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논객사진@동이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어디할 것없이 요즘 웬만한 산이나 호수, 저수지 주위엔 둘레길이 조성돼있습니다.

산 정상이 아닌 산 아래, 야트막한 주변을 걷거나 산책할 수 있게 만든 트레킹 코스죠. 등산 하기엔 체력이 부담스럽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도란도란 얘기나누며 걷기 딱 좋은 길입니다. 제주 올레길도 일종의 둘레길이라 할 수 있죠.

둘레길(둘레+길)의 둘레는 학교 산수시간때 배운 그 둘레입니다. ‘두르다’ ‘둘르다’에서 온 말로 기하학에선 ‘주어진 평면 도형의 경계 길이’라 정의하지만 일상생활에선 둥그렇게 쌓여있는 주위 정도 쯤으로 이해됩니다. ‘배둘레햄’(살찐 사람의 배를 햄에 비유해서 놀리는 말)의 ‘둘레’ 역시 같은 의미입니다.

에두르다(에워싸다), 둘러싸다, 둘러막다란 말도 ‘두르다’의 파생어. 두루두루(빠짐없이 골고루/이것저것 여러가지로)나 두루마리(화장지), 두루마기의 ‘두루~’ 역시 말뿌리가 같다고 봅니다.

몸을 휘감듯 입는 두루마기(두루+막이)는 조어구조에서 보듯 ‘두루 막혀 있는’ 옷입니다. 단순 명쾌한(?) 작명에서 “한글이 아름답고 과학적인 문자”라는 국민관심도 조사결과(국립국어원)가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두루마기는 상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기념행사때 옥색 두루마기 차림을 한 것을 두고 SNS에서 한때 상복 논란이 일었습니다. ‘뜻깊은 광복절에 왜 상복을 입었느냐?’는 일각의 지적이 그것이죠.

두루마기는 격식을 차리거나 외출할 때 입는 고유의 옷(외투)입니다. 겨울철엔 보온용 웃옷이고. 격식을 차릴 때 입는 옷이란 점에서 광복절 행사 두루마기 차림이 문제될 게 없습니다. 두루마기 차림의 백범 김구선생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시절 ‘옥색 두루마기’를 입었습니다. 별 문제될 게 없는, ‘옥색 두루마기’가 느닷없이 논쟁이 됐던 겁니다.

기실 ‘두루마기 상복논쟁’의 뿌리는 일제입니다. 조선총독부는 의례준칙을 제정해 전통 상복인 굴건제복(屈巾祭服·거친 삼베로 만든 옷) 대신 두루마기와 두건을 착용토록 했습니다. 삼베 수의, 검은 완장 역시 총독부 의례준칙의 흔적입니다. 거친 삼베 옷은 죄인(상주)이 입고 돌아가신 분에겐 좋은 옷(비단)을 입혀드렸던 게 고유의 전통상례였습니다. 이런 격식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게 일제입니다.

설령 상복으로 입었다한들 두루마기 자체가 우리 고유의 옷이라는 데 이설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전통복식 자체이고, 오히려 상복으론 과분해서 입지 않았던 것이죠. 예의나 격식을 차려야 할 때 입었던 두루마기의 상복논란이 부적절한 까닭입니다.

백의민족답게 예부터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때론 검정색이나 옥색으로 물들여 입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옥색 두루마기’는 패셔너블한 복장이랄 수 있습니다. ‘세모시 옥색치마’에서 보듯 옥색은 화사함과 우아함에서 다른 색과 비교가 못됩니다.

두루마기는 둘러입는 옷답게 품이 넓습니다. 입은 모습만 봐도 넉넉해 보이죠. 입는 사람 스스로도 왠지 모를 너그러움이 생기게 하는 옷, 입음으로써 너그럽게 되는 그런 옷이라 할만 합니다.

상복시비를 할 일이 아니라 다가오는 추석엔 추석 빔으로 옥색 두루마기 하나 장만해서 넉넉한 한가위를 지내보는 게 어떨지...두루마기 상복논쟁으로 떠올려 본 단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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