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는 해마다 약 1천7백만 명의 관광객이 들이 닥친다. 관광객들이 반드시 가는 명소 중에 기요미즈 데라(淸水寺)가 있다.

서기 778년에 창건한 기요미즈 데라 언덕길  주변에는 수백 년 된 부채 가게, 떡 가게, 반찬 가게 등이 모여 노포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바로 이 언덕길의 중심 모퉁이에 시치미야(七味家)라는 양념가게가 있다. 서기 1655년에 개업한 노포이다.

시치미야는 이름 그대로 일곱 가지의 양념을 파는 가게인데, 오늘날 일본에서 양념을 파는 가게 중에서는 바로 이 시치미야(七味家)를 최고로 친다.

가게 입구에 들어서니 여종업원이 차를 한잔 내왔다. 교토는 예로부터 녹차가 유명하므로 당연히 녹차를 내온 걸로 생각했는데 한 모금 마셔보니 녹차가 아니었다. 고춧가루와 산초,후추,갈은 참깨 등 일곱 가지 양념으로 만든 양념 차였다. 약간 매콤했으나, 그런대로 맛있었고 발상이 일본의 관록 있는 노포다웠다.
 
잠시 후 가게의 점장이자 시치미야의 부사장인 후쿠시마 요시노리(福島良典.36)씨가 나왔다. 자신은 시치미야의 부사장으로 15대 째이며, 부친이 사장으로 있다고 했다.
 
손님이 많다고 했더니 2월의 경우 하루에 약 1천 명 정도의 관광객이 들이닥치는데 고객은 일본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대만인, 홍콩인 외에 한국 사람도 많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손님들 중에 한국 아줌마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도 들린다. 
 
 


일본인도 음식 맛을 내기 위해 양념을 쓴다. 재료에는 고춧가루, 참깨, 흑깨, 후추, 산초, 차조기잎, 생강, 고추냉이(와사비), 겨자 등이 있다. 본래 칠미(七味) 즉, 일곱 가지 양념은 빨간 고추, 생강, 진피, 산초, 검은 깨, 차조기, 대마열매 등이었다.
 
요즘은 양념이 몇 가지 더 늘어났지만, 그래도 그 일곱가지가 일본 양념의 기본이 된다. 그중에서 으뜸은 고춧가루이다. 일본인은 고춧가루를 안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일본에서도 우동이나 메밀국수 등을 먹을 때 고춧가루를 뿌려서 먹는 사람이 많다.

개업 당시 시치미야는 매운 고춧가루로 만든 넣은 차를 팔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치미야 바로 위에 있는 기요미즈 데라(청수사 절)는 일 년 내내 참배객이나 수행자 혹은 스님 등으로 붐볐다. 청수사의 참배객들은 먼 거리에서부터 걸어왔으므로 당연히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그들에게 7가지의 양념을 넣은 신자탕(辛子湯)이라는 차를 만들어 판 것이다. 몸이 피곤할 때 녹차에 고춧가루를 풀어서 마시자 사람들은 이마에 땀이 솟고 힘이 불끈 솟는 기분을 느꼈다.
 
고춧가루 차가 잘 팔리자 후추 등 양념도 팔기 시작했는데, 후추는 기요미즈 데라 절에서 수도하는 스님들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밥과 함께 먹었던 식료품이었다. 후추가 심장병 치료의 특효약이기 때문이다.
 
 


이후 시치미야는 신자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오사카와 교토를 대표하는 관서지방의 요리에 자신들이 만든 7가지 양념이 들어가게 함으로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시치미야의 양념이 음식에 들어가게 된 것은 이걸 넣으면 음식이 더욱 맛있어 지기 때문이다. 이후 350년간 시치미야가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은 그들만의 남다른 노력 때문이었다.

시치미야는 교토 인근에 직영 농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작은 농장만을 가지고는 7가지 양념의 공급이 어려워졌다. 더구나 몇 년 전부터 최근 교토 지방의 땅값이 상승하면서 양념 재배농가들이 속속 문을 닫자 새로운 공급선을 찾지 않으면 안됐다.

고추의 경우는 일본 중북부 내륙 지방인 후쿠이 현의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고 있고, 후추와 검은 깨의 경우는 아예 원산지인 브라질과 계약을 맺어 공급받고 있다. 시치미야의 계약원칙은 단 하나이다.

<최상의 품질이 아니면 받지 않는다>

그러나 시치미야가 일방적으로 재배 농가에 기대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도 끊임없이 좋은 종자를 찾아내어 그걸 개량해서 농가에 보급한다. 그리고 양념 본래의 맛을 내기 위해 첨가물은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1970년, 태풍으로 인해 직영 농장의 양념 작황이 좋지 않자 고객에게 나쁜 물건을 팔 수 없다고 하여 4개월간 문을 닫은 적도 있다. 또 지난 350년 사이에 1년간 가게 문을 닫은 적이 3번이나 있다. 그 모두 양념작황이 좋지 않아 나쁜 물건을 손님에게 팔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쁜 물건을 팔려면, 가게 문을 닫겠다.”,
“우리 가게를 한번 찾아주신 손님과는 앞으로 백년간 거래하겠다.”

후쿠시마 요시노리 사장의 말이다. 시치미야의 목숨을 걸고 좋은 품질의 양념을 판매, 최소한 앞으로 100년간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다는 각오이다. 과연 300년 노포, 시치미야의 고객에 대한 신용을 말해준다. /논픽션 작가. <일본의 상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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