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칼럼=신재훈] 나는 은퇴를 준비하면서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적 영역을 기본으로 전문가들의 영역별 실용서, 경험자들의 경험서 등 은퇴와 관련있는 거의 모든 영역의 책들을 읽으려 노력했다.

또한 인터넷에 올라 있는 다양한 은퇴 관련 글들도 가급적 찾아가며 읽었다.

이렇게 습득한 지식과 정보들을 나름대로 분석, 종합하여 모두에게 통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최선(Best)“ 보다는, 나의 상황과 성향에 맞는 맞춤형 방법 즉 나를 위한 “최적(Optimum)“의 방법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큰 그림과 맥락을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이 있어 잠시 소개할까 한다.

<인생학교>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되었다.

2008년 알랭 드 보통의 주도로 그에 동조하는 일부 유명 작가들이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의 이름이 책 제목과 같은 <The School of Life>이다.

“배움을 다시 삶의 한 가운데로!”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하여 삶의 의미와 살아가는 기술에 대해 강연과 토론, 멘토링, 커뮤니티 서비스 등을 제공해 오고 있다.

인생학교는 인생의 모든 순간을 지배하는 중요한 6가지 핵심 주제(돈, 일, 시간, 정신, 세상, 그리고 섹스)에서 뽑아낸 통찰과 지혜로 일상적 사유의 깊이를 더해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러한 6가지 주제는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특히 은퇴 후에는 6가지의 주제에 관해 과거 일하며 돈을 벌 때와는 다른 생각과 태도를 가져야만 한다.

상황과 환경이 바뀌기 때문이다. 즉 변화된 상황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6가지 주제, 더 나아가 인생에 영향을 주는 다른 모든 요소들에 대해서도 목표를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젊었을 때는 Better(더 나은)를 목표로 건강, 돈, 일 등 모든 측면에서 발전지향적인 삶을 살아야 했다.

반면 은퇴 후의 삶은 Better가 아닌 Maintenance(현상유지)가 목표가 된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 및 재정상태의 유지 또는 최소한 악화를 지연시키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따라서 행복한 은퇴생활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목표뿐만 아니라 인식과 행동의 주체인 나 자신, 다시 말해 기준, 가치관, 태도, 행동, 습관 등 나 자신의 모든 것을 새로운 환경과 조건에 맞게 개조할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 위에서 소개한 책들을 다시 읽은 것이 은퇴를 준비하며 6가지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할 좋은 기회를 주었다.

실제로 돈에 관해 쓰여진 내용을 읽으며 돈의 본질과 앞으로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은퇴에 대한 걱정과 막연한 두려움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물론 은퇴 계획을 세우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여러분들도 꼭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단순히 이 책을 읽는다는 사실보다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은퇴 후 변화된 자신의 상황과 환경을 고려하며 6가지 주제에 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그러한 고민의 결과로서 나에게 적합한 최적의 은퇴생활을 계획해 보기 바란다.

6가지 주제 중 개인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읽어도 좋다. 각 주제별 한 권으로 되어 있고 금방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천천히 시간을 두고 고민하며 여러 번 읽기를 권한다.

단순히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한번으로 족하겠지만 그 주제에 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원칙을 정하고 나의 은퇴 생활을 위한 지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이제 다시 우리의 주제로 돌아오자.

위에서 언급한 수많은 자료들을 분석해 보면 비록 용어와 순서는 다르지만 은퇴 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은 공통적으로 건강(육체와 정신), 돈, 여가(활동)를 꼽는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고 모두가 동의한다는 것이다. 나 또한 전적으로 공감한다.

위의 세가지 문제를 철학적으로 개념화하면 다음과 같다.

건강은 곧 삶의 주체가 되는 “나“와 관련한 문제이다.
돈은 삶의 조건을 제공하고 결정하는 “환경“ 과 관련한 문제이다.
여가(활동)는 은퇴생활을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활동이 행해지는 “시간“과 관련한 문제이다.

돈, 건강, 여가라는 현실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나, 환경, 시간이라는 철학적 개념과 연결되어 있다.

모든 것이 비재무적 영역인 것이다. 비재무적 영역이 재무계획에 우선 하고 더 많은 관심과 준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은퇴 후 남아도는 시간을 재미있고 보람차게 보내기 위해, 최소한 지루하지 않게 보내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일일 생활을 정리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지루하지 않은 보람찬 하루 일과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일 생활 계획표를 작성하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白戰不殆)”라는 구절처럼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백 번 이긴다“ 로 잘못 알고 있지만 원전에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고 되어 있다. 병법의 구절임을 고려해 본다면 이길 수 없는 강한 적과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고, 때로는 싸움을 피하는 것이 더 현명한, 즉 위태롭게 하지 않는 최선의 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우리의 적, 다시 말해 우리가 싸워야(때워야) 할 시간의 정체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은퇴인들에게는 일반적으로 하루 중 먹고 자는 것과 같은 생존을 위한 필수활동들 사이에 세 번의 큰 비어있는 시간이 있다.

1. 아침식사 후부터 점심식사 전까지
2. 점심식사 후부터 저녁식사 전까지
3. 저녁식사 후부터 잠자기 전까지

이 세 번의 큰 빈 시간에 할 일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라. 물론 그 기간을 더 나누고 세분화 할 수도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앞에서 얘기했듯 나누면 나눌수록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할 일은 빈칸을 채울 활동들을 정하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 정리했던 활동 리스트의 작성 방법 중 각 활동들을 카테고리로 구분한 것이다.

- 필수항목 1. : 육체 건강을 위한 활동(운동, 피트니스, 등산, 줄넘기 등)
- 필수항목 2. : 정신 건강 및 교양을 위한 활동(독서, 공부, 글쓰기, 외국어 공부 등)
- 선택항목 1. : 이미 할 줄 알고, 즐기고 있는 활동(당구, 골프, 등산, 테니스 등)
- 선택항목 2. : 개인의 관심, 선호, 취향에 따른 취미 활동 중 새롭게 해보고 싶은 것
(새로 시작하는 활동은 배우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 사회 활동 : 종교, 동호회, 봉사활동 등

필수항목은 나의 존재 자체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문제다. 특히 건강을 가급적 오래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육체와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길 경우 지불해야 하는 천문학적 수준의 병원비를 세이브 한다는 차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치명적 문제가 생기면 인생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자율 의지에 따라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삶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필수 항목의 활동들은 말 그대로 신체와 정신(Body & Soul) 모두의 균형 잡힌 단련과 유지를 위한 활동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주말 정도만 빼고 평일은 일정한 시간에 지속적으로 규칙적으로 하는 것을 권한다. 마치 회사 가는 것처럼, 습관처럼 말이다.

육체 건강을 위한 활동(우리는 이를 통칭해서 운동이라 부른다)은 본인의 신체 특성과 취향에 맞게 알아서 잘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걷기와 근력운동은 반드시 포함시켜라.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너무 과한 것은 조금 부족한 것 보다 못하므로 한꺼번에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리지는 말라. 서양속담에 나오는 “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 라는 말처럼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하는 것이 궁극에 가서는 이기는 방법임을 명심하자.

참고로 나는 오전 운동은 2시간쯤 경치 좋은, 걷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산책로를 가볍게 걷는다. 또한 산책로 중간에 있는 체육시설을 이용해 약간의 근력운동을 한다.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많은 유혹과 핑계와의 싸움, 즉 자기와의 싸움이다. 나의 경우 매일매일 겪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비결이 있다.

그것은 매일매일 똑같이 산책해도 지루하지 않게, 더 나아가 기대되고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다.

올레길 스탬프 찍는 것과 같은 컨셉 인데, 특히 반복되는 유사 행위의 지루함을 줄이는 방법이다.

목표의식+재미를 줌으로써 일상 활동 및 반복되는 활동에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당연히 지루할 틈이 없다. 재미를 주는 방법은 고르는 재미를 주는 거다.

“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 라는 배스킨라빈스 광고 카피처럼 말이다.

오늘은 어디로 산책 갈까?
문탠로드, 청사포, 동백섬, 해운대 해수욕장, 송정 해수욕장, 죽도공원 ….

내가 지금까지 몇 년간을 질리지 않고 매일 즐겁게 산책한다는 것이 위에서 제시한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시간대별 날씨별 계절별로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카멜레온처럼 그래서 질릴 틈이 없다.

걷기로 인한 운동의 효과는 기본이고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체험하는 자연의 비경은 덤이다.

위의 주요 목적지를 고르더라도 각 목적지 별로 여러 갈래의 길들이 있고 오고 가는 순서와 시작점들이 있어 실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훨씬 더 다양해진다. 너무나 많은 산책로 중 어디 한군데를 고르는 것이 때로는 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그 또한 행복한 고민 아니겠는가?

저녁 운동은 피트니스에서 유산소 운동, 근력운동, 수영을 힘들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한다.

평일에는 가급적 매일 하려고 노력하지만 피곤하거나 하기 싫은 날은 땡땡이를 가끔 친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다 몸에 좋자고 하는 건데 피곤하거나,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안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마치 담배 피워 해로운 것보다 담배 끊으려고 스트레스 받는 것이 더 몸에 해로운 것처럼 말이다.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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