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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심은 재화인가, 아닌가[김연수의 따듯한 생각]
김연수 | 승인 2019.09.02 11:01

[청년칼럼=김연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 그 시점과 대상에 따라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는 시간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인내심이 유한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후반부 기택(송강호)이 박 사장(이선균)에게 하는 행동에서 관객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기택이 꼭 그래야만 했냐며 그를 비난하는 입장과 기택에게는 모욕감이 계속해서 축적되었으므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입장이 대립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후자의 입장이다. 기택의 행동은 옳지 않지만 그런 우발적인 행동을 벌일 수밖에 없도록 이야기가 전개되어왔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내심은 재화처럼 한계가 있고 이것이 폭발했을 시 일어날 대부분의 결과는 그것에 상응하는 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기택만큼은 아니지만, 요즘의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친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막 대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크게 화를 내지 않다 보니 반복되는 언어폭력과 지나친 장난은 매번 자존감을 갉아 먹곤 했다. 이처럼 평소 선을 넘는 장난을 즐기던 친구가 나를 감정 쓰레기통 취급한 후 제대로 된 사과조차 안 했을 때는 허무했다. 여태 무엇을 위해 이 관계를 유지했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고 인내심의 한계는 이미 오래전에 끝이 나버렸다. 

Ⓒ픽사베이

“할머니도 아니고 왜 무릎이 아프냐. 넌 아픈 게 아니라 그냥 만나러 나올 의지가 부족한 거야.” 

친구가 입대 후 첫 휴가다운 휴가를 받아 나왔을 때 마침 나는 몸이 아팠다. 그가 그런 내게 전화로 건넨 말은 위로도, 걱정도 아니었다. 친근하면 서로를 대하는 어투나 말투, 단어들이 다소 거칠어질 수 있다. 특히 학창 시절에는 욕 없이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픈 친구에게 걱정이 아니라 질타와 비난이라니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군대에 있으니 힘겨운 일도 많고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싶었을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군 복무가 아무리 힘들지라도, 나는 그 애의 감정을 풀어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야, 너는 눈에 살이 많아서 화장한 티도 안 나는데 왜 하고 다니냐?”
“못 본 새에 키가 더 작아졌다?”
“(볼품없는 몸매를 가리키며) 야, 너는 진짜 여전하다” 

돌이켜보면 예전부터 장난이라고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은 늘 비수가 되어 꽂혔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굳이 해서 좋을 게 없을 말을 곧잘 뱉어내곤 했다. 문득,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우스갯소리로 하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이 바뀔까? 이 친구가 바뀔 수 있을까. 아니 내가 굳이 얘가 바뀌길 기다려야 할까. 과연 바뀔 수는 있을까? 결국 긴 생각이 끝났을 때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더하고 싶지 않았다. 

어색해진 둘 사이에 낀 또 다른 친구는 우리를 중재하며 서먹해진 관계를 풀어보려 애썼지만 이미 나는 모든 생각을 정리한 후였다. 요즘 흔히 쓰는 ‘손절’(사람과 인연을 끊는다는 의미)이라는 말이 왜 갑자기 급부상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쉽게 손절하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당사자가 너무나 고통스럽다면 이것도 하나의 대책 방안이 될 수 있다. 

인간관계는 어렵고 상대가 누구든 이따금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건가 싶은 순간이 온다. 싸우지 못해서가 아니라 싸우지 않으려는 나의 최선을 모른 채 본인이 어떤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이들과 마주할 때가 주로 그렇다. 글을 쓰는 것처럼 인간관계에도 때때로 적당한 ‘더하기 빼기’,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우정도 좋지만 그게 결국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혼자 힘들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대가 있다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보길 권한다. 과연 이게 건강하고 정상적인 관계인지를 말이다. 

김연수

제 그림자의 키가 작았던 날들을 기억하려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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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ide040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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