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사진작가의 14,400km의 여정] 모스크바(Moscow)

가장 잔혹한 황제의 가장 아름다운 성당

파리에 에펠탑이 없다면 굳이 갈 필요가 없듯
뉴욕에 자유의 여신상이 없다면 굳이 갈 필요가 없듯
베이징에 자금성(紫禁城)이 없다면 굳이 갈 필요가 없듯
모스크바에 바실리 성당이 없다면 그 먼 곳까지 갈 이유가 있을까?

성 바실리 대성당(St. Basil’s Cathedral)은 이반 4세(Ivan IV)의 명에 따라 지어졌는데 공포정치의 대명사로 수많은 정적들과 귀족들을 살육해 이반 뇌제(雷帝)라고도 불린다.
그러면서도 강력한 중앙집권제로 러시아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경제 발전의 토대도 이룩했다. 공과 과를 동시에 갖고 있는 차르다.
그 공(功) 중 하나가 바실리 대성당을 지은 것인데 1560년대 즈음에 세워졌다.
성당 앞의 두 남자는 드미트리 포자르스키(Dmitry Pozharsky)와 쿠즈마 미닌(Kuzma Minin). 17세기에 폴란드의 침입을 막아낸 영웅이다(그때는 폴란드가 더 강대국이었나 보다).

바실리 성당이 매혹적인 이유는 건축물 자체가 작으면서도 성스럽기도 하지만
그 앞의 광장이 엄청 넓다는 점이다.
만일 시가지 한 귀퉁이 좁은 땅에 성당이 있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모스크바의 상징’ 바실리 성당의 낮과 밤.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명소답게 숱한 사람들이 몰려든다. 낮 시간 붉은광장을 오가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활기차다. 어둠이 짙게 깔린 늦은 밤 허강 중부대 교수의 설치미술작품인 ‘유라시아 대륙 달빛 드로잉’이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더욱 빛이 났다. Ⓒ김인철
Ⓒ김인철

바실리 성당의 낮과 밤

성당의 오른쪽은 크렘린(Kremlin)이고 왼쪽은 굼(GUM) 백화점이다.
러시아 최대의, 어쩌면 유럽 최대의 백화점이다.
들어가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호화찬란하고 넓다.
이 세 곳을 보았다면 모스크바 관광은 사실상 끝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낮 못지않게 화려한 밤의 풍경을 보는 것이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밤의 모스크바는 낮보다 위험하며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시비를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서워 밤의 바실리를 보지 못하면
1/2밖에 못 보았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붉은광장 가운데 바실리 성당이 있고, 오른쪽은 크렘린, 왼쪽은 굼 백화점이다. 이들 셋의 낮과 밤이 놓쳐서는 안 될 모스크바의 전부가 아닐까.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김호경

1997년 장편 <낯선 천국>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여러 편의 여행기를 비롯해 스크린 소설 <국제시장>, <명량>을 썼고, 2017년 장편 <삼남극장>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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