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탄신 250주년 특별기획 '다산의 삶과 사상' 3

유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인(仁)에 대한 다산의 해석은 독창적이다.

주자는 인(仁)을 사랑의 이치요, 마음의 덕[愛之理ㆍ心之德]이라고 했고,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모두 주자의 해석을 추종하였는 데 다산(茶山)은 달랐다. 선생은 인(仁)자는 人과 人을 중첩시킨 글자라며‚ 사람과 사람이 그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 [仁者人與人之 盡其道也]‛라고 주장하였다. 이는 인(仁)을 가지고 동방의 사물을 낳는 이치라거나 천지의 지극히 공손한 마음이라고 보던 성리학적 해석을 벗어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구체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구현되는 실천규범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서[恕: 자신이 싫은 것을 남에게 요구하지 않는 것<己所不欲 勿施於人>으로,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뜻]를 통해서만 인(仁)에 도달한다고 본 것이다.
다산은 자찬묘지명에서 성(性)이 기호(嗜好)임을 알았고 인(仁)이 효(孝)ㆍ제(弟)임을 알아냈으며, 서(恕)가 인술(仁術)임도 알았고, 하늘이 살피고 있음을 알아 경계하고 공경하며부지런히 힘쓰고 힘써 늙는 것을 잊으니 하늘이 나에게 내려준 복이 아니겠는가?‛라고 결론을 맺고 있다.

이어 다산(茶山)은 시(詩)작품집으로 18권이 있는데 깎아서 6권이 되게 했고, 경세유표48권은 미완성이고, 목민심서 48권⋅ 흠흠신서30권⋅ 아방강역고 10권, 아언각비 3권⋅ 마과회통 12권, 의령 1권을 합해서 문집(文集)은 도합 260권이 된다‛라고 하였는데, 이로써 공자(孔子)가 말한 학문의 본말 중 말(末)에 해당하는 안인(安人)부분을 완성하였다고 하겠다. 정치 지도자로서 사회를 경영하고 자연을 장악하기 위하여는 실용적인 전문지식(專門知識)을 갖추어야 하였기 때문이었다.

선생은 <경세유표(經世遺表)>에서 지금 나라가 털끝하나 썩지않은 곳이 없어 이대로 놓아두면 필히 망하고 말 것이라고 진단하고, 새로운 나라[新我之舊邦]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개혁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그 내용이 방대할 뿐 아니라 개혁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임을 깨닫게 되면서 집필을 중단하고, 현재의 법과 제도 아래에서도 하루빨리 백성들이 잘살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이 <목민심서(牧民心書)>48권의 저술이다.

<경세유표>가 본인의 생각을 유서로 남긴 것이라면, <목민심서>는 자신의 목민관 경험을 살려 조선의 후임 목민관 들에게 매뉴얼(manual)로 남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특히 억울하게 법 집행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인권의 문제를 상세하게 다루다 보니 쓸 자료가 흘러 넘쳐서, 따로 30권으로 정리해낸 것이 <흠흠신서>(欽欽新書)이다. 억울한 일이 없도록 살피고 또 살피라는 뜻이다.

이외에도 <원정(原政)>에서 공정한 토지분배ㆍ통상유통의 강화ㆍ사법질서 확립을 통한 약자의 보호ㆍ상벌 제도의 확립ㆍ고적제(考績制)를 통한 인사관리ㆍ자연의 효율적 관리를 강조하였고, <통색의(通塞議)>에서는 신분과 지역간 차별의 철폐를 주장하면서 막힌 것을 뚫고 전 국민이 소통할 것을 호소하였다. 이러한 다산(茶山)의 저술들은 무릇 선비의 사명은 그 무엇보다도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투철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리고 안인(安人)을 실천함에 있어서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으로 청렴(淸廉)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재물ㆍ이성ㆍ직위에 깨끗할 것을 강조하였다. 염(廉)이란 투명한 것으로 사물이 정(情)을 숨기지 못할 것이요, 염(廉)은 위엄을 낳으니 아랫사람이 잘 따를 것이요, 염(廉)은 또한 강직함이니 결코 윗사람이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청렴(淸廉)이란 근(謹)과 검(儉)을 좌우명으로 삼고 끊임없이 노력했을 때에만 이루어지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자식들에게도 가훈(家訓)으로 지키게 하였다. 근(勤)이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며, 아침에 할 일을 저녁으로 미루지 말고, 맑은 날에 할 일을 비 오는 날까지 끌지 말아야 함을 뜻한다. 요컨대 집안의 단 한 사람이라도 놀고 먹는 사람이 없게 하고 잠깐이라도 노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검(儉)에 대하여는 의복이란 가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요, 음식이란 목숨을 이어가면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고운 비단옷은 조금만 해지면 볼품없는 것이 되어버리지만, 텁텁하고 값싼 옷감은 조금해져도 괜찮다. 맛있고 기름진 음식만 먹으려고 애써서는 결국 변소에 가서 대변보는 일에 정력을 소비할 뿐이라고 하였다.
/다산교육문화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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