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골프와 인생]

[오피니언타임스=김수인] 수많은 시간과 노력, 돈을 들이면서 골프에서 배울게 뭘까?

20년을 골프쳤을때 연중 3~11월(동절기 제외 9개월)에 한달 두번 라운딩했다면, 한회 평균 비용 20만원(총 골프비용+교통비)을 잡아 ‘20x9x2x20=7200만원’이다. 여기에다 옷과 장비 구입및 교체, 레슨비-연습장 이용료를 모두 합치면 1억원을 훌쩍 넘게 된다. 라운드 1회당 8시간 등 시간은 또 얼마나 소비했나? 남모르는 노력은?

그렇다면 골프라는 스포츠를 접하며 많은 걸 느끼고 즐겨야 한다. 그럼, 뭘 배워야 할까.

먼저 신사도(紳士道, 젠틀맨십), 즉 남에 대한 겸손과 배려다. 골프는 영국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매너와 에티켓을 매우 중요시한다. 설사 자신이 좀 손해를 보더라도 동반자가 편하게끔 진행을 해야 한다. 지난번에 강조한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에겐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하게)이 대표적 키워드다.

골프 라운드에서 남을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일상생활 나아가 사회생활에서도 그 사람의 품격이 높아진다.

반면에 남을 무시하거나 예의없이 굴게 되면, 골프가 끝났다 하더라도 그 여운이 남아 오랫동안 동반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게 된다.

두 번째는 도전 정신이다. 골프의 특징은, 어느 날은 프로 선수들처럼 멋진 샷을 날려 동반자들의 부러움을 한껏 사지만 어느 날은 어이없이 무너져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에 빠진다. 스코어 등락이 심한게 골프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떤 이는 꾸준히,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핸디캡을 유지하거나 줄인다.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도전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남녀 프로의 18홀 스코어 신기록은 59타(파72 기준)다. 스웨덴 골프 국가대표 선수들은 신발에 ‘58’자를 새기며 기록을 깨기 위해 맹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신념은 언젠가 대기록을 낳게 된다.

골프에서의 도전 정신은 업무로 바로 이어져 사업 의욕을 왕성하게 하거나 자신이 속한 팀의 실적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된다.

삼성 그룹 계열회사 사장들은 대부분 골프를 잘 친다. 핸디캡이 싱글에 가깝다. 왜? 창업주인 故 이병철 회장은 “골프 못치는 CEO는 운동 신경이 없거나 매사에 열정이 모자라는 탓”이라고 다그쳐 임원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골프 연습장엘 가 실력을 갈고 닦았기 때문이다. 그 정신은 이 회장의 작고후에도 이어져 여전히 삼성맨들은 골프에 매진하고 있다.

세 번째는 철저한 사전준비다. 골프를 잘 치려면 평소 연습과 몸 만들기를 잘해야 하지만 2,3일전부터의 컨디션 조절도 중요하다. 이런 준비 정신은 회장 혹은 사장 회의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중장기 사업계획도 빈틈없이 세우게 만들어 남들보다 승진이 빨라진다.

네 번째는 정직성이다. 골프는 심판없이 하는 유일한 스포츠 종목이다. 복잡한 룰과 매너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프로 대회에서는 심판격인 경기운영위원이 코스 곳곳에 배치돼 있음).

그렇지만 ‘자율 판정’의 허점을 이용해 자신을 속이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적지 않다.

남들이 보지 않는다고 OB(아웃 오브 바운즈)난 공이 분실구가 아닌 것 처럼 주머니에서 새 공을 몰래 꺼내 플레이를 이어가는 이른바 ‘알까기’는 골프장에서 추방돼야 할 적폐 1호다.

가장 죄의식없이 저지르는게 그린에서의 기만행위다. 그린에서 공을 마크한 후 다시 제자리에 공을 놓을 때는 종전의 지점에 정확히 공을 플레이스해야 한다.

물론, 아마추어는 큰 상금을 놓고 다투는 프로 선수와 다르므로 지나치게 엄격히 룰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공을 다시 플레이스할때 1~2cm 정도를 이익보는 것은 누구나 양해할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보든 말든 3cm 이상 핀쪽으로 앞당기는 얌체 행위는 동반자간 다툼으로까지 이어질수 있는 ‘매너꽝’이다.

골프장 우스개 소리중 하나-. 전 지구상에서 하루에 골퍼들이 그린에서 이익을 내는 거리를 합산하면 서울에서 LA까지 가는 9500km나 된다고 한다. 실제로 이 거리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골퍼들의 ‘그린 속임수’가 많다는 걸 빗댄 유머다.

골프장에서 아무 거리낌없이 룰을 위반하는 것은 일상생활의 나쁜 습관으로 이어질수 있다. 운전시 차선 위반을 밥먹듯이 할수 있고, 대형 할인매장 등에서 복잡한 틈을 타 새치기를 늠름히 하게도 만든다. 정말 부끄러운 행위다.

그러므로, 언제든 골프장에서 룰과 매너를 지키는 ‘신사도 정신’을 발휘해 사회생활에서도 타의 모범이 돼야 겠다.

김수인

매일경제,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에서 23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홍보회사 KPR 미디어본부장과 PRN 부사장, KT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실장(전무)을 역임했다. 현재 스타뉴스에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매주 연재하고 있으며 ‘김수인의 파워골프’등 4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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