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자 조선일보에 묘한 기사가 실렸었다. 고미 요지 일본 <도쿄신문> 편집위원이 김정일 장남 김정남이 자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필요로 이뤄졌다"고 밝혔다는 기사였다. 기사의 내용으로 봐도 제목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무리한 ‘작품’이었다.
 
그것이 무리한 기사였음은 서울신문 등 다른 언론의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결국 조선일보는 ‘진실’을 고백했다. 19일 밤 인터넷판에 띄운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오보임을 시인한 것이다.

  바로잡습니다
17일자 A1면 ‘김정남 “천안함, 북(北)의 필요로 이뤄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고미요지(五味洋治) 도쿄신문 편집위원이 김정남과 주고받아온 이메일 내용을 월간조선이 요약해 본지에 전달한 기사를 전재(轉載)한 것입니다. 그러나 고미요지 위원이 이메일을 바탕으로 펴낸 책에는 천안함 관련 부분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월간조선측은 천안함 부분은 김정남 주변의 정통한 소식통으로부터 별도 취재한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혼선을 초래한 점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이렇게 꼬리를 내렸지만, 사설로 부하뇌동했던 동아일보와 문화일보는 아직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들 신문도 조선일보의 뒤를 따라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왜 이런 무리가 실렸을까? 자칭 ‘1등신문’이라고 하는 신문에서 왜 이런 무리한 기사를 썼을까? 취재와 기사작성 및 제목달기 등 신문제작의 기본기가 충실할 것으로 생각되는 신문이 이런 무리한 기사를 썼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조선일보는 2010년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 ‘인간어뢰’설 등 온갖 논리로 ‘폭침’론을 주도해 왔다. 이명박 정부의 사고원인 발표도 그 논리와 비슷하게 진행됐다. 

이명박 정권은 그 발표를 토대로 대북 강경책을 밀고 나감은 물론 당시 6/2 지방선거에서도 최대한 활용했다. 또 그것이 ‘정설’인 것처럼 활용되면서 다른 목소리를 낸 인물들에 대한 공격의 빌미로 작용해 왔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선정된 이상돈 중앙대 교수에 대한 공격과 조용환 헌법재판과 후보자에 대한 한나라당의 인준거부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여전히 천안함 사고의 원인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직까지 확실한 것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날 것으로 고대하고 있다
  
 그런데 천안함 폭침설을 앞장서 주장한 조선일보가 이렇게 무리한 기사를 썼다는 것 자체가 그 주장의 근거를 스스로 의심하기 때문이 아닐까 여겨진다. 조선일보도 폭침설이 무리였음을 무의식중에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다시 말해서 진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언젠가 드러날지도 모르는 진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계속 압박을 가하자는 것이다. 마치 고양이 한 마리를 뒤주에 가둬놓고는 “고양이가 없다”며 뒤주를 꼭꼭 틀어막는 것이다.
 어쨌든 진실은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진실을 덮으려고 하면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게 마련이다. 조선일보의 이번 해프닝도 자신을 괴롭히는 행위라고 여겨진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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