 직접 차밭 농가로부터 받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잇뽀도는 농가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철저하게 도매상으로부터 납품을 받는다고 말했다. 도매상이 농가를 직접 관리하는 것이다.

우지차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도매상은 교토 인근에 약 50여개 정도가 있는데 그들이 생산한 차를 가지고 오면 맛을 보고, 품목별로 얼마를 구입할지를 결정한다고 했다.
300년 된 다포여서 특정 도매상하고만 거래 할 거라고 짐작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50여개의 도매상들이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생산을 독려해서 골라온 녹차를 가지고 오면 그중에 가장 뛰어난 맛을  품목별로 구입하는 것이다.


잇뽀도에는 약 5명 전후의 차 맛 감정사들이 있는데 그들이 잇뽀도만의 미각기준을 가지고 선별하고 있다. 이것이 잇뽀도 만의 노하우다. 그들은 지난 300년간 자신들이 소비자에게 제공해온 맛의 기준이 있다. 그 맛에 합격해야 납품이 가능하고, 맛이 미달될 때는 언제고 도매상을 교체한다.

거기에는 신뢰관계가 없으며, 오랫동안 같이 거래해 왔다는 프리미엄도 없다. 오직 제품 그 자체가 거래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무서운 관리방법이 아닐 수 없다. 잇뽀도가 지난 300년간 망하지 않고 성장해온 비결은 바로 그것이었다.

현재의 사장은 와타나베 고시(渡邊孝史)로 종업원은 130명, 연간 매출은 28억엔(300억원)이다. 잇뽀도 가게 안에는 이런 현액이 걸려있다.

<만고의 소나무 바람 소리, 한 봉에 담아 바친다>

지난 300년간, 세월의 무게가 담긴 글귀이자 맛의 기준을 결정하는 함축적인 한 줄의 시였다.  /논픽션 작가 <일본의 상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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