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사진작가의 14,400km의 여정] 바이칼(Lake Baikal)

강에 몸을 담그자

누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쓸데없는 배틀(battle)은 벌이지 마라.
땀 한번 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사우나의 원조는 핀란드이다.
핀란드식 사우나는 전 세계에 있는데 오리지널이 무엇인지 알려면 역시 핀란드로 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에도 핀란드식 사우나가 많다. 더구나 깊은 산중에.

버스를 타고 한참이나 달리고, 내려서 숲길을 한참이나 걸으면 드문드문 통나무집이 서 있는 사우나 시설에 도착한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안으로 들어가면 열을 후끈 뿜어내는 난로가 있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솟아나는 탕이 있다.
벽에 걸린 자작나무 가지로 서로의 등을 마구 후려쳐주면 따끔거리면서도 시원하다.
그렇게 10분 정도 앉아 있으면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으면 밖으로 나와 강물에 풍덩 뛰어들면 된다.
“아~ 씨원하다” 탄성이 나오면, 사우나 끝!

배불뚝이 아저씨는 낚싯대로 낚시를 하지만 개는 그저 생짜로 한다. 낚싯대가 필요없는 개가 인간보다 한 수 위 아닐까.

바이칼호를 빠져나온 물은 강이 되어 흐른다. 사람들은 분홍바늘꽃 흐드러진 강변에 통나무집을 짓고 사우나를 하고 낚시를 한다. 덩달아 강에 들어간 개가 흐르는 물을 유유히 바라본다.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자유를 팝니다

뭐냐 하면,
이 철망 안에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들어 있다.

당신이 이 비둘기를 사서 하늘로 날려보내는 방조(放鳥)를 하면
당신은 큰 복을 받을 것이며, 큰 행운이 찾아올 것이란다.
값은 100루블이다. 한국돈 1800원 정도만 투자하면 당신은
새장에 갇힌 새를 자유롭게 해주는 성자가 될 수 있으며|
더불어 복도 받을 수 있다.
선량한 저 노인의 얼굴과 간절한 손짓을 보라.
그래서 너그러운 한국인 한 명이 100루블을 내고 하얀 비둘기 한 마리를 꺼내 하늘로 날려보내 주었다.
힘찬 날갯짓으로 비상하는 비둘기를 보며 남자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5분 후 비둘기는 다시 날아와 노인의 어깨에 앉았고
노인은 태연하게 그 비둘기를 철망 안에 넣었다.
“새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내 어쩌란 말이요?”

‘훈련받은 비둘기는 집으로 꼭 돌아온다’는 사실을 배웠으므로
100루블이 아깝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 노인이 100루블을 내고 새장에 갇힌 비둘기를 풀어주는 선덕을 베풀라고 유혹한다. Ⓒ김인철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들은 추억에 빠진다

가장 야속한 것은 시간이고
가장 값진 것도 시간이다.
그러면서 가장 흔해빠진 것이 시간이다.

길모퉁이에 서서
“당신의 1시간을 내게 1만원에 파시오”
요청하면
사람들은 선뜻 팔까? 아니면 거절할까?

어린 사람은 천원에도 팔 것이며
나이든 사람은 천만원을 주어도 팔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리거나, 나이 들었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혹은 어디일까?

축제가 열리는 마당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어른들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지나간 추억을 아쉬워한다.
아, 나의 젊은 날은 어디로 갔을까?

이르쿠츠크에서 열린 ‘유라시아대축제’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즐기는 어린이들과 어른들. Ⓒ김인철
Ⓒ김인철

이것은 생명입니다

피부색이 다른 것으로 보아 인종이 다른 것 같다.
그럼에도 두 소년은 다정하게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엄마를 따라 숲에 와서 열매를 따고 있다.
그 열매의 이름은 모른다.
식용이든 약용이든 소년들이 따는 열매는
비록 그 숫자는 적을지라도 하나의 생명이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일은 고귀하다.

어찌 이 작은 열매뿐일까?
많은 나물과 뿌리, 큰 열매들이 숲에 가득할 것이며
그것을 수확해 삶을 꾸려 나가고
누군가의 생명에 희망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그래서 숲은 고귀하다.

* 숲에 들어갈 때는 모기, 벌, 벌레에 물릴 각오를 해야 한다. 그리고 부어오른 아픔은 상당히 오래간다는 사실도 잊지 마라.

스베르들롭스크 주(州)의 유럽과 아시아 경계탑 앞 숲에서 만난 어린이들. 우랄산맥의 한복판답게 들어가자마자 산딸기와 들쭉열매 등을 채취하는 이들이 선뜻 눈에 들어왔다.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열매 담긴 그릇을 서슴없이 보여준다. Ⓒ김인철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김호경

1997년 장편 <낯선 천국>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여러 편의 여행기를 비롯해 스크린 소설 <국제시장>, <명량>을 썼고, 2017년 장편 <삼남극장>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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