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취업 활동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는 물론 시험에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거절당하는 체험을 몇 번이나 되풀이한다는 것은 고통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별로 대단치 않은 자신을 대단한 것처럼 계속 얘기해야 하는 일이다.”
- 아사이 료, <누구>

 

청춘의 이야기를 청춘이 썼다. <누구>의 저자 아사이 료는 1989년생이다. 위의 작품을 썼을 때가 6년 전이니, 비슷한 처지에서 동년배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전후 최연소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가 된다.  

 

“진짜 ‘파이팅’은 인터넷이나 SNS 어디에도 굴러다니지 않는다.” 
- 아사이 료, <누구>

 

가짜 파이팅이 판치는 세상이다. 우리네 SNS에 ‘좋아요’는 넘쳐나는데, 따뜻한 온기가 담긴 격려는 보기 쉽지 않다.  

 

 

“자신을 위해 누군가를 이용하지 마. 그리고 요 며칠 사이 책을 몇 권 읽었느니, 연극을 몇 편 봤느니 그런 것도 아무 상관 없잖아. 중요한 것은 수가 아니라고. 그리고 연극계 인맥을 넓히겠다고 늘 말하지만, 알아? 제대로 살아 있는 것에 뛰고 있는 걸 '맥'이라고 하는 거야. 너, 여러 극단의 뒤풀이 같은 데 가는 모양인데, 거기서 알게 된 사람들과 지금도 연락하고 있냐? 갑자기 전화해서 만나러 갈 수 있어? 그거, 정말로 인'맥'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 아사이 료, <누구>

 

‘티슈 인맥’이라는 신조어가 운위되는 시대에 위의 글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제대로 살아 있는 것에 뛰고 있는 걸 ‘맥’이라고 한다는데, 우리가 평소에 별생각 없이 자주 쓰는 ‘인맥’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수없이 많이 개설되어 있는 카톡 단톡방.

하루에도 몇 명이나 ‘생일인 친구’에 뜨는 인맥 아닌 인맥들.

한데 생일이라고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저 ‘저장된’ 친구에 불과하므로.

 

따르릉.

갑자기 전화해서 만나러 갈 수 있는 친구가 몇이나 되는가.

 

그거, 정말로 인’맥’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라는 말 뒤에 아래의 대사가 이어진다.

 

“보고 있으면 딱하더라, 너.”
- 아사이 료, <누구>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시선으로 그려낸 일본 사회. 그 사회를 닮아가는 한국.

소설 속 취업준비생들, 그들의 SNS...

 

책을 덮고, ‘제대로 살아 있는 것에 뛰고 있는’ 그런 사이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려 한다.

이 질문도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던져보면서. 

그거, 정말로 인’맥’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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