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독점 안해” VS “가두리 양식장 만들어”

코리안리가 공정거래위원회와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문제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코리안리 사옥ⓒ오피니언타임스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국내 최대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공정거래위원회와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불공정거래를 둘러싼 법정 공방을 치르고 있다.

일반항공보험은 구조, 산불 진화, 레저 등에 쓰는 헬기·소형 항공기를 담보하는 보험이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드는 보험이다. 보험사는 재보험을 통해 보상 책임 일부나 전부를 재보험사로 넘겨 대형 보험 계약의 리스크를 줄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노태악 부장판사)는 지난 5일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원고 코리안리, 피고 공정위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코리안리가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불공정거래를 저질렀다며 시정명령과 잠정 과징금 76억원을 부과했다. 코리안리는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공정위에 의하면 코리안리는 일반항공보험 재보험시장을 오랫동안 지배해왔다. 해외 재보험사 진입을 막는 제도 덕에 코리안리는 1993년 4월까지 시장을 독차지했다. 이후 정부가 자유화로 방향을 틀었지만 코리안리 입지는 유지됐다. 2013~2017년 코리안리 평균 시장점유율은 88%였다.

코리안리가 일반항공보험 재보험시장을 계속 장악한 이유는 재보험 특약 때문이다. 코리안리는 1999년 4월부터 일반항공보험을 다루는 국내 손해보험사들과 특약을 체결했다. 특약은 코리안리가 설정한 보험요율 적용, 재보험 물량 코리안리에 인도 등으로 구성됐다. 대신 손보사들은 건별로 리스크를 판단 받는 부담을 덜었다.

코리안리는 해외 재보험사와 거래하려 한 손보사를 제재했다. 공정위는 2013년 관용헬기보험, 2014년 민간헬기보험 입찰에서 코리안리가 해외 재보험사 보험요율을 적용한 손보사를 대상으로 특약 해지 경고, 컨소시엄 지분 제한, 다른 입찰 때 보험요율 제공 거절 등 불이익을 줬다고 했다.

아울러 코리안리는 일반항공보험 인수를 하지 못한 손보사와 해외 재보험사엔 재재보험(재보험의 재보험) 물량을 떼줬다. 독점을 지키려는 당근인 셈이다. 채찍도 있었다. 코리안리는 2017년 관용헬기보험에서 국내 손보사와 해외 재보험사 간 거래를 방해했다. 양측을 연결한 보험중개사를 징계하라고도 했다.     

지난 5일 2차 변론은 코리안리와 공정위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진행됐다. 원고 코리안리가 먼저 주장을 펼쳤다.

원고 대리인은 “코리안리는 해외 재보험사를 견제하지 않았다”며 “해외 재보험사는 개별 보험 계약마다 리스크를 평가해 인수 여부를 정하는 임의재보험에 익숙하다. 코리안리만 특약을 제공했다. 손보사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코리안리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손보사들은 특약이 마음에 안 들면 해외 재보험사와 협상할 수 있다. 공정위가 문제 삼는 특약 조항은 우선 협의 의무를 규정했을 뿐”이라며 “코리안리는 보험요율도 계속 낮췄다. 지금은 2004년과 비교해 보험요율이 40% 수준”이라고 했다.

피고 대리인은 “코리안리는 해외 재보험사와 국내 손보사의 거래를 가로막는 등 독점을 지키려 했다”며 “기존 재보험시장은 이렇지 않다. 코리안리가 가두리 양식장을 만들었다”고 했다. 가두리 양식은 그물 안에 물고기를 넣어 기르는 어업이다.

그는 “코리안리의 재보험 독점으로 일반항공보험 시장이 왜곡됐다. 그 피해는 공공기관이 감당했다”며 “공정위 처분은 정당하다”고 했다.

프레젠테이션 후 재판부와 원·피고는 증인신문 등을 논의했다. 재판부는 “국내 손보사 직원 두 명을 불러 재보험을 선택할 자유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겠다”며 “재보험시장 특성을 살필 수 있도록 경제 전문가 증인 신청도 검토해보라”고 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내달 3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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