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나의 달빛생각]

[청년칼럼=이루나] 세상이 참으로 빠르게 바뀐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신문이었다. NIE(Newspaper In Education), 신문을 통한 교육이란 용어가 흥할 정도로, 강력한 권위를 가진 매체였다. 지역 신문에 이름이 한번 실리면 가문의 영광이었고, 고이 잘라 스크랩하여 보관하곤 했다. 신문에서 하는 말은 모두 옳은 말이었고, 귀담아들을 내용이라 생각했다. 매체로서도 중요했지만, 신문 종이는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쓰였다. 운동회에서는 돗자리 대용으로 쓰이고, 주방에서는 기름 튀는 걸 막아주는 덮개로 요긴했다. 물건을 포장할 때 완충재로 신문지만 한 것이 없었고, 얼룩진 유리를 닦을 때도 효과가 좋았다. 매일 쌓이는 신문을 허투루 버리지 않았고, 학교 폐품 수집 날이 되어서야 자기 명(命)을 다할 수 있었다.   

요즘은 신문의 실물 자체를 구경하기가 어렵다. 지하철에서 무료로 나누어주던 신문은 사라진 지 오래고, 다들 휴대폰 화면을 쳐다 보기 바쁘다. 휴대폰을 보는 패턴도 많이 바뀌었다. 얼마 전까지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인기 기사를 찾기 위해 엄지손가락이 매우 바빴다. 대부분 연예, 스포츠 관련 가십기사였지만, 지루한 통근 시간을 보내는데 최적화된 정보들이었다. 최근 지하철에는 엄지의 움직임이 줄었다. 주요 정보의 포맷이 텍스트, 이미지에서 영상으로 바뀌었다. 지하철에서 무선이어폰을 귀에 꽂고 영상을 보는 사람이 예년보다 확연히 늘었다. 그 중심에 유튜브가 있다.

Ⓒ픽사베이

영상 정보는 태생이 비싼 정보다. 텍스트, 이미지보다 훨씬 다채롭고 많은 정보를 품고 있으나, 제작비용이 높고, 별도의 재생기기가 필요하며 자료의 양이 크기에 보관도 쉽지 않다. 신문은 가위로 잘라 손쉽게 붙일 수 있지만, 영상은 별도의 편집 툴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돈이 많이 든다. 10여 년 전 공모전 등을 통해 권장되던 UCC(User Creative Contents)의 과도기를 거쳐 영상 제작과 유통이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영상을 만드는 데 자본과 시간이 들지만, 영상을 통해서 개인이 돈을 벌 수 있는 플랫폼도 생겼다. 1인 미디어의 시대를 이끌어 낸 유튜브다.

유튜브는 돈이 된다. 물론 구독자 수가 많아야 하는 것이 전제다. 많은 사람이 봐야 하기에, 유튜브 콘텐츠는 기존의 영상 철학을 모두 버린다. 사람들이 쉽게 소비할 수 있도록 영상은 5~10분 내외로 짧다. 빠르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간결한 자막과 함께, 주요 내용을 강조하는 이미지도 덧붙인다. 그리고 다수의 구독자가 좋아할 만한 주제를 다뤄야 한다. 결국은 인간 본능과 연계된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게 된다. 음식, 돈, 게임, 자동차, 성(性), 여행 등 사람들이 쉽게 좋아하고, 소비하기 쉬운 영상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식상함은 죄악이다. 모든 콘텐츠가 조회 수, 댓글로 비교 평가되기에 지루하고 따분한 영상은 바로 도태된다. 유튜브 콘텐츠는 무조건 재미있거나, 신선하거나 자극적이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며 환호하기 시작했고, 인기 좋은 유튜버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돈 냄새가 나고, 귀신같이 자본가들이 달라붙는다. 어느 순간 유튜브 영상에 광고가 붙기 시작했다. 처음에 짧은 광고가 붙더니 어느새 짧은 영상 한 편을 보기 위해 광고 3~4편을 시청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광고없이 편하게 시청할 수 있는 유료 멤버십 제도도 생겼다. 이런 변화가 불편하지만 소비자들은 쉽게 유튜브를 떠나지 못한다. 영상이 주는 편리함과 자극은 텍스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유튜브의 확산 속에서 정보의 가치는 뒷전으로 밀렸다. 정보가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논하거나 얼마나 왜곡되고 편협한 내용인지에 대한 사전 검증은 불가능하다. 1인 미디어이기에 제작자 개인의 양심에 전적으로 달린 것이다. 같은 사안을 가지고 나이, 성, 지역, 정치 성향에 따라 상반된 접근을 하는 영상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영상만을 보기에 다른 주장들을 검토할 의지도 없고, 그럴 시간도 없다. 구독자 수가 많은 유튜버가 모종의 이익을 위해 거짓 정보를 퍼뜨려도, 이를 막을 장치가 없는 것이다. 영상은 업로드가 되는 순간 끊임없이 복제되고 전파된다. 소도 잃고 외양간을 고칠 시간도 없다.

질문을 던지고 싶다. 과연 우리는 유튜브에서 진실한 정보를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재미를 원하는 것인가? 난 후자라고 생각한다. 내 취향에 맞게 가공되고 신선하면서 재미있는 정보라면, 정보의 출처나 왜곡의 여부보다 먼저 시청부터 할 것이다. 물론 정보의 진위와 수용 여부는 나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알량한 자신감도 한몫 거들 것이다. 신문에서 유튜브로 정보의 권력이 넘어오는 과정은 매우 극적이고 빠르다. 이런 변화에 우리는 과연 잘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쑥쑥 늘어난 것처럼, 유튜브도 거짓말을 할 때마다 조회 수와 수익이 늘어난다면 어찌할 것인가?

이런 고민은 뒷전이고 난 오늘도 재미난 영상에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유튜브는 어쩌면 불편한 미래를 이미 그리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 모두의 코를 길게 만들어 버리면, 코가 길어진 사실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루나

달거나 짜지 않은 담백한 글을 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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