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관의 모다깃비감성]

[청년칼럼=신명관] 배우 곽도원이 있다. 연극배우로만 14년을 활동하고, 말 그대로 배고픈 삶을 살다가 10년 전 즈음에서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가수 현철이 있다. 내 세대가 아니라, 내 어머니 세대의 가수다. 1969년에 가요계를 데뷔했는데 83년에 트로트로 성향을 바꾸기 전까지 무명이자, 굶어야 했던 가수였다.

코미디언 박나래가 있다. 12년정도의 무명이었다. 비호감 소리도 많이 듣고, ‘그렇게 하면 방송 못할 거’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트와이스의 멤버 지효는 연습생으로만 10년을 지냈다. 10살 남짓한 나이부터 학창시절보다는 연예기획사의 기억이 많단 소리다. 

그리고 지금도 무명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름이 지어졌겠다만,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고 눈에 띄지 않으니 무명(無名)이다. 대우와 인정을 받지 못하니 집안이 유복하지 않은 한 그들의 삶은 비루할 수밖에 없다. 배를 곪고, 끼니를 걱정하며,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눈에 띄어야 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이 와중에 그들의 고된 삶이 찬란한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운 좋게 눈에 띄이면 뜨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무명으로 끝난다. 어디선가는 어릴 적부터 방송을 타서 처음부터 끝까지 탄탄대로를 걷는 사람도 있으니, 무명의 삶은 더 대비된다. 그게 1, 2년이면 그래도 수험생마냥 고된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데, 10년이 넘어간다는 것은, 필자는 지금도 감히 상상을 하지 못한다. 

Ⓒ픽사베이

그들은 성공하기가 싫어서 무명으로 사는 게 아니다. 나는 무명들만큼 절박한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직종을 막론하고 인지도가 없다고 생각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상당한 실력가거나 혀를 내두를 정도의 노력파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잦다. 도리어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찾고 보자면 운이 없는 경우다. 기회가 있었는데 잡지 못했거나, 정말로 열심히 했는데 상황이나 사정이 변해서 잊혀지거나. 유명하다고 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능력도 좋지만, 정말 사소한 몇 가지의 이유만으로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한 인간들. 성공이란 그런 사람들의 삶이 쌓여진 곳 꼭대기에서 빛나는 트로피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이 탑을 우리는 성공의 피라미드라고 하기도 하고, 쉽게 말해 ‘업계’라고 부른다. 모든 업계가 이 탑을 가진다. 

그래서 나는 내가, 당신이,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남들이 봤을 때 ‘성공’이라고 말할 만한 위치에 다다르지 못할 수도 있다 말하는 것이다. 나의 노력과 성공은 무관하다. 당신의 노력과 성공 또한 무관하다. 당신의 노력을 비웃을 생각도 없고, 당신의 절박함을 폄하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내가 이만큼 노력했으니까 이제 성공할거야”라는 생각이라면, 나는 정말 미안한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는 준비 또한 하라고 말할지 모른다. “피나는 노력”이 대중에게 인정받는 것도 일단 성공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무명의 삶은 비단 방송업계에서만 이용되는 단어가 아니다. 

다만 평범하게 살란 소리는 아니다. 체 게바라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고 말한다. 우리의 삶은 욕망하고 꿈을 꾸기에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다만 나의 생이 내가 바라던 생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준비는 하자는 소리니까. 나의 출세와 성공은 나의 불행과 좌절처럼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우리는 그저 꾸준함으로, 성실함으로 나의 일과 나의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노력이 반드시 성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노력한 사람이야말로 성공의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신명관

 대진문학상 대상 수상

 펜포인트 클럽 작가발굴 프로젝트 세미나 1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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