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사설] 피의자 인권 보호 방향 맞지만, 현 시점에선 오해와 논란 피하기 어려워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하는 훈령을 법무부가 만들려고 해 논란이다.

수사기관은 형사사건의 범죄사실·소환 일정 등을 기소 전까지 원칙적으로 언론 등에 공개할 수 없고, 피의자를 언론 앞에 세우는 ‘포토라인’ 관행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는 무죄추정 원칙을 존중하고, 피의자 인권과 개인정보 등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당연한 조치다.

문제는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가 사모펀드 의혹 등에 연루돼있는 가운데, 이 훈령의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일보는 “공보 규칙이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면 마땅히 고쳐야 한다”면서도 “최소한 조 장관 관련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그 작업을 미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조국 일가 위해 검찰과 언론에 재갈 물리려 하나

중앙일보는 “법무부가 ‘수사 공보(公報) 준칙’을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규정이 도입되면 검찰과 경찰이 수사 내용을 일절 공개할 수 없다. 피의자 소환 일정이나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언론과 국민에게 알릴 수 없다. 수사가 끝난 뒤에도 대략적인 피의사실조차 밝히면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 규정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교수(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수사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정 교수가 언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지 언론과 국민이 사전에 알 수 없다. 조사를 받고 난 뒤에도 그가 검찰청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국민이 모를 가능성도 크다. 정 교수가 자청하지 않는 한 포토라인 앞에 서는 일은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 만약 구속영장이 청구돼도 그 사실은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릴 때까지 확인되기 어렵다.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재판이 시작돼야 알 수 있다. 검찰은 잘못된 정보가 보도되면 ‘틀렸다’고만 말하고 무엇이 틀렸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 피의사실 공표 금지, 방향 맞지만 시점은 신중 검토해야

경향신문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검찰은 통상 대검기획관 또는 지검차장 브리핑 등을 통해 수사 내용을 언론에 알렸고, 언론은 알권리 차원에서 이를 보도해왔다. 검찰이 특정 언론사에 수사 내용을 흘리는 사례도 빈번했다. 이로 인해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한 형법 제126조는 무력화됐고, 여론재판에 내몰린 피의자 인격은 무참히 짓밟히기 일쑤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논두렁시계 사건’이다. 이후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해 만든 것이 수사공보준칙이다”고 설명했다.

경향은 “이 준칙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준칙이 제정된 2010년 이후 피의사실 공표로 수사기관에 접수된 사건은 293건에 달했다. 그러나 이 중 단 한 건도 기소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법무부가 훈령을 제정하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훈령의 시행 시기 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검찰은 지금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을 수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가 훈령을 시행할 경우 오해와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검찰의 피의사실 공개 제한, 하필 왜 지금인가

매일경제는 “이 훈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서명만으로 시행할 수 있는데, 그 도입 시기나 내용 면에서 모두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이 훈령은 박상기 전임 법무부 장관이 7월 초안을 작성했지만 도입을 유보한 사안이다.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와 맞물려 오해가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이 훈령을 다시 추진하고 조 장관 가족이 첫 수혜자가 된다면 훈령 도입에 대해 공정성 시비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한 “훈령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 조 장관은 ‘가족에 관한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훈령이 도입되면 조 장관은 수사 기밀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법무부 장관은 피의사실 공표가 의심되면 수사를 맡은 검사에 대해 감찰권을 발동할 수 있게 된다. 감찰을 빌미로 법무부 장관이 수사 내용을 파악하고 수사를 방해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야당을 수사할 때는 감찰권을 발동하지 않다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때에만 감찰권을 발동한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크게 훼손될 우려도 있다”고 비판했다.

<주요 신문 9월 17일 사설>

경향신문 = 피의사실 공표 금지, 방향 맞지만 시점은 신중 검토해야 / 이해할 수 없는 황교안 대표의 삭발투쟁 / 환경부 마침내 케이블카 부동의, 사필귀정이다

국민일보 = 피의사실 공표 규제 왜 하필 지금인가 / 지지층만 바라보는 '겁쟁이 정치' / 저가 드론 공격에 당한 사우디…남의 일 아니다

서울신문 = 정기국회 시작부터 파행이라니 국민은 절망한다 / 피의사실 공표 개선책 필요하나 하필 왜 지금인가 / 드론 테러 경각심 일깨운 사우디 유전 사태

세계일보 = 내일 검찰개혁 당정협의, 조국 수사 방해하려는 건가 / 여야 모두 민심에 귀 열고 정기국회에서 성과 내야 / 엎친 데 덮친 오일쇼크 공포…원유수급에 만전 기할 때다

조선일보 = 김정은 비위 맞추려 부상 군인 두 번 죽인 정권 / 전형적 범죄수법까지 나온 '조국 펀드' 현금 흐름 / '초강력' 규제 1년 서울 아파트값 14% 상승, 집값 올리는 정부

중앙일보 = 문 대통령 "우리 경제 올바른 방향"…자신감의 근거는 뭔가 / 조국 일가 위해 검찰과 언론에 재갈 물리려 하나

한겨레 = '피의사실 공개' 금지, 알권리 고려 신중 추진해야 / '조국 논란' 이유로 정기국회 파행은 안 된다 / '절반의 성공' 9·13 대책, 끝까지 일관된 추진을

한국일보 = 민생 국회 외면한 채 민심 대변한다며 삭발 택한 황교안 대표 / 檢 수사 공보준칙 개정 필요하나 폭넓은 여론수렴 과정 거쳐야 / 경제 위기 속 중동發 정세·유가 불안, 다각도 대비책 세워야

매일경제 = 홍 부총리, 中企 주52시간 문제 인식했으면 이제라도 바꿔야 / 검찰의 피의사실 공개 제한, 하필 왜 지금인가 / 사우디 드론 피격, 우리 기간시설은 안전한가

한국경제 = 갈수록 분명해지는 "재정 살포와 금리 인하만으론 안 된다" / 北 무인기 위협에 노출된 한국, '드론 테러' 남의 일 아니다 / '당선되면 대박' 적폐 없애야 '조합장 돈 선거' 근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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