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사진작가의 14,400km의 여정] 바이칼(Lake Baikal)

죽음은 새로움의 시작이다

이곳에서 제정 러시아 마지막 차르(황제) 니콜라이 2세(Aleksandrovich Nikolai II)와 그의 가족이 1918년 7월 17일 새벽에 몰살당했다. 1918년 러시아혁명은 역사의 도도한 물줄기였는데 그것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황제의 일가족이 몰살당했다 하여 그가 나쁜 통치자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단지 현명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의 외아들이 혈우병에 걸리지만 않았어도 러시아는 어쩌면 영국처럼 입헌군주국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에 ‘어쩌면’은 없기에 결국 총탄에 피를 흘리며 로마노프 왕조는 막을 내렸다.

이 피의 사원은 그 황제와 일가족을 기념하는 성당이다. 무척 아름다울 뿐더러 햇살이 밝은 곳에 있어 믿음이 깊은 러시아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을 비롯해 예카테린부르크(Yekaterinburg, 옛지명은 스베르들롭스크)에는 유서 깊은 건물들이 많다. 열차를 타고 가면서 만난 블라디보스토크, 이루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힌다. 덧붙여 ‘피의 사원’이라는 역사의 현장은 방문객 모두를 숙연하게 만든다. 나아가 과연 역사의 흐름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상념의 도시이기도 하다.

* 니콜라이 2세의 묘지는 이곳에 있지 않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다. 그곳도 똑같이 피의 사원(Cathedral of the Resurrection of Christ)이라 부른다.

*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 과정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묘사한 소설은 로버트 K. 매시의 <마지막 겨울궁전>이다. 러시아 역사에 관심있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러시아 4번째 도시인 예카테린부르크. 유럽과 아시아 경계가 되는 우랄산맥 한복판에 있다. 횡단열차의 서쪽 종착역이자, 모스크바로 향하는 동쪽 시발역인 교통의 요지. 로마노프제국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와 그의 딸 아나스타샤 등 일가족이 몰살당한 자리에 세워진 ‘피의 사원’이 유명하다.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아름다움을 짓다

인형, 돌에 새긴 그림, 작은 조각상, 나무 조각, 뿌리 공예품, 페넌트, 목걸이...
그녀가 만드는 것은 실체가 아니라 아름다움이다.

러시아에서 가장 감격스러웠던 것 중의 하나는 나무로 만든 작은 상자들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옻칠공예와 달리 러시아에서는 채색을 해서 상자를 만든다.
꽃, 나무, 동물 등의 그림도 예쁘고 멋지지만 러시아의 전통 모습을 담은 그림이 특히 눈길을 끈다.
눈 내린 벌판을 배경으로 작은 집들과 나무들을 새긴 정말 마음에 드는, 시집 크기의 타원형 상자가 있었는데,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끝내 사지 못했다. 약 20만원 정도의 가격이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훗날 러시아에 다시 가면 꼭 사리라 마음먹지만...
과연 그날이 올까?.

손바닥에 구슬을 올려놓고 정성스레 잇고 있는 그녀가 오늘 하루 얼마나 팔았는지 알 수 없으나, 우리에게 신묘한 구경거리를 안겨준 것만으로도 여신이라 할 수 있다.

러시아 어느 도시 어느 관광지에서든 만나게 되는 목공예품. 인형 안에 인형이 계속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 마트료시카는 물론 정교하고 화려한 각종 목공예 작품이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다.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김호경

1997년 장편 <낯선 천국>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여러 편의 여행기를 비롯해 스크린 소설 <국제시장>, <명량>을 썼고, 2017년 장편 <삼남극장>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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